췌장 세포 전환해 인슐린 분비 늘리는 '당뇨병 치료법' 개발

한기천 2021. 3. 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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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항체로 '글루카곤+간세포' 차단→ 알파 세포의 베타 전환 압박
1형·2형 당뇨병 모두 효과 기대..미국 국립과학원회보 논문
생체시계와 췌장의 호르몬 분비 췌장의 생체 시계가 잘 맞지 않으면 인슐린과 글루카곤 분비가 교란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녹색은 인슐린 분비 베타 세포, 적색은 글루카곤 분비 알파 세포. [제네바 의대 디프너 랩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은 각각 혈당을 낮추고 높이는 호르몬이다.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원인 포도당(글루코스)은 인슐린과 글루카곤의 미세한 길항(拮抗) 작용으로 조절된다.

현재 미국인 3천400만 명이 앓고 있다는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생성 및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생긴다.

다시 말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가, 면역 과민반응 등으로 고장 나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진이, 글루카곤을 생성하는 췌장의 알파 세포를 베타 세포로 전환해 인슐린 분비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당뇨병 치료법을 개발했다.

과학자들은 생쥐 실험에서 글루카곤이 간(肝)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는 걸 단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ies)로 막았다.

이런 결합 차단은 알파 세포가 베타 세포로 전환하게 압박하는 힘이 됐다.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TSW) 연구팀은 2일(현지 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관련 논문을 제출했다.

이 연구는 당뇨병 연구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필리프 셰러 박사가 주도했다.

췌장의 랑게르한스섬 건강한 랑게르한스섬(좌)엔, 인슐린 생성 베타 세포(녹색)가 압도적으로 많고 글루카곤 생성 알파 세포(적색)는 얼마 되지 않는다. 반대로 당뇨병 환자의 랑게르한스섬(우)은 대부분 알파 세포로 뒤덮여 있다. [UTSW 메디컬 센터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논문은 인간의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에 모두 효과가 기대되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당뇨병은 근본적으로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가 손상돼 생기는 것이다.

2형 당뇨병 환자에겐 신체 조직의 인슐린 내성이 문제를 일으킨다. 췌장의 베타 세포가 과도하게 인슐린을 만들다가 탈진해 죽는 것이다.

전체 환자의 약 10%를 차지하는 1형 당뇨병에선 자가면역 공격으로 베타세포가 사멸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 당뇨병 연구는 대부분 베타 세포와 인슐린 조절에 초점을 맞췄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글루카곤이 과학자들의 관심을 끈 건, 글루카곤과 간세포 수용체의 결합을 막으면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 보고가 최근 나오면서부터다.

실제로 글루카곤은 간세포 수용체와 결합해 글루코스 분비를 촉진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글루카곤과 간세포 수용체의 결합을 어떻게 막는지 알지 못했다.

UTSW 연구팀은 인간의 중화항체처럼 행동하는 인공 단클론 항체로 당뇨병 생쥐에 실험했다.

생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베타 세포를 제거한 뒤 1주일간 지속해서 인공 항체를 투여하자 생쥐의 혈당치가 떨어졌고, 이런 효과는 투여를 중단해도 수 주 동안 이어졌다.

아울러 췌장의 세포 수가 확연히 늘어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그 중엔 베타 세포도 포함됐다.

계통 추적(lineage tracing) 기술로 확인한 보니, 단클론 항체가 알파세포 가운데 일부를 베타 세포로 바뀌게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슐린 과립 인슐린 과립이 생성 시기에 따라 다른 색깔의 빛을 내고 있다. 새로 생긴 과립은 녹색인데 시간이 지나면 적색으로 변한다. 건강한 췌장 세포는 신선한 인슐린 과립을 먼저 분비하지만, 당뇨병에 걸리면 이 우선순위가 교란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시드니대 멜캄 케베데 등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PANIC-ATTAC로 명명된 이 생쥐 모델은 1형과 2형 당뇨병에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베타세포 결실을 겪었지만 1형 당뇨병을 부추기는 자가면역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어 자가면역 반응으로 베타세포가 죽은 비(非) 비만성 당뇨병 생쥐 모델(NOD)에 인공 단클론 항체를 투여했다.

그랬더니 면역세포가 활성화한 상태에서도 베타세포가 다시 생겼다.

이런 방식의 단클론 항체 투여가 인간의 1형 당뇨병에도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인공 항체로 알파 세포가 베타 세포로 전환하게 압박하는 이 방식이 특히 1형 당뇨병에 희망적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1형 당뇨병 환자의 베타 세포는 오랜 세월 자가면역 공격을 받고 사멸하지만, 다량의 알파 세포는 큰 탈 없이 존속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 참여한 윌리엄 홀랜드 유타대 교수(전 UTSW 조교수)는 "췌장에서 죽는 세포는 알파 세포가 아니다"라면서 "알파 세포가 베타 세포로 전환하게 조작할 수 있다면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유망한 치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몸 안에서 인슐린 생성을 늘리는 이 방식은 또 혈당 조절과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인슐린 주사나 인슐린 펌프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가장 좋은 인슐린 펌프를 쓴다고 해도 하루 중에 혈당치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건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유사한 원리의 단클론 항체 치료제를 실제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하는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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