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릴수록 큰다" 자제령에도..'윤석열 죽이기' 분 못참는 여권

심새롬 2021. 3. 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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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다시 ‘윤석열 죽이기’에 칼을 빼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세운 무대응 로키(low-key·절제) 전략이 당내에서조차 잘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분(윤석열 검찰총장)의 말씀을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한다”며 “검찰개혁 관련 의견이라면 (윤 총장이) 법무부를 통해서도 제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맞대응을 피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회의 직후 윤석열 검찰총장 임기 관련 질문을 받자 "그건 제가 특별히 코멘트 할게 없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뉴스1


이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 참석자 전원은 이날 공개회의 때 ‘윤석열·검찰’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종민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너무 과격한 정치공방으로 흐르지 않고, 국민들이 보기에 ‘정치 싸움을 하는구나’란 느낌이 들지 않게 실질적 쟁점에 대해서 차분하게 토론해 (검찰 개혁) 입법 과정을 충실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본격 전투태세
하지만 통제를 벗어난 민주당의 전투 의지는 이날 곳곳에서 분노로 터져 나왔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은 이날 “윤석열 검찰이 폭주하고 있다”며 “검찰 총장의 정치적 야욕을 위한 검찰 범죄 은폐, 왜곡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민형배 의원은 “(윤 총장이) 어제 하루 난장판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오늘부터 지역 검찰청을 돌며 여론전을 펼칠 계획”이라며 “그의 후안무치가 임계치를 넘어섰다. 임명직 공무원이 국회의 입법을 막으려는 정치인 행세를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모습.연합뉴스


여기에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들도 뛰어들었다. 정세균 총리는 이날 오전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총장은) 정치인이지 그냥 평범한 행정가나 공직자 같지가 않다. 이번 사태를 놓고도 국민들께서 많이 불편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페이스북에선 “국민을 선동하는 윤 총장의 발언과 행태에 대해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로서 매우 유감스럽다. 이 상황을 엄중하게 주시하겠다”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경기도 정책협의회 참석차 서울 여의도를 찾은 이재명 경기지사도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했다. 임명직 공무원으로서 이 말의 기준과 깊이에 따라 행동하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광재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총장이) 퇴임 후 현실정치에 참여하려는 수순”이라며 “‘직을 걸고’라는 표현으로 국민과 개혁세력을 압박하는 모습은 기득권 지키기일 뿐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썼다.


‘전략적 회피’ 중에도
중앙일보에 “국민은 개·돼지가 아니라 법 앞에 평등한 주권자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한 윤 총장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반박 인터뷰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퇴임(1월 27일) 후 소강상태던 여권의 반윤(反尹) 전선을 재결집시키기에 충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가운데 지지자와 반대 시민이 각각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대응 자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당 관계자는 “재선 최고위원 등을 중심으로 ‘윤석열은 때릴수록 큰다. 개인 공격을 자제하고 제도 개혁 완수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에게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한 현안은 당내 검찰개혁특위에 모든 걸 일임했다. 오늘 회의에선 ‘검찰개혁이 차분히 진행돼야 한다’는 기조를 확인했다”고 브리핑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런 자세는 윤 총장을 야권 제1 대선 후보로 키운 재작년 조국 사태, 지난해 추미애 사태 때의 전철을 피해가려는 의도다. 최근 당·청 간 속도 조절 이견으로 논란을 겪은 중수청 입법이 또 시끄러워지는 데 대한 견제 심리도 작용했다. 법사위 소속 의원은 “지난번에도 대응하지 않고 논의해 입법하는 데 집중했으면 되는데 잘못 말려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어차피 입법은 국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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