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총장의 '중수청 반대' 주장이 온전한 시민지지 얻으려면
[경향신문]
검찰 내부의 부조리를 지적해온 임은정 검사가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 위증교사 의혹 사건 수사에서 배제됐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페이스북에 “수사권을 부여받은 지 7일 만에 (공소)시효 각 4일과 20일을 남겨두고 윤석열 검찰총장님과 조남관 차장검사님의 지시로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에서 직무배제됐다”고 적었다. 대검은 아직 사건 배당이 끝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과정이 석연치 않다.
이 사건은 2011년 한 전 총리 뇌물사건 재판 때 법정 증인으로 섰던 최모씨가 지난해 4월 법무부에 “검찰의 강요로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고 진정서를 낸 것이 발단이다. 최씨 주장대로 증거조작이 있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범죄 행위다.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자격으로 지난해부터 이 사건을 조사해온 임 검사가 최근 서울중앙지검 겸임 발령이 나면서 진상 파악을 위한 보다 강력한 수사 권한을 부여받았지만 또다시 검찰 수뇌부에 의해 배제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의혹이 있다면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는 게 정도다. 그러나 검찰은 자신의 비리나 비위를 밝히는 일에 여전히 인색하다. 검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와 관련해 법·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성접대 동영상을 보고도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리한 검사들은 수사하지 않았다. 라임자산운용 실소유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검사들이 룸살롱 향응을 받고 증거물인 휴대전화를 폐기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봐주기로 일관했다.
윤 총장은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한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된다”며 재차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추진을 비난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검찰의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여권을 비판한다면 시민의 온전한 호응을 얻기 어렵다. 윤 총장은 임 검사로 하여금 한 전 총리 수사팀 위증교사 의혹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게 해야 한다.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 수사는 형평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윤 총장의 중수청 반대 주장은 조직 이기주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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