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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중수청 법안, 선거 뒤 발의할 수도"..검찰개혁 속도조절

김상범 기자 입력 2021. 03. 03. 20:53 수정 2021. 03. 0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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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두고 역공 빌미 안 주려 윤석열에 '무대응 방침'
당 일각선 비판 표출..'민주당 대 윤석열' 구도 조짐도

[경향신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기소권 분리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자 3일 검찰개혁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이관하는 내용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 발의를 더 늦출 것으로 보인다. 4·7 재·보궐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검찰 이슈가 재점화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윤 총장 관련 발언을 삼가며 감정적 대응을 자제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 윤 총장을 향해 “부적절한 정치행위”라며 경고성 발언을 내놓는 등 ‘민주당 대 윤석열’ 전선이 가시화할 조짐도 보인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검찰개혁이 차분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기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의 반발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향후 당정협의 등 공식 창구를 통해 검찰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낙연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이) 검찰개혁과 관련한 의견이라면 법무부를 통해 말씀해 주시는 게 더 일반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입법 과정에는 늘 이해당사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을 ‘차분하게’ 끌고 나가면서, 다소 감정적으로 비치는 윤 총장과의 ‘대비 효과’를 얻겠다는 계산도 읽힌다. 최 대변인은 “검찰총장의 언행이 요란스러워 우려스럽다는 (지도부 내) 시각이 있다”며 “(윤 총장이) 좀 차분해졌으면 좋겠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검찰개혁 속도는 완급을 조정할 가능성이 보인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가 준비 중인 중수청 신설법 등 수사·기소 분리 법안의 발의는 당초 예정했던 시점인 2월 말~3월 초보다 지연되고 있다.

특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행정부에서 어떤 한두 명이 반발한다고 해서 수사·기소 분리 방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좀 더 확보하자는 요구도 있어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논의가 길어지면 특위가 앞서 내걸었던 중수청 신설법의 ‘상반기 중 처리’ 목표도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수석대변인은 “(특위 내에서) 법안 조율이 길어지다 보면 선거(4월 재·보선) 뒤에 발의할 수도 있다”며 “특별히 어떤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두고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민주당의 ‘무대응 방침’의 배경에는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갈등처럼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대응할수록 윤 총장의 ‘정치적 몸값’만 올려줄 뿐이라는 판단도 있다. 일부 당원들은 당 지도부를 향해 ‘강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으나 지도부 내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괜히 잘못 대응했다가 역공당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일각에서는 윤 총장을 향한 비판도 표출됐다. 이광재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총장 인터뷰는) 대단히 부적절한 정치행위”라며 “이것이 개혁의 대상인 일부 정치검찰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적었다. 중수청 설치에 반대 의견을 냈던 이상민 의원도 SNS에서 윤 총장을 향해 “과유불급이다.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며 “소음 내지 말았으면 한다”고 날을 세웠다.

윤 총장의 여론전이 지속돼 이에 맞대응하는 당내 여론에 불이 붙을 경우 민주당 지도부가 염려하는 ‘민주당 대 윤석열’ 구도가 확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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