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연장 돕고 인디 뮤지션 알려요
[경향신문]
8일부터 5곳서 67개팀 무대에
“코로나19로 홍대 앞 공연장들이 문을 닫고 있어요. 혹시 법적으로 지원받을 방법이 없을까요?” 지난달 윤종수 변호사(57)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친한 동생이자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인 ‘해리빅버튼’ 이성수였다. 안타까운 마음에 수소문을 해봤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을 담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러자 이번엔 온라인 공연 송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직접 온라인 공연을 열어보자는 제안이었다.
오는 8일 시작되는 온라인 공연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saveourstages)’는 음악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성사됐다. 코로나19로 폐업 위기에 놓인 라이브 공연장을 지원하는 이번 공연은 미국에서 시작된 동명의 프로젝트를 참고로 했다. 윤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인터뷰에서 “무대가 사라지고 있는데도 정부도 기업도 관심이 없었다. 뭐라도 해봐야 한다는 마음에 무작정 나서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저작권 관련 비영리단체 ‘코드’를 통해 이 행사를 총괄한다.
공연 개요는 단순하다. 3월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5개 공연장(롤링홀, 프리즘홀, 웨스트브릿지, 드림홀, 라디오가가)을 ‘유료 대관’해 비대면 공연을 연다. 노브레인, 잔나비, 잠비나이, 카더가든, 트랜스픽션, 다이나믹듀오 등 뮤지션 67팀이 참여한다. 관객들은 일일권(1만원)과 전일권(5만원)을 구매해 보고 싶은 뮤지션 무대를 선택해 본다. 수익금은 대관료와 스태프·아티스트 인건비, 인디 음악 생태계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한다.
“처음엔 공연장 관계자들도 긴가민가해 했어요. 그분들 입장에서 저는 전혀 모르는 ‘제3자’였으니까요. 티켓 오픈 전이었지만 계약금을 선불로 냈어요. 한 푼도 깎지 않고 정가로 받아달라고 했죠. 공연은 무조건 진행할 테니 일정을 비워두라고요.”
이후 섭외는 해리빅버튼 이성수가 맡았다. 뮤지션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가며 공연의 취지를 설명했다. 공연 소식이 알려질수록 참여를 원하는 뮤지션들은 점점 늘어났다. 대학생부터 사진작가까지 ‘무엇이든 돕고 싶다’는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그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음악하는 사람들끼리 모일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며 “혹시 표가 다 안 팔리더라도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가 이번 공연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폐업 위기의 공연장을 돕는 것, 다른 하나는 인디 뮤지션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다. “온라인 공연은 오프라인보다 문턱이 낮잖아요. 특히 인디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중년의 관객들에게도 매력 있는 뮤지션이 많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공연 5일 전인 3일 현재 티켓 예매율은 33%. 윤 변호사가 설정한 1차 목표(5000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그는 “티켓은 관객이 뮤지션을 지지하는 방법”이라며 “유튜브로도 무료로 공연을 볼 수 있지만 직접 티켓을 구매해 보는 공연과는 관심도가 다르다. 그렇게 만난 뮤지션과의 인연도 훨씬 더 오래간다”고 했다.
개인들의 노력을 넘어 제도적인 지원책도 강조했다. “공연장은 코로나19 전부터 힘들었어요. 말 그대로 근근이 버텨오다가 결정타를 맞은 거죠. 이번에 사라지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어요.” 그는 대중문화의 근간인 인디 음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최근 종영한 <싱어게인> 열풍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싱어게인>의 29호, 30호 가수에 열광이 쏟아졌지만 그들이 태어나고 성장한 건 무대라는 작은 공간이에요. 무대가 사라진다면 제2의 29호, 30호 가수는 어디서 나올 수 있을까요.”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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