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한국일보

[삶과 문화] 명품 삶을 이끄는 방식, 디테일

입력 2021. 03. 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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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로리 로드'는 미국 최초로 흑인선수로 구성된 대학농구팀이 전미대학농구대회에서 우승한 실화를 영화화하였다.

새로 결성된 팀을 그해 우승으로 이끄는 과정에서 다양한 성격과 상황에 놓여 있는 젊은 학생들을 한 팀으로 만드는 과정의 디테일이었다.

삶과 공간의 디테일은 그 대상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좋은 디테일은 가정과 삶에도 중요하게 역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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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로리 로드' 스틸컷.

영화 '글로리 로드'는 미국 최초로 흑인선수로 구성된 대학농구팀이 전미대학농구대회에서 우승한 실화를 영화화하였다. 당시 농구 종주국인 미국에서 농구란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다. 훌륭한 기량을 갖고 있던 흑인선수들은 농구단에 선발되어도 벤치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다. 여대농구팀을 우승시키고 텍사스 웨스턴 대학의 농구팀 감독으로 취임한 존 하스킨스 감독은 전국에 유능한 흑인선수들을 모아 그해 대학농구를 지배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되는 점은 인종차별의 시대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새로 결성된 팀을 그해 우승으로 이끄는 과정에서 다양한 성격과 상황에 놓여 있는 젊은 학생들을 한 팀으로 만드는 과정의 디테일이었다. 이 디테일이 완성되는 과정에는 깊은 성찰과 긴 대화 그리고 인내심이 동반한다. 마지막 결승전을 앞두고 감독은 말한다. “내일 너희들은 패배할 것이다. 그리고 난 흑인선수들만으로 이 경기를 치를 것이다.” 흥분한 젊은 학생들은 그동안 안고 있었던 내면의 갈등을 드러내고 팀은 하나가 된다.

삶과 공간의 디테일은 그 대상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가 명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제품을 말한다. 섬세한 터치, 충분한 고려, 사용자의 입장은 물론 깔끔한 컬러나 미세한 장식까지 모든 요소를 한 땀 한 땀 완성해 낸 가치를 우린 명품이라고 부른다. 가우디의 건축을 보며 찬사를 보내는 것은 누구도 하지 못한 것을 10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이루어온 디테일의 가치에 대한 경이로움인 것이다. 공간을 향유하면서도 좋은 가치는 이 디테일이 얼마나 잘 해결되었는가가 가늠하게 된다. 예술분야는 물론 정치, 행정에서도 얼마나 섬세한 준비가 완성되었는가가 그 가치를 결정한다.

좋은 디테일은 가정과 삶에도 중요하게 역할한다. 아이들을 양육하며 부부 간의 삶의 질을 완성해 나가는 가운데 디테일이 없다면 결과는 불만으로 돌아온다. 결과중심의 언어들이 디테일을 망친다. 성적표만 바라보는 부모와 아이의 갈등이나 부부 간에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무관심이 가정을 거칠게 바꾸어 놓는다. 디테일은 관심이며 사랑이어서 내가 사고자 하는 물건이 얼마나 디테일이 잘 완성되어 있는가를 살피듯이 내 가정과 내 삶을 디테일하게 점검하는 노력에서부터 그 가치가 발휘되게 된다. 건축용어로 디테일은 세부적인 정밀 도면을 말한다. 이 디테일을 잘 다룰 수 있는 건축가는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건축의 장인으로 호평 받는다. 디테일을 향한 현대인의 에너지가 쇼핑방송이나 거래처 관리에만 집착하는 현상이 많아 보인다. 그 에너지의 방향을 나의 삶의 공간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조금은 더 풍족하거나 행복한 삶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영화 글로리 로드의 젊은 주인공들은 우승 후 프로팀, 학교, 가정 등에서 자신의 여생을 훌륭히 살아간다. 나는 이 영화의 엔딩장면에 크게 공감했다. 그렇게 디테일을 체험하며 자란 청년들이 다시 그 디테일을 임한 곳에서 전하는 모습이 너무도 값지기 때문이다.

어느덧 새봄이다. 맛있는 반찬을 준비한 아내의 디테일을 느껴주고 수고하며 애쓴 남편의 디테일을 칭찬해 주며 오늘도 꿈을 향해 노력한 아이들의 마음을 다스려 주는 디테일이 우리 가정 안에 풍성한 열매로 가득하길 기원해본다.

김대석 건축출판사 상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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