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3기 신도시 토지거래 전수조사하라" 감사원 아닌 총리실에 지휘 주문

강태화 입력 2021. 3. 4. 00:04 수정 2021. 3.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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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LH 등 직원·가족까지 조사"
투기 의혹 제기 하루 만에 지시
일부선 "최재형의 감사원 왜 뺐나"

문재인 대통령이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에 대해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와 LH 등 관계 공공기관의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전수조사는 총리실이 지휘하되 국토부와 합동으로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게 강도 높게 조사하라”며 “위법사항이 확인된 경우 수사 의뢰 등으로 엄중히 대응하라”고 했다.

LH 직원 투기 의혹은 전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의 기자회견으로 불거졌다. 민변 등에 따르면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 등은 2018~2020년 광명·시흥지구 일대 토지 약 2만3028㎡(7000평)를 100억원에 매입했다. 58억원은 금융기관 대출이었다. 국토부는 지난달 24일 광명·시흥 일부 지역을 3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의혹 제기 하루 만에 문 대통령이 직접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은 그만큼 사태를 엄중히 인식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차단해 온 부동산 투기를 주택공급 주체인 LH 직원이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의혹은 정책 신뢰도마저 뿌리째 흔들 수 있다. 특히 LH 직원이 해당 토지를 매입한 시기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했던 시기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변 장관의 책임론이 불거진 것을 알고 있지만, 책임론은 (직원) 관리에 대한 책임”이라며 “‘변창흠표’ 공급 대책은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민변과 참여연대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문 대통령이 총리실에 전수조사를 맡기자 “정부에 비판적인 최재형 감사원장의 감사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나 감사원이 아닌 총리실이 조사에 나서는 건 ‘이쯤에서 덮고 가자’는 뜻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총리실에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있으며, 감사원과 합동으로 (조사)하면 착수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며 “사안이 위중한 만큼 신속한 조사가 우선”이라고 했다.

정치권도 시끄러웠다. 민주당에선 LH 투기 의혹이 4·7 재·보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낙연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부는 사실관계를 신속히 조사하고 필요하면 수사를 통해서라도 투기 가담자들을 철저히 색출해 엄단해야 한다”고 썼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대책에 찬물을 끼얹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했다.

반면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LH 직원들이 신도시 입지 정보를 미리 알고 그런 짓을 했다면 그건 범죄행위로 검찰이 철저하게 조사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이런데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으라는 것은 일방적인 강요”(정호진 수석대변인)라고 했고, 국민의당은 “변 장관도 관리·감독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홍경희 수석 부대변인)는 입장을 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은 “LH 직원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땅투기 의혹 고발 사건을 이관받았다”고 밝혔다. 전날 시민단체 활빈단(대표 홍정식)은 공직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과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 혐의가 있다며 LH 직원들을 고발했다.


강태화·현일훈·윤성민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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