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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공항 줄게, 표 다오'

장규호 입력 2021. 03. 0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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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공항은 2019년 이용객이 5만4000명에 그쳐 14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02년 개항 이후 수요 부족으로 '유령 공항'의 대명사가 됐다.

선거 표심을 잡기 위한 '공항 정치'가 유령 공항을 만든 예는 수두룩하다.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 김포, 김해, 제주, 대구를 제외한 10곳이 적자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데는 이런 요인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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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공항은 2019년 이용객이 5만4000명에 그쳐 14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작년엔 이용객 수가 23만8000명으로 증가했지만, 총수용가능 인원(317만 명)의 7.5%에 불과했다. 2002년 개항 이후 수요 부족으로 ‘유령 공항’의 대명사가 됐다. 김영삼 대통령 공약 중 하나였다가 묻힐 뻔했으나, 15대 총선을 앞둔 1995년 말 건설계획이 확정돼 부활한 것이 두고두고 짐이 된 것이다.

선거 표심을 잡기 위한 ‘공항 정치’가 유령 공항을 만든 예는 수두룩하다.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 김포, 김해, 제주, 대구를 제외한 10곳이 적자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데는 이런 요인이 크다. 이들 공항의 최근 5년간 누적적자만도 3800억원에 이른다. 지금은 문 닫은 예천공항(군공항으로만 사용), 울진공항(항공대 비행훈련원으로 전용)과 공사 중단 후 배추밭으로 변한 김제공항 사례도 있다. 수요예측은 뒷전이고, ‘하늘길’을 연다며 정치인과 지자체가 불문곡직 밀어붙인 ‘지방공항 잔혹사’다.

정치 공항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수없이 등장했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공항이 하나씩 생긴다고 할 정도였다. ‘노태우 공항’(청주), ‘김영삼 공항’(양양)은 물론, 유치에 공을 세운 정치인 이름을 딴 ‘한화갑 공항’(무안), ‘김중권 공항’(울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 탓에 미국에선 군함에 역사적 정치인 이름을 붙이는데, 우리는 공항에 붙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대구에선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을, 광주는 광주공항이전특별법을 왜 안 해주느냐고 아우성이다. 국무총리까지 매년 100억원대 적자를 내는 무안공항에서 1시간 거리인 새만금국제공항 건립 의지를 다시 밝혔다. 경기 남부신공항, 충남 서산국제공항, 심지어 울릉도·백령도 등 섬 공항 건설도 거론된다.

‘공항 줄 테니, 표 다오’ 식이니, 이런 ‘가덕신공항 나비효과’는 정치인들이 자초한 셈이다. 뒷감당은 공항공사가 하는 듯하지만 결국 적자를 혈세로 막아야 한다. 이런 판국에 가덕도 주변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일가족 회사가 수만 평에 이르는 땅을 갖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자칫 공항 정치의 악취가 심하게 날 수 있다. 가덕신공항을 ‘노무현 공항’이라고 이름짓자는 주장도 있는데, 고인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된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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