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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사회적 선망 편향성' 발생 '저출산 설문' 방법 바꿔야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입력 2021. 03. 0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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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인구가 줄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2020년 12월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5182만9023명으로, 2019년(5184만9861명)에 비해 2만838명이 줄어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인구 감소는 군소한 특정 지자체뿐 아니라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광역시에서도 확인된 현상으로 향후 본격적으로 감소할 것임을 보여준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그동안 우리나라도 이러한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여해 왔다. 저출생 해결 관련 예산이 2006년 2조원 수준에서 2018년에는 26조3000억원으로 10여년 만에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는 조금의 해결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제는 그야말로 지금까지 지속해온 저출생 문제의 해결 방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 온 듯하다.

현재까지 수행해 온 저출생 해결 전략들이 아무런 객관적 근거 없이 추진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근거 자료들은 넘쳐나는 상황이다. 여러 연구기관과 부처에서 다년간 다양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대안을 모색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조사를 통해 우리는 주거, 직업, 소득, 육아 비용, 양성평등과 같은 익히 잘 알려진 답변들을 반복해서 확인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들을 해석할 때 우리는 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듯하다. 그것은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사회적 선망 편향성(social desirability bias)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선망 편향성이란 설문조사 응답자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실제 자신의 의견과는 다른 답을 하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본인은 정작 특정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문조사에 응답할 때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서에 근거한 답변을 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창업활동을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설문조사에서 과연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정작 설문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에게 직접 창업을 할 거냐고 물으면 설문조사 내용과는 정반대로 본인은 창업에 관심도 없고, 창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저출생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전개될 가능성은 높다. 우리 사회는 특정 나이가 되면 반드시 취업을 해야 하고, 다시 특정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하며, 다시 결혼 후 몇 년 안에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정형화된 인식이 공고하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 속에서 나만 다른 경로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고 외부에 표명하는 것은 왠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듯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가장 흔히 보이는 답변 행태는 방어적 태도이다. 쉽게 말해 자신도 다른 사람과 동일한 가치관을 갖고 있지만, 외부 환경이 여의치 않아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 우리는 지금 못지않은 청년취업난과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도 다자녀를 둔 바 있다. 시골에서 올라와 단칸방에서 4~5명의 가족이 생활한 모습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오늘날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인 직업군의 여성들과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여성들의 비혼율이 전체 평균보다 높다는 점도 단순히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을 방증한다.

인구구조 문제는 코로나19보다 중대한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이다. 이 문제를 지난 10년간 해결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한 기존의 설문조사와 같은 방법론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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