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조선일보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72] 엘리베이터 내부의 의자

박진배 교수 입력 2021. 03. 04. 03:03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디서나 앉는 걸 좋아한다.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실내외 웬만한 장소에서 틈만 나면 앉는다. 그래서 “앉으세요”가 보편적 인사 중 하나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방금 내린 사람에게도 “앉으세요” 한다는 농담도 있다. 우리에게는 미국이나 유럽의 바에서 오랜 시간 서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칵테일 파티에서 서서 돌아다니며 사교하는 일은 서툴고 다리도 아프다. 반대로 외국인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그렇게 방바닥에 오래 앉아서 소주를 마실 수 있냐고 반문한다. 이런 우리에게도 앉는 행위를 기대하지 않는 장소가 있다. 바로 엘리베이터 내부다. 이동 시간도 짧고, 공간이 협소하여 의자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오티스(Elisha Otis)에 의해서 발명된 엘리베이터는 초기에는 꽤 호화로운 장치였다. 고급 오피스나 백화점, 호텔 등 고층 빌딩을 위해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그 안에 의자가 놓였다. 한 예로 런던 최초의 엘리베이터인 사보이 호텔의 ‘붉은 승강기(The Red Lift)’ 내부에는 근사한 프렌치 엠파이어 스타일의 의자가 놓여 있는 걸로 유명하다. 창업자는 이를 ‘승강하는 방’이라고 불렀다.

요즈음 과거에 없어졌던 그 의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호텔이나 주거용 건물, 상점 건축 등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종종 보인다<<b>사진>.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배려도 있고, 일반인들도 때로는 재미로, 때로는 힘들어서 의자에 앉는다. 혼자 탔다면 거울 보면서 살짝 화장을 고칠 수도 있고, 곧 시작될 프레젠테이션 연습도 할 수도 있다. 또는 그저 편한 자세로 앉아 전용 비행기를 탄 것 같은 느낌을 가져도 된다. 승차해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운송 수단이 아닌, 그 내부에 머무는 시간의 틈새를 채워주는 디자인이다. 이용객을 기다리는 의자는 마법처럼 기계를 작은 방으로 바꾼다. 레트로는 ‘과거의 촌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과거에 즐겨졌던 것’들로의 회귀다. 엘리베이터 안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우아하게 승강하는 기분도 괜찮다.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