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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 문을 활짝 열 길을 찾자

김명환 서울대 교수 중앙도서관장 입력 2021. 03. 0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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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생겨 코로나19의 불길을 잡게 되기를 누구나 소망한다. 그러나 낙관은 이르며, 마스크 착용은 올해를 넘겨도 상당 기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세계적 대유행의 ‘종식’은 빈곤 국가들에도 백신이 골고루 보급된 후에 가능할 테니 쉽게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복귀는 불가능하고 그 삶이 지닌 모순과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세상을 이룩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인류는 초대형 산불, 엄청난 홍수, 폭서와 혹한이 빈발하며 코앞에 닥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어렵고, 장애인·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된 이들은 더 큰 고통에 빠진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 중앙도서관장

새로운 삶의 건설이 필요함은 교육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우리 교육의 가장 민감한 연례행사인 대학입시는 고3 학생을 먼저 등교하게 만들었다. 달리 말해, 고3을 위해 다른 학년은 등교할 권리를 제약당했다. 공교육인 학교는 문을 닫아도 사설학원들은 어떻게든 운영되었다. 어린이집도 ‘긴급돌봄’의 명분 아래 사실상 정상 운영하고 있다. 자녀를 기약 없이 집에서 끼고 있을 형편이 되는 가정은 거의 없으니 당연하다. 더구나 호기심 많은 아이는 친구나 선생 없이 가족하고만 지내면 원만하게 성장하기 어렵다.

피해가 극심한 북미와 유럽에서도 학교가 코로나 확산의 주요 경로가 아님을 객관적 데이터가 보여줬다. 우리나라도 등교수업이 집단감염의 도화선이 된 적이 없다. 그 배후에는 교사들의 헌신적 희생도 있고 과학적인 전파 양상 규명도 더 필요하겠지만, 이제는 학교 정상화를 시도해야 한다. 물론 이때의 ‘정상’은 과거의 ‘정상’보다 더 나은 새로운 것이어야 하며, 깊은 고민과 창의적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의 일상 복귀에는 당연히 방역대책 보완이 따라야 한다. 최근 해외 대학이나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의 시범 실시에서 선제적 신속분자진단검사가 정확하며 비용도 훨씬 저렴함이 밝혀지고 있다. 일상을 회복한 학교의 코로나 확산을 신속분자진단검사의 주기적 도입으로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전국 차원의 주기적 실행에는 큰 예산이 필요하지만, 1년 이상 대면수업을 하지 못해 생기는 엄청난 피해와는 비교할 수 없다. 거푸 두 해를 이공계 대학생이 집에 앉아 조교가 실험하는 것을 화면으로 지켜보며 실험과목을 때울 수는 없다. 음대·미대생이 실기수업을 온라인으로 계속한다면 어불성설이다. 방역당국과 교육당국의 치열한 논의와 신속한 방향 전환이 절실하다. 닫힌 학교 문이 대안 모색을 외면한 책임 회피의 표식이 되어서야 쓰겠는가.

김명환 서울대 교수 중앙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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