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일 민주당 친문 모임이 주최한 ‘한미 관계’ 화상 회의에서 1년여 남은 한국 대선을 언급하며 “워싱턴은 한국이 안보를 희생하면서 북한을 선거에 활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원하는 행동을 북한이 안 하면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오바마·트럼프 행정부에 걸쳐 대북 대표를 지낸 그는 워싱턴의 대표적 대화파로 꼽힌다. 이날도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 그가 민주당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 자해'를 우려한 것이다.
문 정부가 2018년 주선한 ‘싱가포르 미북 쇼’는 한국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렸다. 선거 두 달 전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도 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나중에 사기극으로 판명 났지만 지방선거에선 압승했다. 2019년 김정은이 ‘남조선 경고용’이라며 신형 탄도미사일을 무더기 발사했다. 여기에 핵탄두를 실어 장사정포와 섞어 쏘면 미군도 막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불상의 발사체’라며 항의 한마디 안 했다. 김정은이 남북 군사 합의를 깨고 서해 NLL에서 해안포를 쐈지만 감싸기에 바빴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평화가 왔다’는 선전을 하려고 북 위협에 눈 감았다.
그러는 사이 우리 안보의 버팀목이던 3대 한미 연합 훈련은 전부 없어졌다. 지난 3년간 한미가 연대급 이상에서 총 한 발 같이 쏴 본 적이 없다. 8일 시작하는 훈련도 “컴퓨터 연습”이라고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컴퓨터 훈련만 하면 “실전에서 혼비백산한다”고 우려하는 지경이다. 김정은은 올 초 노동당 대회에서 남한을 공격할 핵 추진 잠수함과 전술핵 개발을 공언했다. 그러면서 무력에 기반한 통일 의지도 천명했다. 적이 노골적으로 위협하면 동맹과 훈련을 강화하는 등 안보 태세를 다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범여권 의원 35명은 북이 반발하니 ‘한미 훈련을 연기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 세상에 적이 싫어한다고 방어 훈련 하지 말자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군사 위협을 하는데도 대응책을 지시한 적이 없다. 오히려 한미 훈련을 “북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통일부 장관은 ‘대북 제재 재검토’를 말하고 여당 일각에선 “김정은 답방”을 거론하기도 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김정은과 다시 ‘남북 쇼’를 벌일 궁리를 하지 않을 리 없다.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미국까지 이를 우려하는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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