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기상해 영어·운동.. 2030 '자기계발' 열풍
"집콕에 소확행보다 경쟁력 중요"
직장인 황예슬(28)씨는 최근 출근 시각보다 4시간 빠른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난다. 올 들어 시작한 습관이다. 30분간 명상을 하고, 커피를 타 마시며 신문을 읽는다. 이후 30분 이상 독서를 하고, 남은 시간에는 일본어 학습지 공부를 하면 오전 8시가 된다.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새벽기상’ 같은 키워드를 붙여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한다. 황씨는 “지난해 코로나로 수차례 무급 휴직을 반복하면서, 문득 내가 허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고 새벽 자기 계발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며, 새벽 잠을 쪼개 혼자 공부·운동을 하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20~30대 ‘새벽 자기계발족’이 늘고 있다. 고가의 상품이나 여행에 돈을 지출하며 즐거움을 찾던 이른바 ‘플렉스’(flex·과시 소비)나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 열풍과 달리, 크게 돈 들이지 않고도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만드는 일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소셜미디어에는 이를 인증하는 글, 영상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른 아침 나에게 투자하는 생활 습관을 만들자는 뜻인 ‘모닝 루틴(routine·반복되는 일)’ 검색어가 붙은 유튜브 영상만 지난 3개월 새 3100여건이 올라왔다. 같은 기간 인스타그램에 똑같은 키워드를 단 게시물도 5만2000여건이 올라왔다. ‘오전 4시 30분’ ‘오전 5시’ 등 시간이 표시된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하고, 운동복을 입고 있거나 신문 사진을 올려 자신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증하는 식이다.
다른 이들의 ‘새벽 습관'을 보고 자극받는 사람도 많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 정돈을 하고, 물을 한 잔 마신 뒤 명상과 운동, 독서를 하는 과정을 3일간 반복했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은 한 달 만에 150만회가 조회됐다. 이를 비롯해 언뜻 특별해 보이지 않는 자기 계발 관련 영상을 매일 수백~수만 명이 지켜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5초를 세라’ ‘집중력에 도움을 주는 시간 관리 앱을 켜고 책상에 앉으라’는 식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적당히 즐기며 살면 된다는 이른바 ‘소확행’ 패러다임이 무너졌다”며 “시간을 쪼개 주식을 하고, 자기 계발을 해야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청년들의 자화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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