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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 연루 검사 수사 넘겨받은 공수처.. 김진욱의 선택은

정준기 입력 2021. 03. 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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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오늘 이성윤·이규원 의혹 공수처 이첩
공수처 수사인력 부족.. '검찰 재이첩' 가능성 유력
김진욱 "재이첩, 향후 직접 수사 外 다른 방법 있다"
'하나의 사건, 수사기관 제각각' 비효율성 현실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이 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다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현직 검사들에 대한 수사 및 처리가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손에 맡겨졌다.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수사 진용이 꾸려지지 않아 당장 수사에 나서긴 어려운 형편이다. 법조계에선 ‘공수처의 기록 검토 후 검찰 재이첩’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공을 넘겨받은 김진욱 공수처장의 선택에 검찰은 물론,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김학의(65)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전반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은 이날 “검사에 대한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해당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법 25조2항에 따른 조치다. 이 사건과 관련, 피의자로 입건된 현직 검사는 최소한 2명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출국금지 위법성 부분은 수사하지 말라’고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이규원 검사는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적인 출금 조치를 취한 ‘실행자’에 해당한다. 앞서 두 사람은 수원지검에 ‘신속히 공수처에 이첩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 여건상 김진욱 처장으로선 난처할 수밖에 없다. 현재 처ㆍ차장과 10명의 파견 수사관이 전부인 공수처가 실질적 수사활동을 위한 수사 인력을 갖추려면 적어도 1개월은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은 이규원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직전의 수준까지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처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건 기록을 검토해 현 시점에서 실행 가능한 가장 적절한 방안을 찾겠다”고만 말했다. 이에 대해선 ‘당장 뾰족한 해법이 없어 즉답을 피하려는 원론적 언급’이라는 평가가 많다.

검찰 주변에선 ‘공수처장 판단 하에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정한 공수처법 24조3항을 근거로 ‘선(先) 공수처 이첩, 후(後) 검찰 재이첩’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김 처장은 이날 “(재이첩을 하거나, 수사인력이 채워지면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는) 두 가지 방법 말고 다른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일단 거리를 뒀다. 사건을 넘겨받자마자 검찰에 다시 이첩하면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은 물론, ‘공수처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성윤 지검장도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법 25조2항은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한 공수처의 전속관할을 규정한 것이므로, 공수처는 이첩받은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처장이 ‘다른 방법’에 대해선 회의적 전망이 많다. 우선 △공수처의 직접 수사 △경찰에 사건 이첩 등을 떠올릴 수 있는데, 모두 현실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한 지방 검찰청 간부는 “(김 처장 발언은)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기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란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결국 시간을 보내다 적당한 때 검찰에 재이첩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는 가장 크다”며 “이 경우 추후 당사자들 반발과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복수의 수사기관이 나눠서 수사하는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사 피의자 사건’은 공수처가, ‘다른 피의자 사건’은 검찰이 각각 나눠서 처리하는 건 수사의 통일성ㆍ일관성을 저해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헌법재판소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검찰에서 공수처로 이첩되는 피의자도, 공수처에서 검찰로 재이첩되는 피의자도 합당한 항의를 할 수 있는 기형적인 제도”라고 지적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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