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린 건 '진돗개'였다, 소형견이 아니라

남형도 기자 2021. 3. 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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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종차별-①]"진돗개는 사납다, 사냥한다, 바깥서 키우라"며 국견(國犬)을 괄시..해외선 외려 "너무 멋지다, 사랑스럽다(adorable)"

[편집자주] 누군가 당신에게 와서 이렇게 말한다. "야, 너처럼 생긴 사람은 대개 폭력성이 강하더라고." 혹은 이렇게도 말한다. "그리고 너는 아파트에서 사는 건 안 어울려. 마당에서 사는 게 맞겠다." 일정 대상 전체를 싸잡아 편견을 부여하거나 낮잡아 보는 것, 그걸 대개 '인종차별'이라고 한다. 이게 옳지 않다는 건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렇다면 '개종차별'은 어떤가. 앞에서 든 사례는, 어떤 개들에겐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

진돗개 늘봄이 사진. 해외에선 진돗개를 보고 지나가다가도 차문을 내리고 "너무 멋지다", "아름답다"는 찬사가 자주 나온다고 한다. 우린 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개를 차별하는가. 왜 그렇게 됐는가./사진=늘봄이 언니 제공

목줄이 풀린 개가, 목줄을 한 개에게 달려왔다. 묶여 있던 개는 별 수 없이 물렸다. 얼굴은 두 번 물렸고, 뒷다리는 한 번 물렸다. 개 두 마리 중 하나는 진돗개, 또 다른 하나는 소형견이다. 누가 누구를 물었을까.

당연히 진돗개가 소형견을 물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위 사례에선 진돗개 백약이가 소형견에게 물렸다. 소형견 보호자는 그럼에도 이렇게 말했단다. "진돗개는 사나우니까, 목줄 하고 다녀라!" 때로 시비가 붙여 경찰을 부르니 또 이렇게 말했단다. "진돗개는 입마개 해야 되지 않아요?"

진돗개도 이처럼 물린다. 정확히 얘기하면 진돗개는 물기도 하고, 또 물리기도 한다. 진돗개인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목줄이 풀린 개'가 문제였던 거고, 그게 그 어떤 종이어도 물 수 있다. 관리를 부실하게 한 보호자 잘못이었다.

"진돗개는 무서운 놈이야"…자식 같은 내 개에게
처음 한복을 입은 태산이./사진=태산이 보호자 인스타그램

진돗개 보호자들이 겪는 편견을 제보해달라고 했다. 그걸 빠짐 없이 정리했더니, A4 용지 기준으로 무려 20장이 넘게 나왔다. 차마 다 옮길 수조차 없다.

사납고 공격성이 크다는 인식이 가장 많다. 계피(진도 믹스) 보호자가 동물병원에 갔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 "이런 개는 크고 사냥견이라, 조심해야 해요. 주인까지 다 물어버려요." 산책하다가 어떤 개 보호자가 이런 말도 했다. "이거 진돗개인가? 그래서 내가 산책시키다가 숨었지!"

진솔이(6살, 진돗개)도 산책하다 비슷한 일을 겪었다. 실외 배변을 선호해 하루에 세 번 나간단다. 그러다 이런 말을 들었다. "큰 개를 왜 데리고 나와!" "공원에 개 데려오지말어!" 진솔이 보호자는 "이런 소린 하도 많이 들어서 적응이 됐다"고 했다.

태산이(3살, 진돗개)가 킁킁 냄새 맡으며 즐겁게 산책하던 날, 지나가던 이가 이렇게 말했다. "쟤 무서운 놈이야." "넌 쟤한테 물리면 한입거리야, 물리면 큰일나." 태산이는 친화력이 좋아 매너 있게 다가가는 데도. 태산이 보호자는 "사람으로 치면 길가다 마주친 이에게 '넌 사람 잘 때리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막연히 공격할 거라 느끼니 또 자주하는 말이, "입마개 왜 안 해"다. 진돗개는 법적으로 입마개를 해야하는 맹견이 아님에도. 인천에서 진도 믹스(2살)를 키우는 보호자는 "저희 강아지는 사람에게 흥분하거나 짖지도 않고 무관심한데, 적대적인 사람들이 '저런 개는 입마개 해야지'라고 말하며 간다"고 했다.

"진돗개를 아파트서 키워? 집값 떨어져"
진돗개 진솔이가 좋아라하는 오빠방./사진=진솔이 보호자 인스타그램
또 하나는 진돗개가 '바깥에서 집 지키는 개'란 인식이다. 대체 이게 언제적 이야기인가.

최뚱이(5살, 진돗개)가 2살 때였다. 아파트에서 살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차로 가는데, 어떤 여자가 욕을 했다. 아파트에서 진돗개 키우는 미친 사람이라고. 집값 떨어진다고. 급기야는 아파트 복도에 전단지까지 붙였다. 그 아파트엔 시베리안 허스키도, 리트리버도, 사모예드도, 도베르만도 살고 있었다. 별 수 없이 집을 지어 나왔다고.

태산이(3살, 진돗개) 보호자도 "진돗개를 집에서 키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는 의아하다고 했다. 소형견에겐 그리 묻지 않는데, 왜 진돗개만 밖에서 키우는 게 당연한 건지 모르겠다고. 집에서 키우는 태산이 보호자는 희귀하고 대단한 사람이 돼 있었다.

더 심할 땐 '잡아 먹는 개'라고 한다. 단비(1살, 진도믹스)가 집 앞 공원에 갔을 때였다. 구석에서 보호자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갑자기 다가왔다. '우쭈쭈' 하기에 "눈으로만 예뻐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돌연 그는 "이런 개는 잡아 먹는 개였어. 보신탕집 갈 개라고"라며 으름장을 놨다. 단비가 불안해할까봐 아무 말도 못했다.

병원 찾기도 어려워…받아주면 '눈물'날 정도

진돗개 펑키의 생일. 그날이 귀해 이리 축하해주는 보호자 마음인데, 어떤 이들은 그걸 너무나 쉽게 대하려 한다./사진=펑키 보호자 인스타그램
더 나아가면 반려견 관련 시설, 병원에서까지 차별을 당한다고. 멤버십이 필요한 한 특급 리조트에서 진돗개·풍산개 등 토종견에 대해 공격성을 이유로 입장을 제한했었던 건, 이미 진돗개 보호자들 사이에선 유명한 얘기다. 이건 극히 일부다.

더 많은 사례는 이렇다. 백약이(진도믹스)는어렸을 때부터 애견 카페나 운동장을 많이 다녔다. 뛰어 놀기 좋아해서였다. 어리고 사회성이 좋았지만, 입장 거부를 당했다. '진도 믹스'란 게 이유였다. 해당 업체는 진돗개 입장을 거부한단 어떤 공지도 걸지 않았었다. 백약이 보호자는 "기분 좋게 방문했다가 울면서 돌아왔다"고 했다.

태산이(3살, 진돗개)는 주말마다 나들이를 즐겨 갔다. 역시 애견 동반 식당이나 카페, 숙박업소에서 진돗개란 이유로 거부 당했다. 그래서 미리 허락에 가까운 확인을 받고서야 행선지를 정할 수 있었다. 재작년엔 여수 여행을 계획하며 7군데 반려견 동반 숙박업소에 문의했으나, 진돗개임을 밝히자마자 모두 거절당했다. 독채 펜션인데도 그랬다.

놀러가는 건 그나마 양반이고, 가는 게 필수인 '병원'에서도 문전박대가 일상이다. 리미킴 펫트워크 대표는 "직원 중 한 명은 강남 15곳 병원에 전화로 문의했을 때, 진돗개는 안 된다고 거절을 당했었다"며 "마지막에 받아준다는 한 병원 얘기에 울었다"고 했다.

어떤 사나운 진돗개는, 과연 누가 만들었나
이렇게 짧은 줄에 묶여사는 진돗개, 진도믹스가 천지다./사진=독자 제공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가령 한 진돗개가 사납다면 말이다(백번 양보해서). 그 녀석이 처한 상황이 어땠었는지도, 깊이 생각해보자는 거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지 않으니.

무턱대고 묶어 키우지 않았나. 진돗개 이유(5살) 보호자는 "지나가다 묶여 있는 강아지 보면 80~90%가 진돗개나 진도 믹스"라며 "평생 묶여 산책도 못하는 강아지가 사나워지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심지어 진돗개는 자기 영역에 배변도 안 하는 깔끔한 개, 그게 보호자들 중론이다. 그런데 묶인 개들은 1m 반경 안에서 배변을 해야 한다. 내 똥오줌 옆에서 지내야 한다. 그 기분은 또 어떨까.

진돗개 해피 보호자도 "시골에서 1m 줄에 묶어, 춥던지 말던지 엉망인 환경에서, 바로 옆에 똥오줌을 싸고, 산책 한 번 못하는 진돗개 보호자들 때문에, 줄이 풀리면 공격적으로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니 어떤 진돗개가 사납다면, 그걸 누가 그리 만들었는가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설채현 수의사 "진돗개 향한 편견, 인종차별과 비슷"
설채현 수의사와 그의 반려견 세상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일광욕하는 중. 누구에게나 이처럼 귀한 나날인 것을./사진=설채현 수의사 인스타그램

이와 관련해 동물 행동전문가인 설채현 수의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우선 "개물림 사고 통계에서, 진돗개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결과는 아직 없다"고 명확히 했다.

진돗개를 향한 막연한 편견에 대해 설 수의사는 "말 그대로 편견이고, 인종차별과도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무조건 진돗개는 이렇다는 건 편견이고 간단히 말하는 것"이라며 "흑인들을 차별하지 말자, 그런 것과 같은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구체적인 설명은 이랬다. 진돗개가 기질적으로 사냥 본능 공격성이나 고집스런 면은 있단다. 그런데 얘네가 잘못된 게 아니란다. 우리가 진돗개를 키웠던 방식 자체가 그래서였다고. 설 수의사는 "50년 전만 해도 누군가 들어왔는데 짖지도 않고 꼬릴 흔들면 잡아 먹혔을테니까"라고 대변했다. 그렇게 만든 것 또한 '사람'이란 얘기다.

게다가 그런 기질 또한 각기 다르다. 모든 개가 그렇듯이.

계피가 신나서 날아다닌다. 진돗개가 아니라 그냥 누군가의 소중한 개다.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공격적인 아이라 떠들어대나. 그리 말하는 당신이 공격적인 것이다./사진=계피 보호자 제공

진돗개 계피사회성이 정말 좋다. 계피 보호자는 "산책하다 낯선 사람이 손을 흔들면 꼬리 흔들며 따라갈 정도"라고 했다. 동물병원서 고양이를 처음 접했을 땐 꼬릴 흔들며 얼굴을 핥아줬다고. 진돗개 덕수(5살) 또한 사납지도, 주인 밖에 모르지도 않는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예쁘다", "잘생겼다", "귀엽다"는 말만 들으면 꼬릴 흔들고 엉덩이를 들이밀며 반긴다.

덕수는 친화력이 이렇게 좋은데. 누가 뭐라 그러는 거니./사진=덕수 보호자 인스타그램


중요한 건 사회화다. 이에 따라 기질 역시 얼마든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 했다. 설 수의사는 "우리 아이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5개월 이전에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니 어떤 개든 '관리 부실견'이 문제라고. 설 수의사는 "개물림 사고를 일으키는 대부분은 맹견이 아니라 관리 부실견"이라며 "몇몇 보호자의 관리 부실을 진돗개란 종에 덮어 씌우는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어 "착하다고 알려진 개들도, 다른 개나 사람을 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Super cute, So adorable"…해외서 더 환호하는 '역설'
해외 유명 포토그래퍼 맨즈웨어독 인스타그램. 둘째로 6개월이 된 진도 믹스를 입양했다./사진=맨즈웨어독 인스타그램

한국에선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는 진돗개가, 해외에선 오히려 좋아한단 얘기가 들렸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최근엔 해외 유명 포토그래퍼가 둘째로 6개월이 된 '진도 믹스'를 입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맨즈웨어독(@mensweardog)'이란 SNS를 운영하는 패션 디자이너 부부는 추위에 많은 개들이 죽어가는 보호소에서, 진도 믹스를 입양했다고.

미국서 거주하는 두부·연두 보호자는 "미국인들은 진돗개를 잘 몰라서 처음엔 아키타냐, 시바견이냐 물어본다"며 "코리안 진도라 하면 10이면 10은 다 멋있다, 예쁘다고 감탄한다"고 했다. 지나가다 멈춰서 차 창문을 열고 물어볼 정도로 신기해하고 예뻐한다고. 실내서 키우기 좋다고, 냄새도 안 난다고, 헛짖음이 없다고 말이다.


역시 미국에서 허스키 진도 믹스 아더를 키우는 보호자도 "진돗개 붐이 일어서, 진도도 아닌 애들을 '진두우, 진두우'하며 자랑하고 다닌다"며 "산책할 때마다 잘생겼다고 칭찬 받는다. 모바일 회사 광고에도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키워보니 진도, 진도믹스처럼 깨끗하고 영리하고 충성하는 개가 드물다"고 했다. 이어 "제가 많이 아프면 잠도 안 자고 옆에서 지키고, 슬픈 일이 있으면 같이 눈물 흘리고, 악몽을 꿀 때면 여러 번 깨워준다""좋은 우리 것들의 가치를 모르고, 외국서 다 데려갈까 싶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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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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