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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태권도를 가르치던 미얀마 여성의 죽음을 애도하며

김원장 입력 2021. 03. 04. 05:14 수정 2021. 03. 0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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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또 한 명이 죽었다.

그녀는 어느 해 방학 때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태권도를 좋아했던 그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어제 그녀가 마지막으로 입은 검은색 티셔츠에는 'Everything will be OK'라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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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또 한 명이 죽었다. 그녀는 연락처와 자신의 혈액형이 적힌 글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는 "제가 죽으면 장기를 기증해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19살 대학생 마 째 신, 어제 오전까지는 시위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았다. 뜨거운 청춘은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어제 하루 미얀마에서는 최소 8명의 시위대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어제 (3일) 만달레이 시위현장의 마 째 신. 숨진 마 째 신은 “죽으면 장기를 기증해달라”는 글을 목에 걸고 있었다.


어제 그 만달레이의 시위현장. 총에 맞기 직전 마 째 신의 사진들이 SNS에 올라왔다. 사진 속에 그녀는 당당하고 의연했다. 그중에 우연히 태권도복을 입은 사진을 봤다. 궁금해졌다. 만달레이 교민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녀를 기억하는 친구의 페이스북을 찾았다.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19살 대학생. 그러던 중 몇몇 현지 교민분들이 답을 찾아주셨다.

그녀는 어느 해 방학 때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태권도복을 입은 사진의 궁금증이 풀렸다. 동남아 끝자락의 낯선 불교국가에서 그렇게 민주화를 외치다 죽은 젊은이는 우리 태권도를 좋아했었구나.


9시뉴스 리포트를 만들고 집에 들어와 다시 그녀에 대한 소식을 검색했다. 죽은 지 반나절이 막 지나고 미얀마인들의 탄식과 분노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러다 붉은색의 수의를 입은 사진을 발견했다. 그녀의 친구 페이스북에서 봤던 붉고 붉은 옷.

지난해 11월 총선 투표 날 그녀가 입었던 붉은 옷이 그녀의 수의가 됐다. 붉은색은 아웅 산 수 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상징하는 색이다. 그 총선에서 NLD는 83%의 지지를 얻으며 군부정당을 큰 표 차이로 압도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마 째 신은 아버지와 함께 생애 첫 투표를 했다(그녀는 무남독녀다). NLD를 상징하는 붉은색 옷을 입고 투표한 마 째 신, 그 옷은 그녀의 수의가 됐다.


언제부턴가 미얀마 청년들은 시위에 나가면서 자신의 혈액형과 연락처 등을 몸에 적는다. 실제 지난달 20일 다리에 총을 맞아 숨진 남성은 나흘만에 사망 사실이 가족들에게 전해졌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주말부터 군경에 즉각적인 시위해산을 지시했다. 미얀마에서 시위 참여는 이제 목숨을 건 일이 됐다.

어느 시위대 청년의 팔뚝에 자신의 연락처와 혈액형 등이 적혀있다.


만인의 이익을 위해 실탄을 장착한 군인의 앞에 설 수 있는 용기는 어떤 것일까. 거리에 선 미얀마 시민들의 무사를 기원한다. 태권도를 좋아했던 그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19살 마 째 신의 명복을 빈다. 어제 그녀가 마지막으로 입은 검은색 티셔츠에는 'Everything will be OK'라고 적혀있었다.

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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