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미국이 돌아왔다" 바이든의 외침이 공허한 이유

이준기 2021. 3.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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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의 대북(對北)정책 검토는 올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외교·안보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의 말처럼 바이든식(式) 대북해법 마련은 난제일 수 밖에 없다.

바이든이 입안자였던 '전략적 인내'는 미국 대북접근법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어서 과연 뾰족한 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WP는 동맹국들이 2024년 트럼프가 재집권하거나 그의 노선을 추종하는 인물이 바이든 뒤를 이으면 미국의 '트럼피즘'이 부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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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對北)정책 검토는 올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외교·안보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의 말처럼 바이든식(式) 대북해법 마련은 난제일 수 밖에 없다. 트럼프식 ‘톱 다운’을 받아들이기도, 이미 실패로 귀결된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로 돌아갈 수도 없다. 바이든이 입안자였던 ‘전략적 인내’는 미국 대북접근법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어서 과연 뾰족한 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일단 바이든은 빌 클린턴식 포괄적·단계적 접근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염두에 두고 ‘동맹규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동력을 받을진 의문이다. 이미 트럼프의 대중(對中) 압박을 사실상 계승하기로 한 마당에 북에 적잖은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적극적인 지지에 기대기도 쉽지 않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출구 없는 미궁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딜’이란 필시 상대가 솔깃해할 뭔가를 내놔야 물꼬가 트이기 마련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전 세계 최고권력자와의 만남’과 ‘한미 군사훈련 축소’란 선물을 내줬었다. 그러나 바이든이 이를 뛰어넘은 엄청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로선 북한이 먼저 예상을 뛰어넘는 협상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이마저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북한보다 선(先) 순위로 평가받는 바이든의 외교·안보 구상들이 잇달아 차질을 빚는 점은 악재다. 미국의 제재에도 미얀마 쿠데타발(發) 항의시위는 최악의 유혈 사태로 번졌고, 사우디 반(反)체제 언론인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실권자에겐 솜방망이 제재를 내리는 데 그쳐 논란을 샀다. 명실공히 최대 외교·안보 과제로 평가받는 이란 핵협정 복원은 요원하다. 양측의 기 싸움 속에 뭐하나 진척된 게 없다.

“미국이 돌아왔다”는 바이든의 외침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아직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이란과도 이럴진대, 북한과의 협상은 오죽하겠는가.

코로나 극복 등 겹겹이 쌓인 국내 문제가 바이든의 대외 확장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친정인 민주당 내 진보·중도 진영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양상도 부담이다. 당내 거물급들의 어젠다가 제각각이어서 바이든이 자기 색깔을 명확히 한 채 국정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자칫 내년 중간선거에서 의회권력을 공화당에 넘겨줄 경우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럴수록 트럼프의 재기 가능성은 커진다. WP는 동맹국들이 2024년 트럼프가 재집권하거나 그의 노선을 추종하는 인물이 바이든 뒤를 이으면 미국의 ‘트럼피즘’이 부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썼다. 이는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바이든에 밀착하기도, 또 거리 두기에 나서기도 애매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외변수가 수두룩한 상황에선 스텝 하나를 밟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당장 4월 재보선 이후 본격화할 대선정국을 앞두고 문재인정부와 여권이 최대 치적 중 하나로 자부하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이어나가고자 스텝을 꽤 멀리 뻗는다면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대선을 1년 남짓 남겨둔 한국 정부가 북한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오바마·트럼프 아래에서 대북협상을 담당했던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언급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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