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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에 '부패완판'으로 맞선 尹.. 중수청 반대 여론전 본격화

이창수 입력 2021. 03. 04. 06:03 수정 2021. 03. 04.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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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檢 소송만 하면 법무공단
중대범죄는 수사·기소 융합 추세"
검사·수사관 30여명과 간담회 가져
중수청 추진에 비판·우려 쏟아져
尹, 반부패수사청 등 대안도 제시
일각선 "與, 대화 창구 모색 여지"
박범계 "무게감 갖고 참고할 것"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는 재판의 준비과정이므로 수사지휘나 수사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만 하는 것은 검찰의 폐지와 다름없고 검찰을 국가법무공단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윤석열 검찰총장)

“나중에 지능범죄가 창궐하고 국가의 근간을 흔들 때 집이 불탄 것을 알게 될 텐데 그때 가면 늦을 것 같아 걱정이다.” (윤 총장과의 간담회 참석자)

3일 대구고검·지검에서 열린 윤 총장과 직원 간담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밀어붙이려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윤 총장 주재로 이날 오후 4시부터 2시간 30분여간 진행된 간담회에는 검사와 수사관 30여명이 참석했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융합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면서 미국 뉴욕 검찰의 증권범죄 대응 등 해외의 반부패 대응 시스템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평소 검찰개혁 방향으로 삼은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도 강조했다. 그는 “공정한 검찰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고, 국민의 검찰은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 자도 원칙대로 처벌해 상대적 약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상 책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후퇴할 것이라는 윤 총장의 우려에 참석자 사이에선 “갑자기 이런 법안이 추진되는 속뜻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거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날 윤 총장이 여권의 ‘검수완박’에 대응해 작심하고 ‘부패완판’으로 맞불을 놓자, 법조계 안팎에선 ‘윤 총장이 대국민 여론전을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 시즌 2’로 밀어붙이는 중수청 설립이 현실화할 경우 ‘부패가 만연할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국민이 막아주도록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공룡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중수청 설치 법안을 제정할 수 있는 만큼 윤 총장으로선 사실상 여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윤 총장이 이례적으로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 설치 움직임을 매섭게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적절치 못한 방식”이라는 청와대와 여당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윤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검사 생활 처음으로 인터뷰란 것을 해보았는데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실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의 검찰제도를 제대로 소개하고 (싶었다)”며 “제 경험에 비춰 지금 거론되는 제도들이 얼마나 부정확하게 소개되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올바른 설명을 드리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尹 지지·반대세력 ‘팽팽’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검찰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방문한 대구검찰청 앞이 윤 총장 지지자들과 반대 시민들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윤 총장은 중수청의 대안으로 ‘반부패수사청’이나 ‘금융수사청’, ‘안보수사청’ 신설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윤 총장의 대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여권의 검찰개혁 최종 목표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인데 이들 기관은 수사·기소권을 모두 갖는다. 다만 윤 총장이 직접 구체적인 타협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검찰과 여권 사이에 일종의 대화 창구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검찰 총수께서 하신 말씀이니 상당히 무게감을 갖고 참고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앞서 오후 1시50분쯤 윤 총장을 태운 검은색 제네시스 승용차가 대구지검 앞에 나타나자 청사 주변은 윤 총장 지지자와 반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00여명의 지지자들은 “윤석열! 윤석열!”이란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한쪽에선 “정치 검사 윤석열 탄핵!”“대구에서 물러가라!”는 외침이 나왔다. 급기야 양 측이 한데 엉키면서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기도 했다. 특히, 권영진 대구시장은 예고 없이 대구지검 청사를 찾아 윤 총장에게 꽃다발과 악수를 건네며 “총장님 행보를 응원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이 3일 대구고검에 도착해 조재연 대구지검장(오른쪽), 장영수 대구고검장(왼쪽) 등과 인사하고 있다. 대구=뉴스1
◆尹 잇단 ‘작심발언’에도 침묵하는 靑 내부선 “사실상 정치 행보” 부글부글

중대범죄수사청을 겨냥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틀 연속 ‘작심발언’에도 청와대는 직접 대응을 자제했다.

전날 ‘차분한 의견 개진’을 주문한 것 외에 특별한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는 것이다. 윤 총장의 정치적 입지를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다. 속내는 편하지 않다.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청와대는 3일 오후 윤 총장이 공개 질의·응답을 통해 여권의 중수청 설치 추진을 강하게 비판한 것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날 내놓은 입장 그대로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윤 총장에게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 총장의 언론 인터뷰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 “전날 입장이 지금까지 유효하다”고만 말했다.

청와대의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엔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오히려 윤 총장의 존재감을 부각했다는 학습효과 탓이다. 의도적 침묵이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변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속이 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윤 총장에 대한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윤 총장이 공개 비판을 내놓으면서 여권 강경파를 자극해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수청 추진이 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중수청과 관련한 윤 총장의 비판이 사실상 정치적 행보라는 시각이 강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윤 총장이 왜 저렇게 직접적으로 나서는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향후 정치를 위한 포석 다지기 아니냐는 의미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윤 총장의 행보가 매우 성급하고 부적절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계속 작심 발언을 이어간다면 청와대가 직접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법무부를 이어주는 신현수 민정수석의 거취가 청와대 의중을 드러내는 지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신 수석 거취에 대해 청와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대구=이창수 기자, 이도형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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