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포기하고 고객 쉼터 되자..'더 현대 서울' '잭팟' 터졌다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 입력 2021. 3. 4. 06:15 수정 2021. 3. 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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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문 연 '더현대 서울'
"오프라인 미래 없다고? 고객 눈높이에 맞춘 공간이 없었을 뿐"
'위드 코로나' 시대 백화점의 미래 제시
고객 휴게공간 곳곳에 넣어.."힐링하러 찾는다"
[서울경제]

#햇살이 좋은 날 1층 바닥에 천장 모양에 따라 햇살 무늬가 그려지고 미니 숲에는 햇살을 받고 나무가 자란다. 온실 모양의 작은 숲 옆에는 테이블과 벤치를 배치해 누구나 이 숲을 거닐다 쉴 수 있다. 1층에는 12m 높이의 폭포수가 떨어지고 폭포 근처에는 카페 매장을 배치해 물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천장은 유리로 제작해 1층까지 건물 전체를 오픈시키는 오픈시키는 건축 기법(보이드, Void)을 도입했다. 확 트인 공간 개방감을 위해 기둥도 없앴다. 기둥을 없애는 대신 건물 외곽에서 크레인이 건물 하중을 분산한다. 5~6층에 있는 작은 숲 '사운즈 포레스트(Sounds Forest)'에선 30여 그루의 나무숲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유럽의 큰 광장 옆 온실, 그리고 그 주위 카페에서 시민들이 식물을 보며 시간을 즐길 수 있는데 착안해 만든 공간이다. 유럽의 광장을 닮은 이 곳은 현대백화점(069960)이 최근 서울 여의도에 10년 만에 오픈한 ‘더현대 서울(The Hyundai Seoul)’의 모습이다.

백화점 공간의 불문율, ‘창문과 시계가 없다’는 공식을 과감히 깨자 소비자는 열광했다. 지난 달 26일 오픈한 이후 주말과 연휴에는 백화점 에스컬레이터가 가득찰 정도로 고객의 발 길이 끊이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시대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쇼핑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의 매력이 없다는 지적은 지겹도록 이어졌다. '더 현대 서울'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며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오프라인의 미래를 제시했다. 그동안 소비자가 오프라인을 외면한 것은 쇼핑 공간 자체가 아니라 그 공간이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됐다. 고객은 그저 상품이 빼곡히 진열된 오프라인이 아닌 더 새로운 경험을 바라고 있는데 이를 만족할 만한 공간이 없었던 것임을 말이다.

'더 현대 서울'에 입점되지 않으면 '힙하지 않은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더 현대 서울'은 먹거리, 볼거리 등 힙한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힙한 요소는 배치했지만 '백화점은 무엇을 사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앴다. 공간 6,611m²(2,000평)을 매장이 아닌 고객 휴게 공간으로 제시했다. 백화점 업계에서 서울에 있는 백화점의 1평 매출이 연간 1억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백화점에선 '공간=매출'이다. 이 공식을 깬 셈이다. 수도권 최대 규모인 현대백화점 판교점보다 넓지만 매장 수는 300개 이상 적다. 그저 노닐다 마음이 가면 들르라는 것. 구매 강요에 지친 현대인의 감성을 그대로 적중했다. 폭포 옆, 사운즈 포레스트 옆엔 주로 휴게 공간을 배치해 고객은 이 곳에서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개장 후 첫 주말을 맞은 '더 현대 서울'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문 연 서울 지역 새 백화점을 구경하러 온 인파로 여의도 전체가 교통체증 몸살을 앓을 정도였다.

'더 현대 서울'은 소비자가 백화점에서 원하는 감성을 건드렸다는 평가다. 지하 1층에는 축구장(7,140㎡) 2개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를 자랑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Tasty Seoul, 1만 4,820㎡, 4,483평)’에는 그야말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한 발 더 앞서 담았다. 한남동에서 멋집 맛집 마이나들 사이에서 인기인 '스틸 북스'를 입점시켰고, 와인 매장인 '와인 웍스' 한 켠에는 담배 '시가'도 함께 판매하며 벌써 맛집 애호가들 사이에서 '핫플'로 떠올랐다. 서울 유명 맛집인 몽탄·뜨락·금돼지식당이 손잡고 한국식 BBQ(바비큐) 메뉴를 선보이는 ‘수티’를 비롯해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 일본식 돈까스 전문점 ‘긴자 바이린’ 등 맛집은 덤이다.

1층 구찌와 보테가베타타 프라다 매장은 의류부터 악세서리까지 '풀 카테고리' 매장으로 들어섰다. 다른 백화점에서 이들 매장은 샤넬, 루이비통 대비 대기자가 많지 않은 편이지만 다양한 카테고리가 입점한 만큼 이들 매장도 북적거렸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루비이통 등도 현재 논의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루이비통 등 다수의 유명 명품 브랜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오픈 후에도 지속적으로 명품 브랜드를 보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 현대 서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상품 구성이다. 상품 구성을 미니숲인 '사운즈 포레스트'를 중심으로 꾸며 실제 공원을 거닐며 가전이나 유아동 용품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삼성과 LG매장 역시 백화점 최대 규모로 프리미엄 오디오인 하만카돈부터 LG의 롤러블TV 까지 전시해 보는 맛도 더했다.

지난 2일 더 현대 서울을 방문한 한 30대 고객은 "기존 백화점은 물건을 보는 목적성 소비를 하러 왔다면 이곳은 진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며 "백화점이 마치 공원이나 휴게 공간인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더 현대 서울’은 유통가에서도 가장 뜨거운 화제거리다. 다른 백화점 업계, 오프라인 중심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곳을 다녀가야 화제에 낄 수 있다는 후문이다. 오프라인의 미래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데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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