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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의 돌직구] 제주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허상이다

유준상 입력 2021. 03. 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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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2015년 '카본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를 선언했다. ⓒ제주도청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풍력 발전기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높이가 족히 100m는 돼 보이는 풍력 발전기가 제주의 거센 바람을 맞으며 거대한 블레이드(날개)를 돌린다. 해안선을 따라 장관을 이루고 있는 풍력 발전기들은 어느 새 제주의 상징물이 되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일찍이 2015년 '카본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를 선언했다. 2030년까지 도내 전력 생산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여 탄소 배출량이 '0'인 섬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 중립' 보다도 20년이나 앞선 셈이다.


연료비가 들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여 탄소 배출이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원희룡 지사의 목표는 건강하고 훌륭하다. 하지만 제주도 전원 믹스 실상을 보면, 2050년 탄소 중립 실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0'에 수렴한다는 게 문제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19년도 한 해 동안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71만2843MWh다. 같은해 제주의 전력 판매량이 537만4285MWh인 점을 고려하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에는 '허수'가 숨겨져 있다. 현재 제주의 신재생에너지 중 재생에너지보다 신에너지가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다. 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태양광과 풍력 비중은 각각 11%, 20%에 불과하지만, 신에너지로 분류되는 바이오에너지(186만981MWh)는 70%에 달하는 실상이다.


탄소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태양광과 풍력과 달리 바이오에너지는 탄소를 배출한다는 함정이 있다. 바이오에너지 중 가장 비중이 높은 바이오중유는 기력발전 연료로 사용되는데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한국남부발전 남제주화력발전소 관계자는 "바이오중유는 일반 중유의 연소 과정과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을 모두 배출한다"며 "일반 중유의 탄소 배출량이 10이면 바이오중유는 7~8 정도 배출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제주는 중유에서 바이오중유로 기력발전의 연료만 바꾼 뒤 신재생에너지로 편입시키는 작업을 발빠르게 이행 중이다. 그 결과 바이오에너지 비중은 2018년 2만138MWh에서 2019년 186만981MWh으로 1년 새 200배 가까이 급증했다.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지 않고, 제주도청 및 지역 전력공기업들이 '보여주기식'으로 신재생에너지 성과지표 달성에만 급급해 눈속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탄소 중립 실현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제주는 높은 육지 전력 의존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통해 육지로부터 공급받는 전력량이 도내 전력 소비의 25%를 차지한다. HVDC로 송전받는 육지 전력은 탄소를 뿜는 화력발전, 가스발전이 기저발전을 이룬다.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HVDC의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화력과 가스가 육지발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저탄소 에너지 자립'을 실현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종합해보면. 2019년 제주 신재생에너지 총발전량 271만MWh 중 바이오 187만MWh, 태양광 31만MWh, 풍력 55만MWh, 수력 2553MWh, 폐기물 86MWh로 구성된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 풍력, 수력의 도내 전력 수요(537만MWh) 기여도는 15%에 불과한 셈이다.


목표 달성까지 9년이 채 남지 않았는데 실제 발전량 기여도는 사실상 걸음마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완전한 탄소중립 자립섬"이란 제주의 목표는 '공허한 외침'이 될 가능성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데일리안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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