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동물' 매, 매해 1만km 장거리 이동 가능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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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가운데 가장 빠른 시속 320㎞ 속도로 먹이에 돌진하는 매가 해마다 북극 툰드라에서 동남아 열대까지 1만㎞가 넘는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처럼 장거리 이동하는 매는 '이동 유전자'가 있어 장기간 기억을 돕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자들이 매의 유전체를 분석했더니 동아시아의 콜리마 집단 등 먼 거리를 이동하는 매일수록 이 유전자의 특정한 변이가 자주 나타나며 이런 변이가 장거리 이동에 필수적인 장기 기억에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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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툰드라서 동남아 열대 섬까지..장기 기억 돕는 '이동 유전자'도 확인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른 시속 320㎞ 속도로 먹이에 돌진하는 매가 해마다 북극 툰드라에서 동남아 열대까지 1만㎞가 넘는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처럼 장거리 이동하는 매는 ‘이동 유전자’가 있어 장기간 기억을 돕는 사실이 드러났다.
잔샹쟝 중국 과학아카데미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번식지인 북극 툰드라 지역에서 번식한 뒤 유라시아 전역에서 월동하는 매 56마리에 위성추적 장치를 달아 5개 이동 경로를 조사하는 한편 35마리의 유전체(게놈)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4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마이클 브러포드 영국 카디프대 교수는 “매의 이동과 유전체 데이터를 결합해 연구한 결과 기후변화가 매가 이동을 시작해 유지해 오는 데 큰 구실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위성추적 결과를 보면 툰드라의 여름 동안 번식을 마친 매들은 9월부터 겨울을 나기 위해 긴 여행에 들어갔다. 서유럽에서 이동 거리는 2280㎞로 가장 짧았고 동아시아에서 1만1002㎞로 가장 길었다.
북동 러시아의 끄트머리인 콜리마 강 유역에서 번식한 동아시아 매는 한반도와 중국 동부를 거쳐 인도차이나에서 월동했고 일부는 인도네시아 자바까지 이동했다. 이들은 홀로 여행했으며 이동 기간은 평균 27일이었다. 동아시아 매의 이동 거리는 세계 최장거리 철새인 큰뒷부리도요에 버금간다(▶태평양 1만2천 킬로 논스톱 비행 기록 도요새).
매는 해마다 유라시아 전역을 5개의 비슷한 경로를 통해 이동했다. 월동지는 해마다 같았고 번식지도 5㎞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런 이동 경로는 언제 형성된 것일까.
연구자들은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이런 이동 경로가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이던 2만2000년 전과 홀로세 중반인 6000년 전 사이에 형성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의 개체수도 장기적으로 환경변화에 영향을 받았다. 번식지인 툰드라 지역이 넓어지는 빙하기 때 매의 개체수도 많았고 간빙기로 접어들면 수가 줄었다.
기후변화는 이주 방향도 바꿨다. 빙하기 때 유럽에는 월동지가 거의 없어 매는 동남아 쪽에서 겨울을 났다. 홍적세 중반인 6000년 전 다시 유럽 월동지가 늘자 이주 방향도 현재와 같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인위적 기후변화는 매의 이주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연구자들이 모의 분석한 결과 2070년이면 서유럽의 매는 계절별 이동을 중지하고 동아시아의 매는 지금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간빙기에 매는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인데 기후변화로 이동 거리가 길어지면 그만큼 사망률이 높아져 개체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새의 장거리 이동을 돕는 ‘이주 유전자’가 확인되기도 했다. ADCY8란 유전자는 동물의 장기간 기억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이 매의 유전체를 분석했더니 동아시아의 콜리마 집단 등 먼 거리를 이동하는 매일수록 이 유전자의 특정한 변이가 자주 나타나며 이런 변이가 장거리 이동에 필수적인 장기 기억에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 저자인 잔샹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철새의 생태적 진화적 요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냈다”며 “그런 이해가 세계의 이주 동물 보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매는 어청도, 굴업도 등 외딴섬이나 바닷가 절벽에 둥지를 틀고 번식하는 텃새와 겨울 철새가 있으며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코앞에 달려든 매의 눈…10초가 길었다).
인용 논문: Nature, DOI: 10.1038/s41586-021-03265-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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