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조준사격' 의혹..시민들, 유엔에 보호책임 촉구

임세정 입력 2021. 3. 4. 16:53 수정 2021. 3. 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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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재 외교관 등 공무원 불복종 운동 참여 늘어
美 "미얀마 군정 추가 제재 검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4일 경찰이 반군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걸어오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를 향해 저격수를 동원해 조준 사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폭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가 커진 가운데 미얀마 시민들은 유엔에 ‘보호책임(R2P)’을 촉구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은 “3일 미얀마에서 10명 이상의 시위대가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면서 “군경이 비무장 민간인들을 상대로 조준 사격을 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SNS에는 이날 만달레이에서 시위 도중 사망한 19세 여성 치알 신과 찻집 안에서 시위 상황을 지켜보던 대학생, 부상당한 여성 시위 참여자를 구하려던 20세 음식 배달앱 직원 등이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시위대는 조준 사격하는 저격수의 시야를 방해하기 위해 연막탄을 피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에 대해 군부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군부는 지난 1일 국영 MRTV를 통해 “시위대 해산과 관련, 군경은 실탄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다”면서도 “군경은 시위대가 생명에 위해를 가할 경우, 시위대 허리 아래로 사격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은 2월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날”이라면서 “이제 쿠데타 이후 총 사망자가 5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유엔은 이날 하루에만 시민 3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미얀마인들은 SNS 등을 통해 유엔에 R2P를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행동을 호소했다. 하고 나섰다. 시민들의 희생이 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가 실질적인 개입은 주저하며 ‘우려 성명’만 반복하는 데 따른 것이다. 3일 숨진 시민 치알 신은 생전 ‘미얀마를 구해줘’라고 한국어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미얀마 시민들이 요구한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가 강제 조치 등을 통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2005년 유엔 정상회의에서 결의된 R2P는 2006년 안전보장이사회 추인을 거쳐 국제규범으로 확립됐다. R2P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축출할 때 처음 사용됐다. 2014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도 북한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보호책임을 거론한 바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문민정부 복귀를 평화적으로 요구하는 버마 국민에게 자행된 폭력을 목격해 간담이 서늘하고 끔찍하다”면서 미얀마 군정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에도 미얀마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산차웅구와 파떼인구, 흘라잉구 등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1000명 안팎의 시위대가 다시 몰려들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시민들은 군경의 조준 사격을 피하기 위해 시위대 주변으로 줄을 친 뒤 그 위에 천이나 전통치마 등을 걸기도 했다.

군정에 저항하는 공무원 숫자도 늘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공보부 산하 미얀마뉴스통신(MNA)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115명이 전날 성명을 내고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정은 초 모 툰 전 유엔주재 미얀마 대사의 후임으로 틴 마웅 나잉 주유엔 부대사를 임시 주유엔 대사로 임명했으나 틴 마웅 나잉 부대사는 3일 전격 사임했다. 초 모 툰 전 대사는 지난달 26일에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연설한 뒤 해임됐다.

군정은 이후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호주 등 19개국에 나가 있는 외교공관 직원 최소 100명을 소환했다. 그러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재 미얀마 영사관의 먀 먀 치 총영사도 군정의 소환 명령에 따르지 않고 불복종 운동에 참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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