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뷰] 송범근과 교체된 01년생 GK 김정훈, "저도 몰랐던 교체 데뷔전"

이현호 기자 입력 2021. 3. 4. 18:41 수정 2021. 3. 4. 19: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풋볼] 이현호 기자 = 2001년생 전북현대 막내 골키퍼 김정훈(19)은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데뷔전 기회를 맞았다.

전북은 지난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2021 하나원큐 K리그1 공식 개막전을 치렀다. 후반 30분 상대 수비수 김원균의 자책골과 추가시간에 나온 바로우의 추가골로 전북이 2-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전북은 송범근을 선발 골키퍼로 내세웠다. 송범근은 지난 2019, 2020시즌에 2년 연속 리그 전경기 풀타임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쓴 주전 골키퍼다. 올해로 만 23세, K리그 4년 차를 맞은 그는 벌써 리그 96경기에 출전했다. 이르면 이번 3월 안에 100경기 출전 기록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송범근이 개막전 후반전에 교체 아웃됐다. 전북은 U-22 룰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5번째 교체카드로 송범근을 빼고 김정훈을 투입했다. 후반 33분에 투입된 그는 남은 시간 동안 서울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김정훈은 '인터풋볼'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데뷔전 소감 및 앞으로의 목표를 들려줬다.

-FC서울전에서 갑작스런 데뷔전을 치렀다. 소감은.

전북 입단 3년 만에 드디어 첫 경기를 뛰었다. 이런 좋은 팀에서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에 뛸 수 있어서 영광이다. 무엇보다 경기 출전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후반전 33분에 교체 투입됐다. 본인이 꿈꾸던 데뷔전과 조금 달랐을 것 같다.

데뷔전을 교체로 뛸 줄은 몰랐다. 골키퍼는 교체로 들어가기 힘든 포지션이다. 경기에 들어가니 수비수 형들이 편하게 해주셨다. 감독, 코치님들도 편하게 뛰고 오라고 격려해주셨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경기다.

-선방 1개를 기록하며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김승대에게 찔러준 역습 롱패스도 인상적이었다.

큰 실수 없이 무실점으로 마쳐서 기쁘다. 골 안 먹은 게 가장 기쁘다. (패스 성공률이 100%로 나왔다.) 제 킥을 (김)승대 형과 일류첸코가 잘 받아준 덕이다. 승대 형은 워낙 움직임이 좋다. 일류첸코는 키가 커서 웬만하면 공은 다 받는다.

-데뷔전 치른 뒤 연락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가족, 사촌, 팬들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왔다. 그렇지만 제가 먼저 연락을 드린 게 더 많다. 초중고 지도자 선생님들께 먼저 연락드려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데뷔전 치렀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분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김상식 감독은 "골키퍼 교체를 두고 코치진과 얘기를 했지만 (송)범근이에게는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본인도 교체 여부를 몰랐는지.

저도 따로 들은 얘기가 없었다. 이운재 코치님이 경기날 오전에 '언제든지 준비하고 있어'라고만 했다. 그게 교체 투입인 줄은 몰랐다.

-송범근이 교체로 나오면서 웃고 있더라. 끝나고 서로 어떤 대화 나눴나.

범근이 형은 2년 연속 풀타임 기록을 쓰고 있었다. 저 또한 형의 풀타임 기록이 깨져서 아쉽다. 형이 제게 '수고했다'며 안아줬다. 덕분에 많이 보고 배운다. 궁금한 점, 모르는 점이 있으면 골키퍼 코치님뿐만 아니라 범근이 형에게도 많이 물어본다. 친절하게 알려준다.

-팀에 송범근, 이범영, 황병근 등 골키퍼 선배들이 많다. 막내로서 배울 게 많겠다.

범근이 형은 신인으로 입단하자마자 주전으로 올라섰다. 지금도 나이가 어린데 경기를 뛰면 뛸수록 성장하는 게 보인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배우려고 한다. 범영이 형은 올림픽, 국가대표까지 다녀온 분이다. 제 룸메이트다. 자기 전에 항상 좋은 말해준다. 병근이 형은 군대에서 막 전역했다. 칭찬 많이 해준다. 모든 골키퍼 선배들이 다 잘해준다. 좋은 선수가 많아서 경쟁은 어렵지만 배울 점이 많다.

-이운재 골키퍼 코치가 전북에 새로 합류했다. 선수 본인은 2001년생이어서 이운재 코치 현역 시절 플레이를 잘 못 봤을 것 같다.

어렸을 때 A매치를 많이 챙겨봤는데 그때도 이운재 코치님은 항상 붙박이 주전이었다. 최근 코치님 스페셜 영상 챙겨보고 있다. 킥, 캐칭, 경기 운영 등 모두 안정적이다. 특히 역습 상황에서 찔러주는 발리킥이 예술이다. 왜 국가대표 넘버원이었는지 알 것 같다. 훈련장에서도 발리킥, 슈팅을 때리면 정말 정확하게 날아간다. (처음 만났을 때 무섭진 않았나.) 첫인상만 조금(웃음)... 지금은 무서운 게 딱히 없다.

-전북에서 골키퍼로 훈련하다보면 K리그 톱클래스 공격수들을 상대할 텐데, 특히 어려운 슈팅이 있었나.

고등학교 때 1군으로 콜업돼서 잠깐 훈련한 적이 있다. 로페즈 슈팅이 정말 강했다. 공이 골대 맞고 나오는데 저는 그때 팔을 뻗고 있었다. 고등학교 레벨에서 경험한 적 없는 슈팅이었다. (이)승기 형은 중거리 슛이 너무 좋다. 그것도 못 막냐고 놀린다. 쿠니모토도 약올리면서 때린다. 슈팅 궤적이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온다. 멤버가 너무 좋으니까 훈련하면서 발전하게 된다.

-올 시즌 1경기 소화했다. 목표하는 경기 수가 있다면.

개막하기 전에는 'K리그든, FA컵이든 ACL이든 데뷔만 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U-22 룰이 바뀌면서 출전 기회를 얻었다. 이제는 K리그, FA컵, ACL 다 합쳐서 5경기 정도 뛰고 싶다. 저 말고도 좋은 형들이 많아서 경쟁이 힘들다. U-22 룰을 떠나서 더 좋은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

-전북 유스(영생고) 출신 선배들(권경원, 이주용, 장윤호, 이성윤 등)이 프로에 많이 올라왔다. 그 뒤를 이은 소감은.

전주성에서 볼보이할 때부터 경원이 형, 주용이 형, 윤호 형 보면서 '나중에 나도 유스 출신으로 전주성에서 데뷔하고 싶다. 팬들 응원 받고 싶다'고 꿈꿔왔다. 그 꿈을 이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다. 지금 금산중, 영생고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 최근 금산중, 영생고가 중고등학교 랭킹에서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형들 때보다 더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홈관중 육성응원이 금지됐다. 데뷔전에서 "김정훈!" 외치는 걸 듣지 못해 아쉬웠겠다.

교체 들어가는데 제 골대 뒤에 계신 팬들이 박수를 많이 쳐줬다. 공 막을 때, 킥 찰 때마다 환호성 질러줬다. 마스크 너머로 다 들렸다. 너무 감사할 뿐이다.

사진=전북현대 제공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