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억 빌려 땅 산 LH직원, 주변에 "나는 부동산 컨설턴트"

김유나,권중혁,방극렬 2021. 3. 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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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예정지인 경기도 시흥시의 땅을 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E씨가 매입 과정에서 자신을 '부동산 컨설턴트'라고 소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E씨는 2019년 9월과 이듬해 2월 해당 지역 일대 부동산 2개 물건을 구입하면서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대출받아 LH 직원 투기 의혹의 핵심에 있는 인물이다.

건물 1층의 공장을 운영하는 F씨는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E씨가 계약 당시 자신을 부동산 컨설턴트라고 소개했다. LH 직원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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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건물 구입 땅은 공동 명의로
5개월 뒤 인근 농지 추가로 매입
두번째 매매 땐 위장전입 의혹도
국민의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이 4일 오전 LH공사 직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경기도 시흥시의 땅을 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E씨가 매입 과정에서 자신을 ‘부동산 컨설턴트’라고 소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E씨는 2019년 9월과 이듬해 2월 해당 지역 일대 부동산 2개 물건을 구입하면서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대출받아 LH 직원 투기 의혹의 핵심에 있는 인물이다.

4일 국민일보 취재팀이 E씨가 산 부동산 2건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그는 2019년 9월 4일 시흥시 과림동에 위치한 2층짜리 건물을 자신 명의로 샀다. 같은 자리의 땅 330㎡(약 100평)는 다른 2명과 공동 명의로 매입했다. 2명 중 1명은 성과 이름의 첫번째 글자가 E씨와 같아 가족으로 추정된다. E씨의 토지 지분은 66.6%(220㎡)이고 나머지 2명이 16.7%씩 갖고 있다. E씨는 이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북시흥농업협동조합에서 5억3300만원을 대출받았다.

해당 건물 1층에는 두 개의 작은 제조 공장이 입주해 있다. 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2층은 공장 직원 기숙사로 쓰이던 곳이다. E씨는 건물을 매입하며 기존에 공장 주인들이 맺었던 임대계약을 그대로 승계했다.

건물 1층의 공장을 운영하는 F씨는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E씨가 계약 당시 자신을 부동산 컨설턴트라고 소개했다. LH 직원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컨설턴트니까 (건물과 토지로) 차익을 남기기 위해 계약을 맺나보다 싶었다”며 “젊은 사람이 돈도 많이 벌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계약 당시 E씨는 40대 초반이었다.

공장 관계자들은 E씨가 건물에 거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공장장이라고 밝힌 건물 세입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층은 원래 직원 기숙사로 쓰다가 직원이 없어 (내가) 살겠다고 계약서를 썼다”며 “그런데 (지난달에) E씨가 자기가 들어와 살겠다며 나가라고 하더라”고 했다.

F씨 등에 따르면 이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는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이자 비용을 고려하면 임대 수입을 노리고 대출 수억원을 받아 건물을 샀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발 정보를 바탕으로 보상 등을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씨는 공장 건물과 부지를 사고 약 5개월 후인 2020년 2월 그곳에서 200m 떨어진 곳의 농지를 추가로 매입했다. 5025㎡(약 1520평) 규모로, 이때 땅을 산 사람은 E씨를 포함해 모두 7명이다. 그 가운데 5명이 LH 직원이다. 나머지 2명은 LH 직원의 가족이나 지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구입한 필지는 매매 계약이 체결된 뒤 4개 구역으로 쪼개졌다. E씨는 땅의 지분 20%(1005㎡)를 갖고 있다. E씨는 토지를 구매하기 위해 북시흥농협에서 4억2900만원을 또 한 번 대출받았다. 과림동의 건물과 땅을 매입하기 위해 6개월 사이 모두 9억6200만원을 대출받은 것이다.

E씨의 두 차례 부동산 매매에서 등기부등본상 주소지는 서로 다르게 기록돼 있다. 첫 매매 때는 서울 강남구로 기재돼 있으나 두 번째 매매에서는 자신이 구입한 공장 건물에 주소지를 둔 것으로 나온다. 실제로 살지 않으면서 주소만 시흥으로 옮겨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보상 과정에서 유리하도록 위장전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시흥=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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