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범은 경유차? 문제는 비연소성 미세먼지

2021. 3. 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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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미세먼지 정책 전환, 빠를수록 좋다

[장수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코로나19 유행으로 수면 아래에 가라앉은 사회적 이슈들이 많다. 도시 미세먼지도 그 중 하나다. 미세먼지는 일 년 내내 우리의 일상을 괴롭혔지만 겨울부터 봄 사이에 특히 기승을 부리곤 했다. 이 불청객이 건강 등 삶의 질은 물론 도시경쟁력의 주요 지표 중 하나로 인식된 지 오래다.

사람들은 미세먼지라고 하면 '중국발 미세먼지'와 '미세먼지의 주범 경유차'를 쉽게 떠올린다. 중국발 미세먼지야 단기간에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경유차는 당장 퇴출시켜야할 주범으로 여긴다. 이런 인식은 이제 국민적 상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과연 교통부문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주범이 경유 자동차일까?

미세먼지란 무엇인가?

미세먼지란 대기 중에 떠다니는 아주 작은 크기의 물질을 말한다. 미세먼지는 개수로도 측정되지만 통상 크기에 따라 분류된다. 지름이 2.5㎛(마이크로 미터)이하인 물질을 초미세먼지(PM2.5), 이보다는 크지만 지름이 10㎛이하인 물질을 미세먼지(PM10)라고 각각 부른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이들을 통칭해 미세먼지라고 한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PM10은 코나 기관지 정도밖에 침투하지 못하지만 초미세먼지는 폐는 물론 혈관을 따라 뇌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폐에 흡착된 미세먼지는 천식과 폐질환의 원인이 되고, 뇌까지 침투한 미세먼지는 각종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의 2015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초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경유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휘발유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의 최대 30배에 달한다는 몇몇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미세먼지와 건강피해 저감을 위해 경유차 감축 적극 추진, 환경부 보도설명자료, 2019년 1월 11일).

이를 언론이 크게 보도하고 일부 환경학자들의 오피니언이 결합되면서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란 인식이 기정사실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의 녹색교통지역 운행제한을 비롯한 정부정책도 경유차 퇴출과 함께 전기차, 수소차 등 이른바 친환경차 보급에 맞춰졌다.

연소성 미세먼지가 교통부문 미세먼지의 전부?

이런 인식은 교통부문의 미세먼지를 연소성 미세먼지에 국한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연소성 미세먼지란 자동차 내연기관에서 연료와 산화제의 발열반응 과정에서 생겨나는 미세먼지를 말한다. 자동차 배기가스는 연기, 분진, 그을음 등의 입자와 휘발성유기화합물, 질소산화물 등의 기체로 구성된다. 이 입자들을 1차 생성 미세먼지라고 하며, 지름이 상대적으로 큰 PM10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편 자동차 배기구를 통해 배출된 기체, 특히 질소산화물은 공기 중에서 수증기, 오존, 암모니아 등과 결합해 미세먼지로 변한다. 이를 2차 생성 미세먼지라 하는데 PM2.5가 대부분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경유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2차 생성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많아 결과적으로 2차 생성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하게 된다.

이런 경향은 국립환경과학원이 매년 집계하는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표1>은 이 통계 중에서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17년 배출원별 미세먼지 배출량의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 중에서 교통 즉, 도로이동오염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서울의 PM2.5가 약 17%이며, 나머지는 전체 발생량 대비 10% 미만이다. 주목할 부분은 도로이동오염원 배출량의 대부분을 경유차 비중이 높은 레저용 차량(RV)와 화물차가 차지하는 점이다. 따라서 이 자료만 보면 경유차가 교통 활동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주범처럼 보인다.

▲ 표 1. 2017년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 일부 ⓒ국립환경과학원 , 장수은 정리

이제 비연소성 미세먼지에 주목할 때

하지만 교통부문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연소성 미세먼지만이 아니라 비연소성 미세먼지도 있다. 비연소성 미세먼지란 말 그대로 교통 활동으로 발생하나 자동차 내연기관 내 연료연소와 무관하게 만들어지는 미세먼지를 말한다.

주행 중 타이어와 노면 마찰로 발생하는 마모성 미세먼지, 브레이크 조작으로 패드 등이 닳아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기존 노면 미세먼지의 재비산에 의한 미세먼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러한 비연소성 미세먼지를 비산먼지에 포함해 집계한다. 표1의 중분류 중 '도로재비산먼지'와 '비포장도로 비산먼지'가 바로 비연소성 미세먼지다.

우리나라의 교통부문 비연소성 미세먼지 배출량은 전반적으로 연소성 미세먼지 발생량 보다 많고, 특히 서울의 비연소성 PM10 배출량은 연소성 PM10 배출량의 4.6배를 상회한다. 이러한 경향은 2017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7년과 동일한 기준으로 집계된 2015년과 2016년의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주요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림1은 EMEP(European Monitoring and Evaluation Programme)가 유럽 주요국을 대상으로 집계하고 있는 미세먼지 발생량을 연소성 미세먼지 대비 비연소성 미세먼지의 비중으로 재정리한 것이다.

국가별 일부 차이를 보이나 전반적으로 2000년의 비연소성 미세먼지 발생량은 연소성 미세먼지 발생량의 절반에 못 미치나 2018년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에서 1배 이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18년 영국의 비연소성 PM2.5 발생량은 연소성 PM2.5 발생량의 2배를, 같은 해 핀란드의 비연소성 PM10 발생량은 연소성 PM10 발생량의 8배를 각각 상회한다.

▲ 그림 1. ⓒ장수은

삶의 가치와 생활방식의 변화가 원인

그럼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주요국도 과거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교통 미세먼지라고 하면 연소성 미세먼지를 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환경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더 크게 인식되면서 배출규제가 강화되었고,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등 매연저감장치의 성능도 점차 향상되었다.

그 결과 연소성 미세먼지 배출량은 점점 줄어들었고, 특히 경유차의 연소성 미세먼지 배출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심지어 유로VI 기준으로 2019년 프랑스에서 실시된 실험에서는 휘발유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경유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의 4-5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었다.

한편, 같은 시기 소득이 증가하고 여가 등 삶의 질이 중시되면서 사람들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등 더 크고 더 넓은, 결과적으로 더 무거운 차를 선호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자동차와 도로의 마찰력이 커져 비연소성 미세먼지 발생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이런 결과는 삶의 가치와 생활방식의 변화가 원인이므로, 이 경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연구이기는 하나 배터리 무게 때문에 전기차의 비연소성 미세먼지 배출량이 연소성 미세먼지 감소분을 상쇄함은 물론 동급 내연기관 미세먼지 배출량보다 더 많다는 연구결과도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다.

정책전환, 빠를수록 좋다

결국 내연기관의 유종에 주목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저감 전략은 재고되어야 한다. 이제 정책방향은 비연소성 미세먼지에 맞춰져야 하며, 핵심은 자동차와 도로의 마찰강도를 줄이는 데서 찾아야 한다. 우선 마모에 강한 도로 포장재와 타이어가 개발되어야 한다. 탄소섬유 등 현재의 철재 차체보다 더 튼튼하고 더 가벼운 신소재 개발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개발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배기량 기준 현행 세제를 자동차 하중 기반 세제로 개편하고 도로 물청소를 더 자주 시행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 처방이 비연소성 미세먼지를 줄이는 근본 대안일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건강한 도시환경을 위해 정책전환이 빠를수록 좋은 이유이다.

<필자소개>

장수은 교수는 영국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교통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통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제저명학술지인 Transportation Letters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국토교통부의 철도산업위원회 등 중앙부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교통계획/정책, 지속가능한 교통, 철도교통, 교통 빅데이터와 AI 등이 있다.

[장수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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