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증서' 춘추전국시대..은행·빅테크·통신사 선점 경쟁 나서

김병탁 2021. 3. 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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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출시 18개월 만 가입자 700만명 돌파..타은행도 자체 인증 선보여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사 포함 통신사도 '민간인증서' 내놔
(KB국민은행 제공)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민간 전자서명 이용 예시(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1999년 처음으로 공인인증서(現 공동인증서)가 도입된 이후, 약 21년간 정부가 부여해온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한국정보인증 등 6개 기관이 발급한 공동인증서 외에도, 민간업체가 개발한 민간인증서도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전자인증제도는 금융 보안뿐 아니라 고객 이용 편의성과도 직결된 만큼, 현재 은행사들이 앞다퉈 독자적인 민간인증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통신사와 빅테크사들도 전자인증 시장에 끼어들며,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권 다양한 전자인증 서비스 선보여

은행사들이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고 고객 이용 서비스 개선을 목적으로, 다양한 민간인증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전자인증 시장의 경우 아직 규모는 크지 않으나, 성장성이 큰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 전자인증 시장규모는 약 700억원으로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럽 등 글로벌 다중 인증 시장 규모는 6조원 규모이며, 2025년 2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인증서의 독점적인 지위가 폐지된 지금, 국내 전자인증 시장규모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공동인증서를 대체하기 위해 지난 2019년 7월 자체기술로 KB모바일인증서를 개발했다. KB국민은행뿐 아니라 KB증권, KB카드, KB손해보험, KB생명보험, KB저축은행 등 주요계열사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복잡한 암호대신 패턴, 지문, 간편비밀번호 등 편리한 인증방법과 타인증서와 달리 유효기간이 없는 장점 덕분에 출시한 지 약 18개월 만에 누적가입자 700만명을 돌파했다.

또한 KB모바일인증서는 지난해 12월 △PASS △삼성패스 △NHN페이코 인증서 △카카오 지갑 등과 함께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행정안정부의 '공공분야 전자서명 시범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올해 1월부터 국세청 홈택스, 정부24, 국민신문고 등에서도 공동인증서를 대체해 전자인증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최근 전자인증 서비스 '쏠(SOL) 인증'을 내놓았다. 사용자 편의를 위해 기존 본인인증에만 제공해온 생체인증 서비스인 '원패스(OnePass)'를, 전문 보안 솔루션 개발업체인 '라온시큐어'를 통해 쏠 인증에도 확대 적용한 상태다.

원패스는 GS인증과 FIDO(fast identity online) 인증을 획득한 생체인증 플랫폼이다. 모바일 단말기, PC, 웹브라우저 등 인증 환경에 제약 없이 사용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SAML, JWT, RestAPI 등 표준 기술을 지원해 기존 시스템의 환경 변화를 최소화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1월 클라우드 기반의 범용성을 갖춘 'WON금융인증서'를 출시했다. 금융인증서를 금융결제원의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에 보관해, PC와 모바일에서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 구현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모바일 앱 '하나원큐'를 개편해 자체 인증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NH농협은행도 통합인증 플랫폼 'NH원패스'를 출시했다.

◇민간인증서 시장 두고 빅테크·통신사도 참여

민간인증서 시장 선점을 위해, 은행뿐 아니라 빅테크사와 통신사도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패스(PASS)'가 국내 전자인증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패스는 지난 2019년 4월 출시했으며, 작년 11월말 기준 누적 발급건수는 2000만건을 돌파했다. PASS 앱에서 6자리 핀번호나 생체인증을 통해 1분 이내 발급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췄다. 발급받은 인증서는 3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 인증서비스도 이용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에 국내에 처음 출시됐으며, 작년 11월 이용자 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고객이라면 별도 앱 설치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발급은 카카오톡 내 '더 보기' 탭을 투른 뒤 카카오페이 화면으로 이동해 발급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 인증은 공동인증서와 동일한 공개키 기반 구조(PKI)인 전자서명 기술과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보안과 편의성을 높였다. 현재 △간편 인증 △간편 로그인 △자동 서명 △중요 문서 전자서명 △자동이체 출금 동의 등 이용 시 고객인증서비스를 지원한다.

NHN페이코도 페이코앱을 이용해 '페이코 인증서'를 제공한다. 페이코 인증서는 기존의 공동인증서가 PC나 USB 등 별도의 저장소를 요구했던 것과 달리 페이코 앱 내 한번 발급해두면 장소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 인증할 수 있다. 유효기간은 2년이다.

NHN도 공공분야 전자서명 시범사업자로 최종 선정돼, 올해부터 연말정산 전자인증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향후 페이코, 한게임, 1300K 등 자사 계열사 서비스에도 페이코 인증서를 순차 적용할 방침이다.

네이버도 지난해 3월 '네이버 인증서' 서비스를 론칭했다. 네이버는 사용자 편의를 위해 제휴처를 47곳 이상 확대했으며,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활용한 각종 요금 납부 가능하게 구현했다. 이로 인해 시장진출 9개월 만에 누적 발급 200만건을 돌파했다.

모바일금융앱 토스를 운영 중인 비바리퍼블리카도 지난 2018년 '토스 인증서'를 선보였다. 작년 11월 누적 발급건수는 2300만건으로, 많은 이용자 수를 확보한 상태다.

◇민간인증서 이용 아직 '미약'…시간 지날수록 확대될 것

국세청이 더불어민주당 한주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5~30일 홈택스 연말정산에 로그인한 8197만건(중복 포함) 중 7106만건(87.7%)은 공동인증서가 사용됐다. 공동인증서가 폐지된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말정산이 이뤄진 만큼, 습관처럼 공동인증서를 사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민간인증서 중 카카오인증서를 사용한 누적건수는 586만건(7.2%)으로 공동인증서 다음으로 이용량이 많았다. 이어 이동통신 3사의 패스(PASS)가 240만건(3%)으로 뒤를 이었다. △KB국민은행 인증서는 65만건(0.8%) △페이코는 13만건(0.2%) △삼성패스는 9만건(0.1%)로 비교적 이용량이 적었다.

국세청은 카카오인증서 사용이 다른 민간인증서 대비 이용횟수가 높은 데는 앱 설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이용편의성을 꼽았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이용기한이 길고 이용 편의성이 높은 민간인증서 사용빈도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연말정산은 사설 민간 인증서가 사용되기 시작되는 단계였기 때문에 내년 연말정산에서는 공동인증서보다 인증이 간편한 민간인증서 이용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탁기자 kbt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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