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이 뒤집힌다'..윤석열 사퇴가 불러올 나비효과

김종일·구민주 기자 2021. 3. 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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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심판론' 구심점 역할하면 '대선주자'로
4월 선거서 존재감 미비하면 '찻잔 속 태풍'

(시사저널=김종일·구민주 기자)

2021년 3월4일을 훗날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이제 그의 몫이다. 사퇴라는 결론을 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제 새로운 길을 가게 됐다. 바로 정치다. 이미 정치권에서 태풍의 눈으로 자리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사퇴는 당장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주게 됐다. 

내년 3월의 대선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결단한다면 1년 남짓 남은 대선은 '윤석열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어 지지부진한 야권에 윤 전 총장이 등판할 경우 '정권 심판론'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4월 선거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우뚝 선다면 그를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스스로 능력을 증명해 내지 못한다면 '찻잔 속 태풍'처럼 그 파장은 빠르게 소멸할 수도 있다. 이렇듯 그의 사퇴는 정치권에 몇 가지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봤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발표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① 4월 보궐선거 앞두고 '정권 심판론' 구심점 될까

지금까지 4월 서울시장 보선 판세는 '백중세'라는 게 대체적 평가였다. 오히려 야권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르면 '백전백패'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전격 사퇴를 결정했다. 그의 이런 결정은 4월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여당에 악재'라는 데 분석을 같이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이미 서울시장 선거 구도 자체가 여당에 유리하지 않은데 윤 전 총장의 사퇴는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민주당에 확실한 악재"라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는 "검찰 개혁 이슈가 뜨거워질수록 여론은 정부·여당에 좋지 않았다. 이번 사태로 다시 '추미애 시즌2'가 열려버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야권 지지자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상당히 결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전 총장의 사퇴로 이번 선거의 성격이 '정권 심판론'으로 규정될 여지가 넓어진 것도 여권엔 부담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를 지키다 사퇴한 구도를 짠 윤 전 총장의 사퇴는 결국 정권 심판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연스럽게 4월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현 정부의 검찰총장이 정부로부터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 자체가 여권엔 상당한 악재"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② '정치인 윤석열'은 누구의 길을 걸을까

그동안 윤 전 총장은 검찰 개혁을 두고 여권과 갈등 구도를 빚으며 야권 대권주자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야권에서 벌써부터 환호성을 지르며 표정 관리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무대란 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윤 전 총장이 정치무대에 본격 데뷔한다면 혹독한 견제와 검증 등에 시달릴 수 있다. 확실한 자기 콘텐츠 없이 그저 반대만 하는 정치인은 살아남을 수 없는 게 우리 정치판이다. 야권이 두 팔 들고 대선주자로 호출했던 반기문·황교안 등은 어느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상당수 전문가는 윤 전 총장이 이미 정치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보지만, 윤 전 총장의 앞날에 꽃길만 깔려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이 바로 정치활동을 시작한다면 검찰총장에 재직하면서 했던 모든 행동이 '결국 정치를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면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한다면 지지율도 오르겠지만 반대로 리스크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당장은 컨벤션 효과가 있어 지지율이 오르겠지만, 정치인으로서 준비된 모습과 전문성 등 자기 실력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한다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빠르게 무대에서 퇴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윤 전 총장이 지금까지 검찰총장으로서 '누구를 잡는다' '부정부패를 척결한다' 등의 이야기만 했는데, 우리 사회의 수많은 현안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검증이 시작된다면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권은 이런 구도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은 제2의 황교안이 되려고 하느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정반대의 전망도 있다. 김형준 교수는 "윤 전 총장은 반기문·황교안과는 결이 다르다"며 "현 정부와 끊임없이 갈등하며 존재감을 극대화시켰다. 이회창 전 총재가 과거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돌풍을 일으킨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야권에 유력 후보가 전혀 없다는 점도 그에게 정치적 공간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당분간 정치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이 바로 이번 선거에 뛰어들기보다는 '메시지 정치'를 하면서 정권 심판론에 불을 댕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③ 야권 정계개편 주도하며 대선판 이끌까 

윤 전 총장이 주목받는 것은 결국 내년 대선 때문이다. 야권에는 아직도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다. 그가 이번 보선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제3지대에서 '정권 심판론'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면 다음 대선에서 판을 흔드는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를 중심으로 야권과 제3지대에서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의 '가능성'은 높게 평가하면서도 향후 '영향력'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보였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윤 전 총장이 대권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이번 4월 선거에서 그 영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배 소장은 "그의 사퇴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문재인 대 윤석열'의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며 "야권이 이기면 윤 전 총장에게는 날개가 달리게 된다. 문 대통령을 이긴 게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지금 이 시점에 사퇴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풀이했다. 

배 소장은 윤 전 총장이 제1 야당과 함께 움직일 가능성은 낮게 봤다. 배 소장은 "윤 전 총장이 제1 야당으로 가는 순간 '지지율 30%'라는 박스에 갇히게 될 것"이라면서 "반(反)문재인 빅텐트가 만들어지면 그때 전면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게 윤 전 총장의 속내가 아닐까"라고 풀이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했다. 이번 4월 보선에서 야권이 스스로의 힘으로 승리한다면 오히려 윤 전 총장의 입지가 좁아들고, 패한다면 윤 전 총장의 정치적 공간이 확 넓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최 교수는 "만약 야권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다음 대선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오히려 윤 전 총장을 견제하는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당연히 민주당의 승리는 윤 전 총장의 입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어느 한쪽이 확 이기지 못하고, 제3지대 세력화 모색 목소리가 커지는 게 윤 총장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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