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 우울증 유발 논란에 괴로운 男 탈모인들

장윤서 기자 2021. 3. 5. 14: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의 한 유명 탈모 치료 전문병원에 남성들이 들어가고 있다. /조선DB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를 1년간 복용 중인데요. 우울증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말에 불안해요. 의사에게 대체약이 있는지 물어보고 처방약을 받아올 예정입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5가에 있는 B의원 앞에서 만난 40대 남성 이상우(가명)씨는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50대 남성 박영수(가명)씨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데, 탈모치료제 부작용 우려까지 겹치면서 장기 복용 중인 약을 끊어야 하나 고민을 했다"며 "의사 말을 믿고 있어 일단 먹고 있다"고 했다.

탈모인들 사이에 ‘성지(聖地)’로 꼽히는 병원 중 하나인 이곳 앞에서 만난 남성들은 "프로페시아만큼 효과가 좋은 약은 없지만, 부작용에 대해선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곳은 진료비와 처방 약 가격이 합리적인 것으로 알려지며 입소문이 난 병원이다. B의원 원장은 "프로페시아만큼 효과가 좋은 약이 없다. 일부 환자들이 (우울증 등) 부작용을 우려해서 처방 변경을 문의하기도 하지만, 크게 문제 될 만큼은 아니다"라고 했다.

먹는 탈모 치료제로 남성들이 흔히 복용하는 프로페시아(성분명·피나스테리드)가 우울증을 유발해 자살충동 등 극단적 선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탈모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올해 제조사 머크앤컴퍼니(이하 머크)사와 미국 보건 당국이 이 탈모치료제에 우울증, 자살 등의 부작용을 알고도 이를 숨겨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이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일(현지시각) 프로페시아 부작용과 관련해 뉴욕 브루클린연방법원에 제기된 소송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로페시아 제조사 머크(한국법인명 MSD)는 2009년 초부터 약을 복용한 남성들이 자살 충동을 포함해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는 보고를 200건 이상 접수했다. 머크 측은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에 대한 보고가 너무 적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후속 대응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머크가 프로페시아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문구에 자살충동 등과 같은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내용을 추가하지 않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FDA는 2001년 프로페시아나 복제약을 먹은 뒤 700명 이상이 극단 선택을 시도, 100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를 접수했다. 하지만 극단적 선택을 한 비율이 자연발생적인 사망자 비율보다 적다는 머크 주장을 받아들였다. 머크사도 성명을 통해 "프로페시아와 극단적 선택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프로페시아의 주성분은 피나스테라이드다. 애초 프로페시아는 피나스테라이드 성분이 모발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새롭게 밝혀지면서 탈모 치료제로도 개발됐다. 이 성분은 남성 탈모 원인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탈모를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모 일러스트. /조선DB

이런 우려에도 전문가는 ‘프로페시아’ 등 탈모약 부작용 논란을 우려해 복용하던 약을 끊지 말라고 조언한다. 심우영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논란이 된 (프로페시아 부작용 관련) 논문에 대해 반박하는 의학계 논문도 나왔다"면서 "약물과 부작용 간 명확한 인과관계가 아직 규명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머리가 너무 심하게 빠지는 젊은 탈모 환자가 ‘탈모’ 자체로 오는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부작용이 있다’는 우려가 오히려 더 큰 심리적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라면서 "효과가 입증된 탈모치료제 복용을 통한 조기 치료로 더 큰 탈모 악화를 막는 것이 건강에 이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도 "이미 FDA와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은 탈모치료제이기 때문에 효과 등 모든 면에서 충분히 입증된 약이다"라며 "계란이나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모든 ‘계란’을 생산 중지하지는 않지 않는가. 이와 마찬가지로 일부 개인 소인에 따른 (우울증) 부작용 등이 보고된 바 있지만, 지극히 일부의 사례다. 현재도 FDA 등에서 추적 관찰을 하고 있는 약이다. 부작용을 우려해 별다른 문제가 없는 탈모 환자들까지 약을 중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프로페시아를 이을 차세대 탈모 치료제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일라이 릴리는 원형탈모에 효과가 있는지를 평가하는 ‘올루미언트’의 임상 3상 결과가 긍정적임을 발표했다. 올루미언트는 지난해 3월 FDA로부터 원형 탈모증 치료를 위한 ‘혁신 치료제’로 지정받은 바 있다. 30대 한 남성 탈모 환자는 "현재까지는 프로페시아가 탈모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약’이 됐지만, 부작용 논란이 커지면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더 효과가 우수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이 개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경구용 남성형 탈모증 치료제 프로페시아는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000년 허가됐다. 2008년 오리지널약인 프로페시아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수십개의 복제약이 나와 있지만, 프로페시아가 탈모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 제약사 복제약 중에는 JW중외신약의 ‘모나드’, 한미약품의 ‘피나테드’ 등이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