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쭐 내주러 가자" 소주·번개탄 극단손님 막은 마트에도 응원 쇄도

민병무 2021. 3. 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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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형제에 공짜치킨 접대한 사장님 이어 훈훈한 뉴스 '공감'
예리한 판단력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준 전주 효자동의 마트 사장인 이인자씨.ⓒ연합뉴스

“사장님 마트에 물건 가득 채워 놓으세요. 이제 곧 ‘돈쭐’ 날 겁니다.”


배고픈 형제에게 공짜로 치킨을 대접한 홍대 앞 치킨집에 이어 ‘소주와 번개탄’을 산 손님의 극단적 선택을 미리 막아 생명을 구한 마트에도 기분 좋은 ‘돈쭐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있다.


돈쭐은 ‘돈’과 ‘혼쭐’의 합성어로, ‘혼쭐이 나다’는 원래 의미와 달리 좋은 일을 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자는 의미의 신조어다.


6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마트 사장인 이인자씨(여)가 예리한 판단력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줬다는 사연이 보도된 이후 누리꾼들의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돈쭐 내주러 가자’며 마트 상호를 공유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던 A씨에게 힘을 내라는 응원의 글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기사를 공유하며 “이인자 사장님 이름도 인자하시고. 암튼 대박나시길” “이렇게 좋은 분이 가까이 산다는 걸 알게 돼 뿌듯해 돈쭐내러 가려고 한다” “평소 마트 사장님이 자주 가는 학생들에게 이름도 불러주고 따뜻한 곳이다. 참 좋은 분이다” “가족에게 퇴근길에 들러 장을 봐오라고 했다” “한번 가봐야겠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마트 사장인 이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 45분께 20여 분간 아무 말 없이 소주 2병과 번개탄을 사간 손님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경찰에 신고해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이씨는 마트를 나선 손님을 재빨리 쫓아가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112에 “소주 2병과 번개탄을 사간 손님이 있는데, 느낌이 이상하다”며 신고했다. 차량번호로 위치를 추적한 경찰은 2시간여 뒤 이 차량이 부안군 부안읍을 지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극단적 생각을 했던 이 운전자는 경찰 연락을 받고 온 가족들과 함께 무사히 귀가했다.


경찰은 신속한 신고로 시민을 구조하는 데 도움을 준 이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도 치킨 프랜차이즈 ‘철인 7호’ 홍대점주 박재휘씨가 수중에 가진 돈이 5000원밖에 없던 형제에게 공짜로 치킨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져 ‘돈쭐’이 났다.


고등학생 A군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일을 하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편찮은 할머니와 7세 동생과 살고 있는 그는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느날 어린 동생은 A군에게 치킨을 먹고 싶다고 울며 떼를 썼다. 당시 A군이 수중에 가진 돈은 5000원이 전부였다. A군은 우는 동생을 달래주려 거리로 나섰지만, 이 돈으로 치킨을 살 수 있는 매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계속 걷던 A군 형제는 우연히 홍대지점 점주 박씨의 가게를 발견했고, 문 앞에 쭈뼛쭈뼛 서 있었다. 박씨는 A군 형제를 보고, 이들을 가게 안으로 불러 약 2만원어치의 치킨을 대접했다.


이때 A군은 “혹시 비싼 걸 주고 어떻게든 돈을 내게 하려는 건 아닌지 속으로 생각했지만 행복해하며 먹는 동생을 보고 그런 생각을 잊고 맛있게 치킨을 먹었다”고 했다.


뒤늦게 치킨 값을 계산할 생각에 앞이 캄캄했던 A군은 동생 손을 잡고 도망갈 생각까지 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이 치킨을 다 먹고 나자 점주 박씨는 활짝 웃으며 “맛있게 먹었어”라고 물을 뿐 돈은 따로 받지 않았다.


이후에도 A군의 동생은 형 몰래 박씨가 운영하는 치킨집을 몇 차례 더 방문했다. 박씨는 A군의 어린 동생이 방문할 때마다 치킨을 줬다. 한 번은 미용실에 동생을 데리고 가 머리카락를 커트해 주기도 했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그 이후부터 해당 지점에 발길을 끊었다는 A군은 “뉴스 보니 요즘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들다는 말이 많이 들려 사장님은 잘 계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고 밝혔다.


A군은 “처음 보는 저희 형제에게 따뜻한 치킨과 관심을 주신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라며 “앞으로 성인이 되고 돈 많이 벌면 저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 수 있는 사장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A군이 프랜차이즈 본사에 보낸 편지를 통해 이같은 미담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돈쭐’을 내줘야 한다며 해당 지점에 치킨을 주문하고 선물을 보냈다. 해당 지점은 주문이 폭주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런 착한 가게에 ‘돈쭐 러시’가 이어지는 이유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 열풍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에서 유래된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로,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소비 행위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기부, 봉사, 선행 등 사회 기여에 앞장선 가게에 ‘착한 소비로 보상하겠다’며 적극적으로 구매 의사를 표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정의와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성향이 구매 행위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일리안 민병무 기자 (min6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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