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1970' 아닌 '시흥2021'.."LH 직원의 영화같은 투기 현장"
"대한민국 좁잖아. 두고 봐. 앞으로 땅만한 노다지가 없을 테니까."(영화 '강남1970' 중)
LH 직원의 신도시 개발 예정지 투기를 조사한 김태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장)는 "제보 내용을 확인하며 '강남 1970'이란 영화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LH 직원을 상대로 신도시 보상 시범사업을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시흥 2021'의 시작이다.
지난달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는 LH 직원 투기를 의심하는 제보가 들어왔다. 광명·시흥지구가 6번째 3기 신도시로 발표된 날이었다. 제보 받은 필지에서 의혹을 확인한 시민단체는 주변 필지로 조사를 확대했고, 투기 사례가 추가로 나왔다. 현재까지 확인된 거래만 100억원 규모다.
5일 민변·참여연대에 따르면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후 곳곳에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주된 제보 내용은 3기 신도시 외에도 다른 공공택지 내 공무원들의 불법 투기 의혹이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의 서성민 변호사는 "전국적으로 유사한 제보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당초 발표된 것보다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제보를 토대로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는 우선 투기 의혹을 알리는 것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LH 직원 13명의 사전 투기 의혹은 지난달 24일 광명·시흥지구가 6번째 3기 신도시로 발표되는 날 한 시민의 제보로 시작됐다. 제보자가 민변 소속 변호사에게 "LH 직원의 투기가 의심된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민단체가 조사에 착수한 것.
서 변호사는 "제보를 받은 후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LH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대조 확인 절차를 거쳤다"며 "제보받은 1필지에 대한 확인을 마친 후 주변 필지로까지 조사를 확대하다 보니 투기 사례가 추가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민변·참여연대는 지난 2일 광명·시흥지구의 10필지, 2만 3028제곱미터의 토지를 99억 4512만원에 사전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국토부의 조사에서 13명의 LH직원이 12개의 필지를 매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매입한 토지에 묘목을 심는 등 추가 보상 금액을 기대하고 계획적으로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맹지를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였다는 점도 내부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모든 관련자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정부 대응을 두고서는 신중론을 폈다. 정부는 지난 4일 전수조사 대상을 택지 담당 공무원(직원)에서 국토부·LH·지자체 소속 전 공무원과 가족으로 확대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비슷한 투기사례를 막겠다며 선제적 전수조사에 나섰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지난 4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조사 결과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측은 이를 두고 "정부 차원에서 전수조사에 착수한 것 등 강경 대응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감사원과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대응이 일시적인 관심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항상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주택 문제 특성상 주택거래신고제 등 재발 방지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비슷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 변호사는 "전직 직원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는 부분 등 조사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외에도 조사대상자인 국토부가 조사에 참여하는 것 등 일부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추후 정부의 대응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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