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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중고생도 어엿한 작가.. 게임 판타지 '템빨' 조회 수 8억회 [이슈 속으로]

김용출 입력 2021. 03. 06. 17:01 수정 2021. 03. 0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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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K웹소설
스마트폰으로 쉽게 읽을 수 있고
회차당 100∼200원에 이용 가능
국내시장 5년 새 12배 이상 커져
1조 시대 연 K웹툰 따라잡을 듯
작가 공모전서 75∼100대 1 치열
웹툰·드라마·영화로 변신 매력적
유통 담당 플랫폼 간 경쟁도 격화
베끼기 지양하고 소재 다양화해야
“학원에 있는 시간이나 밤 시간에 주로 웹소설을 읽어요.”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중학교 3학년생 S군은 스마트폰을 통해 웹소설을 읽는 청소년이다. 그는 “로맨스 소설을 주로 읽는데, 스토리가 좋아서 빠져들다 보니 계속 읽게 된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중3 학생 K군 역시 “주로 밤 시간대에 판타지 소설을 즐겨 읽으며, 휴대전화만 있으면 볼 수 있어서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거들었다.

인터넷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통·소비되는 웹소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한 데다 작품도 점점 다양해지고 이용료도 회차당 100∼200원으로 저렴해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웹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도 급증세다. 최근 카카오페이지에서 진행한 여러 공모전은 무려 75∼10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형 포털이나 플랫폼 등은 각종 공모전을 열고 작가 지망생을 위한 아카데미도 잇따라 개설해 작가 육성에 나서고 있다.
◆급증하는 시장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웹소설 업계 등에 따르면 2015년 500억원대에 불과하던 국내 웹소설 시장은 2016년 1800억원, 2017년 2700억원, 2018년 4000억원대, 2019년 5500억원대(추정), 2020년 6000억원 이상(〃)으로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 거래액 규모 1조원 시대를 연 K웹툰과 머지않아 어깨를 견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기 작품도 쏟아진다. 게임 판타지물인 카카오페이지의 ‘템빨’은 누적 조회수가 8억회에 이르고, 지난해 9월 일본 만화 플랫폼인 ‘픽코마’의 전체 매출 4위를 차지했다. 네이버시리즈의 인기 웹소설 ‘전지적 독자시점’의 경우 올 1월 현재 누적 조회수 2억회에 매출도 200억원대를 기록했다.

웹소설 작가도 크게 늘고 있다. 웹툰과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인기 웹소설 ‘김 비서는 왜 그럴까’의 작가는 약사 출신으로 알려지는 등 전문가도 뛰어들고 있다. 대학생들은 물론 중고생까지 데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가들이 대체로 필명이나 익명으로 글을 쓰면서 신분을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일을 하거나 겸업하면서 글을 쓰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귀띔했다.
◆격화하는 플랫폼 전쟁

웹소설을 유통하는 플랫폼 간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전용 플랫폼인 ‘조아라’나 ‘문피아’ 등이 2000년대 등장해 초기 웹소설 시장을 주도했지만, 2010년대 이후 대형 포털 네이버(시리즈와 웹소설)와 카카오페이지 등이 가세하면서 시장은 급성장했다.

특히 네이버는 최근 북미지역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 ‘왓패드’(Wattpad)의 지분 100%를 인수해 세계적인 웹소설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페이지도 지난해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Radish)의 지분 12.46%를 322억원에 취득하기도 했다.

많은 플랫폼들이 웹소설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탁월한 산업적 확장 가능성 때문이다. 웹소설 자체로 대중적인 성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데다가 웹툰이나 드라마, 영화로 쉽게 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김인경 카카오페이지 매니저는 세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웹소설이 인기가 있으면 웹툰으로 쉽게 만들어질 수 있고, 웹툰으로 만들어지면 다시 웹소설이 인기를 끄는 선순환 구조의 모습을 보인다”며 “단절된 형태가 아니라 서로 연결돼 유통되고 소비되는 게 웹소설의 커다란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도약 위한 과제도 적지 않아

전문가와 관계자, 이용자들은 국내 웹소설 시장이 더 성장하고 세계적 수준으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기존 장점은 키워가면서도 많은 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비슷한 구조와 이야기가 남발되는 것을 지양하고 좀더 다양한 영역의 작품들이 공급될 필요가 있다. 판타지 소설을 주로 읽는다는 K군은 “비슷비슷한 스토리가 많은데, ‘양산형 소설’은 좀 걸러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존 순문학 작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해 보인다. 웹소설과 순문학을 병행 중인 정무늬 작가는 이와 관련해 “저의 경우 순문학과 웹소설을 동시에 쓰지만, 글로 이야기한다는 것만 빼고 순문학과 웹소설은 완전히 다르다”며 “웹소설은 보통 스마트폰으로 보기에 자극적이고 사건 전개가 빠르며 카타르시스를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웹소설 수익배분 구조 개선 등 환경 정비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는 플랫폼이 적게는 순매출의 30%, 많게는 45% 이상 가져간다. 즉 독자가 웹소설을 편당 100원 결제하면 플랫폼에서 30∼45원을 가져가고 나머지 55∼70원을 작가와 출판사 등이 나눠 가지는 구조인 셈이다. 과도한 플랫폼의 힘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이밖에 불법 복제 문제 등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작가·작품 늘자 영향력 커진 플랫폼… 수수료 낮춰야”

“우리나라 웹소설이 최근 해외에서 잇따라 번역돼 론칭되는 데다가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웹툰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웹소설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입니다.”

순문학과 웹소설, 유튜브 채널 운영까지 1인3역으로 맹활약 중인 정무늬(사진) 작가는 원천성과 다른 매체로의 확장성을 기반으로 웹소설 시장은 앞으로도 커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작가는 지난 2일 전화 인터뷰에서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자기가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장르의 스테디셀러나 베스트셀러 등을 최소 10∼20종 읽어보고 분석하면 감을 잡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2016년 이후 웹소설을 쓰면서 2019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된 뒤 지면에도 작품을 발표하는 등 순문학도 병행해오고 있다. 여기에 유튜브 채널 ‘웃기는 작가 빵무늬’도 개설해 웹소설 창작 기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웹소설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요.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은 물론이고 웹소설을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고요. 매년 억대의 상금이 걸린 웹소설 공모전도 개최되지요. 웹소설을 바탕으로 한 웹툰을 만들고, 이 웹툰이 인기를 끌면 다시 영화사로 판권이 팔리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집니다. 웹소설을 원천으로 원소스 멀티유스처럼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최근 작품도 다양해지고 수준도 점점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웹소설 세계에서 ‘양판소’라는 단어가 있는데, ‘양산형 판타지 소설’이라는 의미죠. 한 작품이 히트를 치면 그와 비슷한 작품이 우르르 쏟아지는 풍토가 있어요. 하지만 웹소설 시장이 커지고 독자층도 넓어지면서 점점 다양한 작품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 같아요.”

―플랫폼의 힘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플랫폼에 작품을 올리지 않으면 독자를 만날 수도, 팔 수도 없는 구조여서 작가들은 플랫폼에 작품을 입점할 수밖에 없어요. 현재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 비율은 조금 높다고 생각하죠. 워낙 작가가 많아졌고 작품도 늘어나면서 플랫폼이 ‘절대 갑’이 되고 있지요.”
웹소설 작가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정 작가는 자신은 따로 웹소설을 배운 적이 없었다며 조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온·오프라인으로 웹소설 강좌가 개설되기도 했지만 문예창작 수업처럼 체계적이지 않아서 저 역시 처음엔 무엇부터 공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어요. ‘빵무늬’ 유튜브 채널도 웹소설을 지망생들에게 제가 겪은 시행착오와 막막함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요. 관심이 있다면, 일단 자기가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장르의 스테디셀러나 베스트셀러 등을 최소 10∼20종 정도 읽고 분석하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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