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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칠 학생이 없다.. 저출산 여파 '폐교' 속출 [긴급진단-첫 '인구 자연감소'..흔들리는 대한민국]

정필재 입력 2021. 03. 06. 17:01 수정 2021. 03. 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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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996만명서 2020년 601만명 기록
전국서 3832개교 문 닫아
현재 학생수 미달 초교 비중 30% 달해
수도권도 안전지대 아냐.. 통폐합 속도
주민 반대 심해 사회갈등 '뇌관' 우려도
1998년 3월 대전 서구에 만년고등학교가 문을 열었다. 서구의 인구가 급격하게 늘던 시점이었다. 만년고는 인근 충남고등학교와 서대전고등학교의 포화를 막고 둔산동과 월평동, 만년동 학생들을 흡수하기 위해 개교했다. 첫 신입생은 501명이었고 3년 뒤인 2001년 49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시간이 흘러 만년고는 지난해 20번째 졸업식을 진행했다. 졸업생 숫자는 처음보다 절반 가까이 준 259명에 불과했다. 새롭게 만년고 교복을 입은 입학생은 267명이 전부였다.

대전의 한 교사는 “1988년 서대전국민학교에서 분리해 개교한 오류국민학교는 1990년 초까지만 해도 오전반, 오후반을 나눠 수업할 정도로 학생이 많았다”며 “그렇게 컸던 오류초등학교의 올해 졸업생은 46명뿐”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저출산 여파다. 1000만명이 넘었던 학생 수는 지난해 600만명까지 줄었고, 전국에서 3000개가 넘는 학교가 학생 부족 등의 문제로 문을 닫았다.

1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들은 모두 601만14명이었다. 이는 전년보다 12만6780명(2.1%) 줄어든 숫자다. 학생 수 감소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0년 996만6954명이던 학생 숫자는 30년 만에 60.3% 수준으로 적어졌다. 교육부는 다음 달 교육행정기관을 조사해 오는 8월 올해 교육현황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역별 학생 수를 보면 세종시를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 전북이 3.3%로 감소폭이 가장 컸고 대전(3.2%)과 서울(3.0%), 강원(3.0%)이 뒤를 이었다. 수도권과 지방 할 것 없이 학령인구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부가 정한 ‘적정규모 육성 권고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교가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2016년 △전교생 수 기준 면·도서벽지 60명 △읍 120명 △도시 240명 이하인 초교의 폐교를 권고하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학생 수 미달인 곳은 초등학교 6120개 중 1878개(30.7%)에 달한다.

그동안 전라남도에서 828개, 경상북도에서 729개가 폐교하는 등 전국에서 3832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문제는 학교 통폐합이 읍·면 지역을 넘어 지방 대도시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부산의 출생아는 1000명당 4.5명으로 전국 최저였고, 대구는 신생아가 1년 새 15.3% 줄어 전국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의 학교들은 이미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며 “지방의 대도시 출산율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만큼 이곳의 학교 통폐합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서울 강서구 공진중학교는 이날부터 문을 닫는다. 2018년부터 이 학교의 신입생 입학이 끊겼고, 공진중 1학년생 전원은 인근의 성재중과 경서중으로 전학갔다. 1993년도에 개교해 3년 뒤 56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던 공진중은 지난달 38명의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한 뒤 26년 만에 폐교됐다.

서울 금천구에서는 초등학교가 통합됐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 서울 금천구 신흥초등학교와 흥일초등학교를 합쳤다. 서울에서 학교가 통합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신흥초는 2010년 24학급 615명으로 운영됐지만 2년 뒤인 2012년 20학급 457명으로 25.6% 작아졌다. 흥일초 역시 2010년 23학급 598명이던 규모가 지난해 19학급 471명으로 줄었다.

학교는 교육공간이면서 지역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기에 통폐합에는 진통이 따른다. 주민들의 반발로 폐교 결정이 취소되는 일도 벌어진다. 서울교육청은 2016년 마곡중학교 신설을 추진하며 송정중학교 폐교를 결정했는데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에 학교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신흥초·흥일초 통합도 2008년부터 장기간 추진됐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당국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로 학교 통폐합 작업이 중단됐다가 다시 통폐합을 검토하고, 다시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학교 통폐합 문제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갈등요인으로 잠재돼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방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2만명이 넘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수도권에서는 2170명을 추가로 모집했지만 비수도권의 미달 규모는 1만1986명에 달했다. 교육부는 지역인재 유출과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지방대 역량 강화를 위한 공유대학·지역혁신플랫폼을 포함해 고교교육 혁신 모델을 확대하는 등 적정규모 유지를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학령인구 감소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지방대를 육성해야 한다는 막연한 주장에서 벗어나 존폐 위기에 직면한 지방대학을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지방의 중추적 고등교육기관으로 끌어올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 없이 입학’ 내걸어도… 새내기 부족한 지방대

‘수능 없이 입학’, ‘모든 신입생에 매년 300만원 지원’, ‘○○대 가고 아이폰·에어팟 받자’….

지원금도 아이폰도 지방대학 인원 미달 사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우스갯소리는 이미 현실이 됐다.

2일 전국 각지 지방대학은 초유의 정원 미달 사태 속에 1학기 개강을 맞게 됐다. 수능 점수 없이 원서만 내면 합격에 각종 지원금과 경품까지 내걸었지만 신입생을 유인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대학 추가모집 정원은 지난 24일 기준 162개교 3만260명에 달했다. 지난해 추가모집 인원인 9830명과 비교하면 1년 새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추가모집 인원이 500명 이상인 대학은 16곳으로 모두 비수도권 대학이다.

지방대학 정원 미달은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만 18세 미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만 18세 학령인구’는 1990년 92만명을 기점으로 1990~2000년 10년간 9만3000명, 2000~2010년 10년간 13만2000명 감소했다. 2019년 59만4000명이었던 만 18세 학령인구는 2020년 51만2000명으로 1년 새 약 8만2000명이 줄며 1년 감소 인원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47만6000명으로 다시 3만5000여명이 줄었다.

이 같은 고3 학령인구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건 지방대학이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추계한 2021학년도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은 41만4000명으로 올해 대학 입학정원인 49만2000명과 비교하면 7만8000명 부족하다. 부족한 인원은 지방대학에서부터 빠져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자료에 따르면 올해 지방 소재 대학 정시 경쟁률은 2.7대 1로 지난해 3.9대 1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서울권 대학의 경쟁률은 지난해 5.6대 1에서 올해 5.1대 1로 상대적으로 적은 차이를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만 18세 학령인구는 2024년 43만명, 2040년엔 현재의 절반인 28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입학정원을 유지할 경우 지방대는 2024년 3곳 중 1곳이 ‘충원율 70%’ 이하가 되고, 2037년에는 84%가 ‘충원율 70%’ 이하가 된다. 일자리와 기반시설 등 수도권으로의 유입 요인을 이기고 지방대학이 생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지원금 등 단발성 지원이 아닌 전면적 정책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운영 가능한 재정 규모, 임금 체불 여부, 부정·비리 여부, 법인과 대학의 자구노력 등 실태파악을 거쳐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전체 대학 정원도 10% 감축할 필요가 있다. 정원 감축으로 지방대학 몰락을 막고 전체 대학 교육여건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필재·박지원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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