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잃어 괴로워지면 노름.. 져도 잊을 수 있으면 놀이.. 포커도 스포츠 될 수 있어" [나의 삶 나의 길]
올림픽 시범종목 유력
2028년 열릴 LA올림픽서
텍사스 홀덤 채택될 가능성
韓, 마인드스포츠로 인정해
세금 부과하고 발전시켜야
11년간 포커 수익 세계 1위
카드센스·배짱·확률계산 필수
판단·기억·절제력도 갖춰야
1986년 7일간 15시간씩 승부
세계 1위 꺾고 50만달러 품어
바둑계로 돌아온 승부사
45년 美 생활 접고 영구 귀국
프로 5단.. 기사 회장직 맡아
1991년 조치훈 9단 꺾는 파란
한국여자바둑 부흥에도 한몫
인터뷰이를 결정하고 나자 마음이 유독 쿵쾅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률 50%의 대기록을 달성한 드라마 ‘올인’ 주인공 김인하(이병헌 분)의 실제 인물 차민수 한국프로기사협회 회장이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를 흔들어놓은 세계 빅3 포커플레이어, 무려 11년(1986∼97) 동안 포커 수익 세계 1위, 프로바둑기사, 풍운아…. ‘비범한’ 그의 이미지가 그와의 만남을 더욱 설레게 했다.
‘올인’은 SBS가 2003년에 방영했지만 지금까지도 회자되거나 패러디될 만큼 명작으로 남아 있다.
그는 1986년 여름을 잊을 수 없다. 7일 동안 밤을 지새운 처절한 포커 게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매일 15시간 씩 105시간이 넘는 대장정 끝에 그는 세계 1위 칩 리즈를 쓰러뜨리고 전리품 50만달러를 챙겼다.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가 45년간의 현지 생활을 정리하고 올 초 영구 귀국했다. 대한민국과 아시아로 무대를 옮겨 일흔의 나이에 펼칠 새 꿈은 무엇일까.
“코로나19 탓에 어둡고 힘든 터널 속을 지나는 지금이야말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성공과 성취가 빠른 법이니까요.”
연예인으로 대성하려면 ‘끼’를 타고나야 하듯 바둑에서는 ‘기재’가, 포커에서는 ‘카드센스’가 필요하다. 카드센스란 카드를 이해하는 독해력을 말하는데, 하나를 배워 열을 터득하는 재능이다.
“두둑한 배짱도 기본이죠. 만용과는 다른 것인데, 어려운 상황에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용기를 뜻합니다. 수학 능력도 필수예요. 초를 다투는 순간에도 확률을 정확히 계산해 내 유불리를 따져봐야 하니깐요.”
어머니는 어린 민수에게 항상 ‘말씀’하셨다.
“돈이나 물건은 남이 훔쳐갈 수 있지만 네 머릿속에 있는 것은 도적질할 수 없다. 배운 지식이나 기술은 네 몸과 머리에 항상 남아 있는 것이다.”
어릴 땐 노는 시간이 적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복이었다.
“어머니는 단돈 1000원짜리 백반을 드시면서 장학금으로는 2억, 3억원씩을 흔쾌히 내놓는 분이셨어요. 가진 사람이 베풀며 사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제게) 다 크면 큰 나무가 되어 사람들이 네 그늘에서 쉴 수 있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도 미국에 건너온 직후에는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 주유소에서 일할 땐 3달러 79센트의 기름값을 받아내기 위해 갱들과 목숨 건 싸움을 벌였다. 페인트칠을 했는가 하면 술과 식료품을 파는 가게를 열어 새벽까지 일했다. 이혼의 아픔을 겪었고, 문전박대도 당해봤다. 그러다 카지노 고용 플레이어로 일하면서 포커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기본부터 배우고 터득하며 실력을 다져나갔다.
그는 바둑사에 길이 남을 대국을 치르기도 했다. 1991년 미국 대표로 후지쓰배에 참가했을 때다. 사실상 바둑을 놓은 지 14년이나 되던 참이다. 16강에서 조치훈 9단과 만났다. 백을 쥔 차 회장은 초반부터 치명상을 입어 돌을 던질까 하다가 너무 성의 없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끌려가고 있었다. 어차피 질 거면 최강의 수만 두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큰 모양을 만들어 그 안에 들어온 흑돌을 패로 잡는 데 성공했다. 4집 반 승을 거뒀다. 당시 세계 최강 일본의 전관왕을 이긴 것이다.
차 회장은 중국 바둑계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 톈안먼사건으로 중국을 떠나 미국 등에서 활동하던 ‘철녀’ 루이나이웨이(예내위) 9단의 한국 활동을 꾀했다. 이는 한국 여자바둑 부흥으로 이어졌다.
1980년에는 한국기원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 양국은 적대관계여서 공식 기국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조훈현 9단과 녜웨이핑(섭위평) 9단의 친선대국을 미국에서 열었다.
1994년부터 3년 동안은 자비를 들여 중국에서 ‘우정배’를 개최하기도 했다. 우정배로 인해 중국의 기전 방식이 한국식으로 바뀌면서 중국의 바둑도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인터뷰 말미에 명쾌하게 내려준 도박의 정의가 인상 깊다.
“잃어서 마음이 아프면 노름이고 아프지 않으면 아닙니다. 잃은 돈을 찾으려고 집착하거나 괴로워하면 노름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놀이에 불과합니다. 잃은 돈을 찾으려는 것은 이미 중독이요, 잊어버리면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살 한국 여성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에 올랐다
- 박명수 “주는대로 받아! 빨리 꺼져”…치킨집 알바생 대학 가라고 밀어준 사연 감동
- 선우은숙·유영재 초고속 혼인신고 이유?…재혼 전까지 양다리 의혹 “속옷까지 챙겨주던 사실
- 속옷조차 가리기 어렵다… 美여자 육상팀 의상 논란
- 나체로 발견된 피투성이 20대 여성…범인은 9년 전에도 성범죄, 전자발찌 부착은 피해
- 국밥집서 계속 힐끗거리던 女손님, 자리서 ‘벌떡’…무슨 일이
- 여친 성폭행 막던 남친 ‘11살 지능’ 영구장애…가해男 “징역 50년 과해”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