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염특별구역 85% 오염 여전.. 이곳은 '귀환곤란구역' [동일본대지진 10년]

김청중 2021. 3. 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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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끝나지 않는 원전사고 '후유증'
사고 후 11개 시정촌 8만여명 피난
아직도 7개 지역은 피난 지시 유지
지난 1월 기준 3만6207명 미귀환
제1원전 오염수 처리 뜨거운 감자
1000여개 탱크 담겨 2022년 가을 포화
해양방류 땐 지역 부흥 노력 물거품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앞둔 지난달 14일 촬영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부지. 전면 부지 배후에 숲처럼 들어선 것이 방사성물질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에서 1차 정화한 뒤 보관하는 탱크다. 후쿠시마=교도AP연합뉴스
무성하게 자란 수풀 사이로 포탄을 맞은 듯 유리창이 모두 깨져 곧 무너져 내릴 듯한 건물, 타이어에 펑크가 나 땅바닥에 눌러붙은 채로 녹슬어 가는 자동차의 흉물스러운 풍광이 연신 지나간다. 교차로나 건물·주택 앞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헬멧과 마스크를 쓴 경비원이 진입을 막고 있다. 도로 주변 곳곳의 ‘통행제한 중’, ‘귀환곤란구역’이라는 표지판은 이곳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수소폭발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땅임을 경고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현은 규모 9의 지진과 높이 15m의 쓰나미가 덮치면서 일본 경찰청 집계 1614명이 숨지고 196명이 실종됐다. 특히 폭발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20㎞ 내에는 피난지시령이 발령돼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다. 기자는 2019년 10월과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해 3월에 이어 지난 5일 후타바군 도미오카·오쿠마·후타바·나미에마치(町)를 찾았다.

방조제, 도로망 등 인프라 시설은 정비되고 있으나 유령마을로 변한 귀환곤란구역 내 농지, 도로, 공공시설 등에서 방사성 오염 제거작업을 한 뒤 나온 흙 등의 방사능 폐기 물질을 담은 검은색 자루가 여전히 임시 저장부지에 가득 쌓여 있었다.

귀환곤란구역은 방사선 피폭량이 연간 50mSv(밀리시버트)가 넘는 지역에 설정된다. 일반 주민 거주가 불가능하고 허가가 없으면 출입을 할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부지 내부를 제외하면 당시 사고로 인한 방사성물질 오염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이 위치한 오쿠마마치를 4㎞ 앞둔 곳에 이르자 도로 옆 방사선량 표지판의 디지털 숫자가 시간당 2.1μSv(마이크로시버트)를 나타냈다. 시간당 2.1μSv를 연간 피폭량으로 환산하면 18.369mSv 수준이다. 한국 관련 법령은 연간 피폭선량 한도를 일반인은 1mSv, 방사선 작업 종사자는 20mSv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일반인 허용 기준을 훨씬 초과하고, 원전 작업 종사자의 허용 한도에 근접한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계기로 후쿠시마 부흥을 국내외에 선언할 계획이다. 오는 25일에는 현(縣) 내 축구시설인 J빌리지에서 성화 출발식이 열린다. 야구, 소프트볼 같은 올림픽 일부 경기도 후쿠시마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동일본대지진 후 10년간 복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원전 사고의 직격탄을 맞았던 후쿠시마 지역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직후 원전 반경 20㎞ 지역 11개 시정촌(市町村)의 8만8000명을 대상으로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2017년 봄부터 일부 지역은 피난 지시가 해제됐으며 현재 귀환곤란구역이 있는 7개 시정촌(일부 지역 포함)에 피난 지시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23일 일본 미야기 현 미나미산리쿠에서 일본 자위대원들이 지진 및 쓰나미 피해 지역에서 복구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5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나미에마치의 귀환곤란구역 진입 전 도로변에서 포클레인이 토양 표면의 방사성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기존 흙을 걷어내고 새 흙을 까는 제염작업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김청중 특파원
2012년 5월 16만8465명에 이르렀던 피난자는 지금도 3만6207명(1월 기준)에 달한다. 원전 반경 20㎞ 내 피난지시령이 해제된 지역의 주민 미귀환은 더욱 심각하다. 후쿠시마현에 따르면 현재 주민 귀환율은 오쿠마마치 2.8%. 나미에마치 9.3%, 도미오카마치 12.7%에 불과하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환경과 지리 공간 정보를 조사하는 주식회사 후타바의 엔도 슈분(遠藤秀文·49) 사장은 지진 발생 직후 60㎞ 정도 떨어진 고리야마시로 피난을 갔다. 2017년 8월에야 본사를 본거지였던 도미오카로 다시 옮겼다. 그래도 가족은 고리야마에 남아 주말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다. 엔도 사장은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이미 자녀의 네트워크가 고리야마에 형성돼 가족 전원이 옮길 수는 없었다”며 “현재 주민 귀환은 10%대에 불과해 어떻게든지 주민이 돌아올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2018년 귀환곤란구역 내 주택 농지, 도로, 공공시설의 방사성물질 오염 제거작업이 완료된 뒤 구역 밖에서도 제염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도 막대한 오염지역이 남아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4일 일본 정부가 제염을 책임지는 제염특별구역(SDA) 중 작업이 완료된 면적은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0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찾았을 당시 다핵종제거설비(ALPS)에서 처리한 오염수를 보관하는 탱크가 장벽처럼 늘어서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원전 사고로 방출된 방사성물질은 기체 형상을 제외하고 52경㏃(베크렐)로 추정되고 있다. 경은 1조의 1만배다. 바람의 영향으로 방사성 물질의 70%는 삼림으로 유입됐으며 삼림에서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는 뜨거운 감자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6개의 원자로 중 1∼3호기에는 핵연료봉 다발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했으며, 1·3·4호기에서는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현재 하루 140t씩 발생하는 방사성물질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에서 1차 정화 처리한 뒤 부지 내 탱크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기준 124만7000t, 탱크 1000여개에 이른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측은 원전부지가 2022년 가을쯤에는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1차 정화한 오염수(일본 측 표현 처리수)에 물을 추가해 트리튬(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의 농도를 낮춰 바다로 흘려보내는 해양방류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론적으로 오염수를 바다로 곧바로 쏟아붓는 것이나 바닷물을 한 번 섞어서 방류하는 것이나 해양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이 같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측은 이런 지적에 대해 한국 등 각국이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오쿠마마치를 4㎞ 앞둔 곳에 이르자 도로 옆에 서 있는 방사선량 표지판의 디지털 숫자가 시간당 2.1마이크로시버트(μSv)를 나타냈다. 시간당 2.1마이크로시버트를 연간 피폭량으로 환산하면 18.369밀리시버트 수준이다. 한국 관련 법령은 연간 피폭선량 한도를 일반인은 1밀리시버트, 방사선 작업종사자는 20밀리시버트로 규정하고 있다. 후쿠시마=김청중 특파원 
해양방류가 현실화하면 후쿠시마의 이미지가 악화해 재해를 딛고 일어서려는 주민 노력이 수포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2일 후쿠시마현의 최북단 신치마치 앞바다 8.8㎞에서 잡은 우럭에서 1㎏당 500㏃(베크렐)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돼 비상이 걸렸다. 일본 정부 기준(1㎏당 100㏃)의 5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의 보다 엄격한 자체 기준(㎏당 50㏃)에는 10배에 달한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어종에서 방사성물질 검출은 재작년 2월 이래 2년 만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남쪽으로 55㎞ 떨어진 오나하마항의 기선저인망어업협동 관계자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이후 후쿠시마현의 모든 어협에서 우럭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며 “왜 연안에서 떨어진 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높은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는지 모르겠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동일본대지진 10년이 남긴 후유증은 미해결 상태로 계속되고 있다.

후쿠시마=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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