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아베, 원전 오염수 거짓말로 올림픽 유치.. 7월 개막 힘들어"

도쿄=박형준 특파원 2021. 3.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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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10년.. 당시 日총리였던 간 나오토 입헌민주당 의원 인터뷰
5일 일본 도쿄 중의원회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간 나오토 전 총리는 정부가 추진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바다 방류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함께 탈원전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총리였던 간 나오토(菅直人·75·사진) 입헌민주당 중의원 의원이 5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지금도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추진 중인 일본 정부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7월 개최 예정인 도쿄 올림픽에 대해선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수습되지 않고 있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오고 있어 현 단계에선 개최하기 힘들다고 본다”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는 지금도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제사회를 속였다.”

간 나오토(菅直人·75) 전 일본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3년 도쿄 올림픽을 유치할 때 ‘방사능 오염수를 언더 컨트롤(under control)하고 있다’고 한 것을 두고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했다. ‘언더 컨트롤’은 당시 아베 총리가 원전 사고 현장을 잘 관리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자주 쓴 표현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담화를 2010년 발표하기도 한 간 전 총리는 최근 냉각된 한일 관계에 대해 양국 간의 긴 역사를 충분히 안다면 더 좋은 관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총리였고 현재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 소속 13선 의원인 그는 대지진 발생 10년을 앞둔 5일 도쿄 중의원회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염수는 완전하게 통제되고 있나.

“오염수는 지금도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그런 표현을 쓴 건 완전한 거짓말이다. ‘언더 컨트롤’이 아닌 ‘언 컨트롤(un-control)’이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 일본 국민뿐 아니라 국제사회까지 속였다. 아직 피난처에서 돌아가지 못한 주민들도 많다.”

―당시 일왕 피난 계획까지 세웠다고 들었다.

“일왕 피난 계획은 내 머릿속에 있었지만 발표는 하지 않았다. 일왕을 대피시키면 5000만 도쿄도민도 모두 대피시켜야 했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강제로 피난시킬 수 있는 법도 정비돼 있지 않다.”

―스가 내각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 한다.

“특히 자민당 관계자들은 해양 방류를 해도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민들은 소문에 의한 피해를 볼 수 있어 반대하고, 한국도 엄격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오염수 저장 탱크를 늘려 충분한 시간 동안 더 저장해야 한다고 한다.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 다른 길을 더 검토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후쿠시마산 수산물 금수 조치를 풀라’고 하고 있다.

“방사능 문제는 국제적으로 공통된 룰도 있고, 국가별로 다른 룰도 잇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연안 생선도 기본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건 ‘좋다, 나쁘다’고 할 게 아니라,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냉정하게 대화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 일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 상황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 방역이 최우선임에도 ‘고투 트래블’과 같은 여행 장려 캠페인을 추진했다. 그 정책은 경제대책으로 필요할지 모르지만 감염 방지 대책으로는 아니다.”

―도쿄 올림픽이 예정대로 7월에 열릴 수 있을까.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수습되지 않고 있고, 최근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오고 있다. 현 단계에선 개최하기 힘들다고 본다.”

―최근 스가 정권의 문제가 잇달아 터지고 있다.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으로서 아베 전 총리를 보좌하는 능력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에서 드러났듯 총리로서는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행정력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런 본질적인 게 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사과한 ‘간 나오토 담화’를 2010년 발표했다.

“아내가 차(茶)를 좋아한다. 좋은 차 도구는 모두 한국 도구라고 하더라. 사실 일본의 문화는 한국을 통해 전해졌다. 한국은 어떤 의미에서 일본의 문화 선생님이다. 하지만 최근 200∼300년간 불행한 일이 있었다. 정치적으로 이리저리 싸우기도 하지만, 긴 역사 속에서 한국은 일본에 많은 것을 가르쳐 줬다. 나는 양국 관계가 서로 존중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그 담화를 냈다. 긴 역사를 양 국민이 충분히 안다면 더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간 나오토(菅直人) 전 일본 총리
△1946년 야마구치현 우베 출생 △1965년 도쿄공업대 이공학부 입학 △1971년 변리사 시험 합격, 사회시민연합에서 시민운동도 병행 △1980년 중의원 선거에서 사회민주연합 후보로 첫 당선 △1996년 민주당 창당, 초대 당 대표 취임 △2009년 정권 교체 후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 발족 때 부총리로 입각 △2010년 6월∼2011년 8월 총리 △2017년 입헌민주당 합류, 현재 13선 중의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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