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자백 내보냈다"..영국 이어 호주도 '中 방송' 송출 중단

정은혜 2021. 3.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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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오성홍기와 호주 국기. [AFP=연합뉴스]


호주 공공방송사 SBS가 중국 관영방송사 CCTV, CGTN의 콘텐트 송출을 중단했다. 5일(현지시간) 호주 SBS는 "심각한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됐다"며 송출을 중단한다고 자사 뉴스를 통해 밝혔다.

SBS 대변인은 "중국 관영 매체들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재소자들을 감금, 고문해 얻은 자백 장면 56건을 송출했다는 민원을 접수했다"면서 "관련 영상들을 조사하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과 복잡성을 고려해 심사 기간 CGTN과 CCTV의 뉴스 등 콘텐트 송출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BS는 그동안 월드워치 프로그램을 통해 15분짜리 CGTN 중국어 교육 영상과 30분 분량의 CCTV 영문 뉴스를 전송해왔다.

중국은 성명을 내고 호주의 조처를 "고전적인 정치 박해"라고 규정하며 "중국은 중국 언론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이라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BS에 민원을 보낸 곳은 국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다. 지난달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도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민원을 접수하고 자국 망을 통해 유럽에 송출되는 CGTN의 면허를 박탈한 바 있다. 소유권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CGTN은 자체 편집권을 없이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EPA=연합뉴스]

영국과 호주의 연이은 조처는 인권 문제를 고리로 중국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려는 서방 국가들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호주는 지난해 4월 국제 사회에 코로나19 확산 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본격적인 중국 제재에 들어갔다. 자국의 중국 정부 관계자, 중국 관련 단체와 기업의 활동을 제한했다. 중국은 호주의 주요 수출품인 곡류, 석탄, 와인, 랍스터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맞불을 놓으면서 양국의 싸움은 무역분쟁으로 번졌다.

호주 정책전략기구 '더스트레티지스트'는 남반구가 겨울로 접어들고 있는 계절 변화에 빗대 "양국의 관계가 길고 추운 겨울로 들어가고 있으며, 대비가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호주의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중국과의 분쟁으로 큰 손실을 입고 있지만 호주 정부가 당분간 이런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랍스터, 와인 같은 호주 수입품 대체제는 많다"면서 중국과 분쟁을 하면 손해를 보는 쪽은 호주라고 주장했다.

호주는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지난해부터 강화되고 있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서방의 중국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이 끝난 뒤 최근 이들 영어권 국가들의 대중 공조는 심화하는 분위기다. 인권 문제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안보와 경제 문제에서 중국의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도 주요한 이유가 됐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음주 앞으로 다가온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4자 안보 협의체) 지도자 회의에 처음 참석한다. FT는 "지난해 10월 인도는 미국·일본·인도의 군사훈련에 호주를 초대했다"며 중국이 (호주와 인도 같은) 주변국을 자극해 이들 군대의 정보 교류가 활발해지는 등 밀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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