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독립하라고요?" 18세가 두려운 보호 종료 아동들

한승곤 입력 2021. 3. 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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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없이 사회 던져지는 보호 종료 아동
아동 4명 중 1명 기초생활수급자, 경제적 어려움 직면
안정적인 자립 위해 장기적인 지원 체계 마련 필요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한승곤·이주미 기자]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을 떠나야 하는 보호 종료 아동들이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서 정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19년 보육원을 떠난 보호 종료 아동은 2587명에 달한다. 매년 약 2500명의 '열여덟 어른'이 사회로 나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최대 500만원의 자립정착금과 보호종료 후 3년 동안 매월 30만 원의 자립 수당이 지급된다. 대학 입학금도 지자체별로 150만~500만원 수준에서 지원하고 아동발달지원계좌 같은 금융 지원책도 있다.

그러나 취업 등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에 나가야 하는 이들에게는 현행 지원금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립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선 경제적인 지원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설 퇴소 후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는 아동들이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아동양육시설 및 공동생활가정을 퇴소한 아동 중에 26.2%가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종료아동 4명 중 1명이 기초생활수급자인 셈이다.

특히 퇴소 1년 차인 보호종료아동의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45%에 달하며 이 중 13.3%는 5년이 지나도 여전히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자마자 자립해야 하는 아동들은 대학보다 취업을 선택한다. 당장 생계가 급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보호종료아동의 대학진학률은 43.6%다.

같은 해 고교 졸업자 대학진학률이 70.4%인 것을 고려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이렇게 졸업 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아동들은 현실적으로 높은 학력과 많은 스펙이 요구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학생들이 일렬로 거리두기를 지키며 등교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청년층이 덜 선호하는 직종인 서비스·단순노무·기능직 등에 종사(62%)하는 인원이 관리·전문·사무직 종사자(32%)의 두 배에 달한다.

결국 취업해도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지내지 못한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니 낮은 임금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 같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취업한 보호종료아동의 43.2%가 월 평균 150만원을 못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 3년 이내 직장인이 2018년 기준 월 152만원을 평균 소비한다는 결과를 고려하면 아동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회초년생들보다 근근이 삶을 이어가는 셈이다.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지원의 실용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아동 개인 상황에 맞춰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동들은 자립 전에는 시설에서 지내기 때문에 수당, 주거 등의 문제에서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받은 수당을 어떻게 계획해서 쓸지, 집을 구할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등 현실적인 부분은 주변에서 조언을 얻거나 직접 찾아보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6 보호종결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보호종료청소년들이 자립 후 겪는 문제점으로 △심리적 부담 10.1% △돈 관리 지식 부족 7.7% △취업정보 및 기술 부족 6.8% △기타 13.5% 등이 꼽혔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19년 4월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혜심원을 방문, 시설관계자 등과 보호 종료 아동 자립수당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렇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동들을 가까이에서 돕고 정착을 지원하는 제도로는 자립지원전담요원이 있다. 자립지원전담요원은 시설 퇴소 전부터 체계적으로 아동들의 자립 준비를 지원하고 보호종료 이후 5년 이내 기간 동안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그 수가 보호종료아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자립전담요원의 수는 262명이다. 보호종료 5년 이내 아동에 더해 종료 전 아동까지 고려하면 요원 1명당 100명이 넘는 아이들을 관리하는 셈이다.

절대적으로 수가 부족하다보니 관리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원을 돕기 위한 제도지만 정작 실효성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는 현행 지원 체계로는 보호종료아동의 사회 정착을 돕는데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정종화 삼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종료아동은 시설에서 집단 생활을 하며 자랐기 때문에 자립해 혼자 살아 가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자립전담요원의 수를 지금보다 더욱 늘릴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요원의 수를 늘리는 것 뿐 아니라 맞춤형 취업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나 직업코치(장애인의 고용을 위해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전문인) 등의 제도를 활용해 보호가 종료되기 전부터 자립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이주미 인턴기자 zoom_01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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