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팩은 분리수거, 멸균우유팩은 쓰레기통에 버리라고요?
환경부가 내년부터 우유와 주스 등을 담는 멸균 종이팩을 ‘재활용 어려움’ 표시 대상으로 분류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소비자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분리배출만 잘하면 재활용할 수 있는 멸균 종이팩을 일반쓰레기 취급하면 자원순환율을 높인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예외적으로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환경부가 행정예고한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포장재에 타 재질이 혼합·첩합돼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 기존 분리배출 표시에 ‘엑스(X)’ 표시를 추가해야 한다. 내년부터 출고되는 제품의 포장재부터 적용되며,이 표시가 기재된 포장재는 일반종량제 봉투에 담거나 배출 스티커를 붙인 후 배출해야 한다.
현재 일반 종이팩(살균팩)과 함께 분리 배출되는멸균 종이팩(멸균팩)도 얇은 알루미늄이 들어가기 때문에 개정안의 대상이 된다. 일반 종이팩과 멸균팩이 함께 분리 배출될경우 재활용을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 측은 멸균팩을 분리수거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자원순환활동에 역행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8일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폐기물로 만든다는 점에서 그간 시민들이 쌓아 온 재활용 의식이 저하되고 분리배출 참여율이 저조해질까 매우 우려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분리배출 참여로 멸균팩의 재활용률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고, 앞으로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멸균팩 사용이 더 증가할 거라는 점에서 멸균팩을 일반쓰레기처럼 분류하는 개정안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기후행동의 이차경 상임이사는 “ 대다수의 시민이 종이팩을 ‘멸균팩과 살균팩’으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분리해 멸균팩만을 쓰레기로 처리하라는 지침은 오히려 시민들이 분리수거를 할 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기후행동은이런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11일 환경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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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팩 재활용 20% 수준…환경부 “멸균팩 유예 검토”
실제로 전국 30만여 명의 소비자조합원으로 구성된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아이쿱생협)의 경우, 멸균팩을 별도로 분리 배출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모인 멸균팩은 재생용 화장지로 재활용된다.
해외의 경우 종이팩(살균, 멸균) 재활용률이 벨기에는 84%, 독일은 70%에 달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국내는 2018년을 기준으로 22% 수준에 그쳤다. 한국순환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연간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종이팩을 모두 재활용하면 50m 화장지 2억 롤을 생산할 수 있다.
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소비자단체의 우려를 반영해 멸균팩 등 일부 품목을 ‘재활용 어려움’ 표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영태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멸균팩은 일반 종이팩과 섞이면 성상이 달라서 재활용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멸균팩은 대체할 수 있는 재질이 없는 만큼 ‘재활용 어려움’ 표시 대상에서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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