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놓인 '곱버스 개미'..손실률 최고 80% 넘어

노자운 기자 2021. 3.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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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버리고 손절해야…전망 좋은 ETF 투자가 대안"

30대 직장인 박선주(가명)씨는 지난해 4월 일명 ‘곱버스(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에 2000만원을 투자했다. 코로나19의 유행이 가속화하는 와중에도 코스피지수가 연일 오르자, 곧 경기가 후퇴하며 증시도 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씨의 예상과는 다르게 코스피지수의 상승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손절매를 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그래도 실물 경제가 나빠져 주식시장도 침체하리라는 희망을 놓을 수 없었다. 적절한 때를 기다렸으나 결국 기회는 오지 않았고, 박씨는 수익률 ‘-70%’가 적힌 증권 계좌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에 투자한 개인들이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이 상장지수펀드(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곱버스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졌다.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때 그 하락률의 대략 2배만큼 수익을 내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상승장에 매수하고 나서 증시 조정기 때 매도해 차익을 얻는 것이 일반적이다.

◇ 개미, 1년간 곱버스 4조원 순매수…손실률 최고 80% 넘어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곱버스에 투자한 개인들의 순매수액은 4조원에 육박한다.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중 상당수가 막대한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만약 지난해 3월 최고가(19일 기준)인 1만2815원에 매수한 후 한 번도 매도하지 않고 보유해왔다면, 8일 종가(2185원) 기준으로 손실률이 83%에 달한다.

그래픽=정다운

문제는 곱버스를 장기 보유 중인 투자자의 경우 손실이 지나치게 커 섣불리 손절매에 나설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증시가 다시 하락할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투자자들도 있는데, 그러한 방법 역시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 작년 3월 곱버스를 최고가에 매수한 산 사람이 손실을 완전히 만회하기 위해서는, 코스피지수가 하루에 2%씩 46일 연속 하락해야 한다. 만약 ‘물타기(주식을 내려간 가격에 추가 매수해 보유 주식의 평균 단가를 낮추는 전략)’를 해서 평균 단가가 6000원인 투자자라면, 코스피지수가 2%씩 26일 연속 하락해야 손실 만회가 가능하다.

이처럼 지난해 곱버스를 고점에 산 투자자가 손해액을 100%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오랜 시간을 버텨 손실을 만회한다 하더라도, 그 기간에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막대하다. 기약 없는 손실 만회를 기다리며 곱버스에 돈을 묶어두는 대신 다른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놓이자 일부 투자자는 이제라도 뒤늦게 물타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가격에 곱버스를 대량으로 추가 매수한 후 평균 단가를 낮춰, 손실을 최소화해 손절매하겠다는 전략이다.

◇ 차선책으로 스탁론 이용하기도…‘반대매매’ 주의

저가에 추가 매수할 만큼 충분한 현금이 없는 경우 ‘스탁론’을 이용하기도 한다.

스탁론은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이 증권사가 제휴를 맺고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증권사에서 자체적으로 실행하던 증권담보대출은 올해 초 대부분 중단됐기 때문에, 현금을 빌려 주식을 추가매수하기 위해선 스탁론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현재 스탁론은 증권사 계열의 일부 저축은행 및 캐피탈에서 하고 있는데, 대출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금액이 매달 비슷하게 유지되거나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IBK캐피탈의 현재 스탁론 대출 잔고는 약 1300억원 수준이다. 유진저축은행의 경우 지난달 스탁론 대출 잔고가 35억원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26억원, 올해 1월에는 30억원이었다.

곱버스는 우량 상품으로 분류돼 스탁론을 실행하는 데 있어 큰 제약이 없다. 만약 현재 보유한 주식의 평가 금액이 5000만원 이하라면, 3배인 1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또 연 이자율이 약 3~5% 수준이며 상환 기한을 수년 간 연장할 수 있어, 물타기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스탁론으로 대출을 과하게 받으면 보유 주식의 가치가 추가 하락할 때 반대매매를 당할 위험이 있다. 반대매매란 융자를 받아 매입한 주식의 가격이 담보비율(부채액을 주식 평가액으로 나눈 값) 밑으로 하락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뜻한다. 스탁론을 이용해 곱버스를 살 경우 담보비율은 120% 정도로 설정된다. 따라서, 만약 스탁론을 최대치로 받았는데 곱버스가 추가 하락한다면, 담보비율을 넘어가 보유 주식을 저가에 강제 매매당할 위험이 커진다.

◇ "주가 조정 시 미련 버리고 손절…다른 ETF로 만회해야"

이처럼 섣불리 물타기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손실이 많이 났더라도 곱버스를 손절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곱버스 같은 지수 추종 ETF는 운용사에서 매일 리밸런싱(비중 재조정)을 하기 때문에 운용 보수가 매우 비싼 편이라, 가만히 들고 있어도 손해가 나는 상품"이라며 "오래 보유할 만한 상품이 아닌 만큼, 미련을 버리고 지금처럼 증시가 하락했을 때 손절매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만약 1000에서 1100, 900으로 등락한다면 인버스 레버리지 ETF는 1000에서 1200, 960으로 등락한다"며 "이처럼 위험이 큰 상품이기 때문에 주가 조정 시기에 손절매한 후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원유 ETF나 코스피200 레버리지 ETF를 사서 손실을 만회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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