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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20년이면 치킨집행" 컴공과 기피현상 불렀다

이동우 기자 입력 2021. 03. 0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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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코로나가 부른 IT개발자 대란(下)

[편집자주] IT 개발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랜드가 우리 사회, 경제 전분야로 확산되면서 이에 대응할 IT 서비스 개발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져서다. 기업들은 웃돈을 제시하면서까지 능력있는 개발자 구하기에 혈안이 됐다. 최근 벌어지는 IT개발인력 쟁탈전의 양상과 원인, 해법을 짚어본다.

15년전 서울대 컴공과 미달사태, 후폭풍 왔나
"단순하게 말해 본질은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최근 한 모바일 플랫폼 기업 인재 채용 담당자는 이렇게 푸념했다. 이른바 '대육천'(초봉 6000만원) 시대로 상징되는 IT(정보기술) 업계 '개발자 인력난' 현상은 이미 15년 전 예고됐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매번 미달 사태를 겪었고, 카이스트 전산학과는 2004년 이후 7년간 단 한 번도 학과 정원 50명을 채우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의 여파로 교육당국과 대학이 소프트웨어(SW) 인력 육성에 잔뜩 움츠러 들어서다. 이후 주요 IT기업의 개발자들에 대한 처우가 막노동에 비견될 정도로 좋지 못하고 휴일없는 프로젝트로 혹사 논란까지 일었다. '개발자 20년이면 결국 치킨집행'이라는 자조까지 나돌면서 SW 전공 기피현상을 심화시켰다.

201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4차 산업혁명과 함께 IT, 빅데이터, AI(인공지능)의 중요성이 강조됐음에도 개발 인력 공백은 메워지지 않았다. 십수년째 묶였던 서울대 컴공과 정원 55명은 지난해에야 70명으로 확대됐다. 그나마도 실리콘밸리 인재의 산실인 미국 스탠포드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스탠포드대 컴공과 인원은 2008년 141명에서 2020년 745명으로 증가했다.

◇개발자 부족 현상에…IT 빅2 카카오·네이버 국무총리에 하소연까지=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12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목요대화에서 여민수(가운데) 카카오 대표, 한성숙(왼쪽) 네이버 대표이사 등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사진=뉴시스


특히 기업이 즉시 전력감으로 쓸만한 10년이상 경력자나 석박사급 인력은 해외 유출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대 등에서 연간 10~20% 정도의 인력이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으로 빠져나간다. 미국의 경우 개발자 평균 연봉이 국내 2배 수준인 10만달러에 달해 경쟁 자체가 쉽지 않다.

지난해 말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난 내 IT 빅2(Big 2) 대표의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데이터는 많고 분석할 장비는 돈을 주고 사면 되지만, 데이터를 이해하고 가공·분석해 적용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역시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인력확보가 중요한데 뽑고 싶어도 뽑을 개발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앱개발자 필요한데 웹개발자만?…기업이 직접 교육 나서기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업계에서는 쓸만한 인재가 부족한 게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같은 개발자라해도 개발수준과 경력에 따라 처우, 업무강도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 등 주요 IT기업이 선점경쟁을 벌이는 인력들은 대부분 10년차 이상으로 각종 모바일 프로젝트나 신 서비스 구축을 경험한 팀장급이다. 나머지 대다수 일반 IT서비스 개발자들은 여전히 단순 코딩업무를 반복하며 야근과 밤샘에 시달린다는 후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급격히 늘어난 모바일 앱 개발 수요를 웹 중심의 교육 현장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개발자라도 앱과 웹에서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기반이 달라 적응이 쉽지 않아, 자연스럽게 앱 개발 경험이 많은 경력자들을 찾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와관련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SW교육기관의 교육 커리큘럼을 개선하고 업체들도 보다 창의적 개발작업 비중을 높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부 수준에서도 실무에 바로 투입할 만큼 코딩 교육을 강화하고 '코딩 부트캠프'(비제도권 SW개발 교육기관)역시 교육수준과 강도를 높여 기업의 눈높이에 맞춰야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정부의 SW인력양성 역시 이같은 현업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업계 출신 대학교수는 "실무에 필요한 오픈소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가 중요한데 신입사원을 보면 코드를 단순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현업의 경험을 살려서 더 나은 개발자를 길러낼 수 있도록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방식에 중점을 두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개발자 자급자족...우수 인재 키워쓰는 IT업계
IT 기업들이 개발자 구인난 속에 자급자족에 나서고 있다. 서비스를 개발·유지할 수 있을 수준의 코딩 능력과 논리력, 컴퓨터 과학에 대한 이해를 갖춘 '우수' 개발자를 직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직접 '아카데미' 설립…지역·대학과 연계도=8일 IT 업계에 따르면 NHN은 올 상반기 중 경남 김해에 클라우드·소프트웨어 전문 교육기관인 'NHN 아카데미'를 설립한다. 오는 9월 정식 개강한다. NHN 김해 데이터센터 구축과 연계해 지역 인재를 실무형 개발자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NHN 아카데미는 경남 지역 대학 등과 협력해 진행되는 2년제 과정이다. 코딩은 물론이고 컴퓨터공학 전공생들이 배우는 컴퓨터구조·자료구조·알고리즘·논리회로 등을 광범위하게 가르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IT 기업이 대학과 손잡고 인재를 육성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이화여대·충남대·국민대 학부 과정과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과정과 손잡고 보안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특히 호서대 대학원과의 산학협력 코스는 현업 개발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우량 개발자를 스카웃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는 설명이다. 지란지교시큐리티 관계자는 "꼭 개발자를 스카웃하지 않더라도 좋은 실력을 가진 개발자들과 자사 개발자 간 교류로 전반적인 기술 수준을 높일 수 있어 개발자 코스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도 한국 대학과 손잡고 무료 개발자 스쿨 '애플 아카데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애플은 국내 이동통신사에 '갑질'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안을 통해 개발자 아카데미를 설립하겠다며 약 250억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한 바 있다.

◇IT 유니콘·대기업 SW 아카데미 몇년 전부터 트렌드=

최근 몇 년 사이 이용자가 급증한 IT 유니콘 기업들 역시 수년전부터 필요한 직무 개발자를 직접 키우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10개월 과정으로 '우아한테크코스'를 운영한다. 지난달 시작된 과정이 벌써 3기째다. 웹 백엔드(데이터베이스·서버 분야)와 웹 프론트엔드(웹 디자인·웹페이지 구현 등) 분야를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이는 네이버·카카오 등 다수 IT 기업에서 수요 높은 기술들이다. 모집 경쟁률도 상당하다. 여기서 배운 기술로 다른 IT기업으로 취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모집했던 1기는 19대 1, 지난해 11월 수료한 2기는 13대 1이었다. 기수마다 52명을 뽑는데 수료율이 85% 이상이다. 1기의 경우 수료생 중 23명은 우아한형제들로, 15명은 네이버·카카오 등 다른 IT기업에 취업해 취업률 87%를 기록했다.

삼성·한화 등 대기업도 자체 SW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특히 만 29세 미만 청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삼성의 '삼성 청년 SW(소프트웨어)아카데미'(이하 SSAFY)는 내달 6기를 모집한다. SSAFY 출신들도 삼성 계열사뿐 아니라 농협중앙회, 신한은행, 신세계INC, 다날, 인바디 등 각종 기업의 IT 개발자 수요를 채우고 있다.

◇업계 "개발자 풀 키우고 양질화 필요"…왜?=IT 기업들은 자사 교육과정 수료생들이 자사로 취업하지 않아도 상관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인력 이동이 잦은 IT 업계 특성상 일단 개발자를 양성해 놓으면 돌고 돌아 자사로도 유입될 수 있다는 셈법이다. 국내 IT업계 개발 능력의 상향 평준화를 꾀할 수도 있다.

한 IT 기업 관계자는 "이런 교육과정이 당장은 비용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도 "자사 교육과정 수료생들 중 능력이 있는 개발자들이 다른 회사로 가더라도 그 자체가 업계 전반의 기술력을 향상시켜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장기적으로 자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지수 기자
새우등 터진 스타트업, 개발인력 1만명 직접 모은다
(서울=뉴스1) = 25일 인천에서 열린 스타트업 파크 개소식에서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파크는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 인근의 ‘투모로우시티’를 리모델링한 지하2~지상6층 규모다. 내부는 사무공간·편의시설과 빅데이터?인공지능(AI)센터, 지능형사물인터넷(AloT) 실증지원랩 등 기업지원시설과 오픈스테이션?중앙광장과 같은 교류공간을 갖췄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1.2.25/뉴스1

IT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자들의 연봉을 인상하며 인재 영입에 나서자 스타트업들로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상황이 됐다. 개발자들의 몸값이 치솟으며 스타트업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연봉협상에 들어가는 스타트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며칠 간격으로 발표된 IT업계의 릴레이 연봉 인상 소식에 핵심 개발자 인력의 유출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인다. 연봉을 인상한 일부 기업은 다른 회사의 경력 개발자들에게 스톡옵션 등 추가 인센티브까지 내세우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스타트업 개발자 인력난의 근본 원인은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에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코로나19(COVID-19)로 비대면 서비스도 크게 성장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 탓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능력이 있고 실무경험까지 갖춘 개발자들을 채용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프로젝트를 함께해온 개발자들이 중간에 이직하면 타격이 매우 크다. 플랫폼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전했다.

◇개발자 인력풀 선점 나선 스타트업들…‘스코페 2021’ 개최=

스타트업의 경우 대기업처럼 연봉을 인상해 개발자를 붙들어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유망 스타트업들은 손을 맞잡고 개발자 인력풀을 선점하기 위한 ‘개발자들과 스타트업이 지속 매칭되는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로켓성장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왓챠 △쏘카 △오늘의집 △마켓컬리 △브랜디 △번개장터 등 6개사는 오는 20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 ‘스타트업 코딩 페스티벌 2021(스코페 2021)’을 개최한다. 행사 접수 마감은 17일까지다.

6개사는 국내 개발자 1만명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 19세 이상의 개발자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김슬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경쟁보다는 화합을 하고 개발자들만의 언어인 코딩으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잔치”라고 설명했다.

최종 1등으로 선정된 참가자에게는 300만원, 2등 100만원, 3등 5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상위권 참가자들에게는 맥북프로13형, 아이패드 프로, 애플워치, 에어팟 프로 등 애플 제품 100대가 증정된다.

특히 우수한 실력을 보인 참가자에게는 스타트업 채용 기회까지 제공된다. 이번 행사는 개발자들의 네트워킹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속내에는 개발자 수급 위기를 대비해 능력 있는 개발자를 선제 발굴하고 교육·채용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타트업의 개발자 수급 절벽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중심의 개발자 커뮤니티와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이탈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서정민 브랜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행사는 개발자들의 네트워크 파티”라며 “이를 통해 개발자들과 좋은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매칭될 수 있는 네트워킹으로 만들고 싶은 게 장기적인 비전”이라고 밝혔다.

최태범 기자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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