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와 무릎 꿇더니..그 앞서 청년 2명 총쏴죽인 미얀마 軍
누 따웅 수녀, 무릎 꿇고 사격 말라 군에 호소
군경도 함께 무릎 꿇고 "해산만 시킨다" 약속
하지만 현장 떠난 군, 청년 2명에 발포
지난달 무장 경찰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총격을 자제해 달라'고 빌던 미얀마 수녀가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는 경찰도 함께 무릎을 꿇으며 두 손을 모았다. 이로서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지만 군경은 결국 시위대에 총을 쏴 청년 2명이 사망했다. 수녀는 울먹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사망자가 대거 발생해 '피의 일요일'로 불린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얀마 북부 카친주 미치나시에서 무장한 군경 앞에 홀로 무릎 꿇었던 안 로사 누 따웅 수녀가 전한 얘기다.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교구 소속 누 따웅 수녀는 8일 무장 경찰들 앞에서 다시 한번 무릎을 꿇었다. 그럼에도 이날 2명이 그가 보는 앞에서 쓰러졌다. 누 따웅 수녀는 이날 지역 매체 카친웨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울먹이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지역 의료 기관에서 봉사 중이던 누 따웅 수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거리로 나섰다고 한다. 3~4대의 경찰차가 마을로 들어서고 있었고 시위대가 도망가고 있었다.
누 따웅 수녀는 경찰 병력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제발 쏘지 말라, 우리는 모두 같은 미얀마 시민들"이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일부 경찰은 수녀 앞에 무릎을 꿇으며 "괜찮을 것이다. 단지 시위대를 해산하려는 것뿐"이라며 "만약 해산하지 않으면 수녀님이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해 달라"고 답했다. 누 따웅 수녀는 "알겠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고 경찰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
문제는 다음에 발생했다. 자리를 옮긴 진압 병력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한 것이다. 누 따웅 수녀는 시위대의 안내를 받아 사건이 벌어진 장소로 갔다. 거리에는 총을 맞고 쓰러진 한 남성이 있었다. 누 따웅 수녀는 "그는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며 "사람들이 도망갔지만 나는 떠날 수 없었다. 쓰러진 사람을 도우려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누 따웅 수녀가 그에게 다가가 처치하려는 사이 또 다른 사람이 누 따웅 수녀 앞에서 총을 맞고 쓰러졌다.
누 따웅 수녀는 눈물을 흘리며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군경에 호소했다.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들도 시위를 막아야 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치나시에서 군경의 발포로 시위대 2명이 사망하고 수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근처 건물에서 날아온 총탄에 피해자들이 머리를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군경을 향해 총격 자제를 호소하며 무릎 꿇은 누 따웅 수녀의 모습은 지난달 28일에 이어 이번에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수녀의 신원은 앞서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그는 SNS에서 퍼진 사진을 게재하며 "누 따웅 수녀가 자유와 인권을 달라고 항의하는 민간인들에게 총을 쏘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고 썼다.
카친웨이브에 따르면 누 따웅 수녀가 보는 앞에서 숨진 사람 중 한 명은 23세 청년 코 진 민 텟이다. 미치나 시민들은 9일 텟의 관을 운구하며 거리에서 장례식을 치렀다. 시민들은 그가 숨진 장소에 꽃다발을 뿌리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또 다른 희생자 우 코 코 코 레이의 장례식도 엄수됐다. 레이도 머리 쪽에 총을 맞고 숨졌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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