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재정화 후 방류" 밝힌 일본, 천문학적 비용에 이행할지 의구심
전문가 "비경제·비과학적"
[경향신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질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이 적절한 오염수 정화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늘고 있다. 경제적 준비와 과학적 근거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일본이 ‘해양 방류’라는 정해진 답을 향해 직진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검토하는 주된 근거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존재다. 2013년부터 가동된 ALPS는 ‘삼중수소’만 남기고 62개 핵종을 걸러내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필터 관리의 문제 등으로 ALPS를 통과한 오염수에도 다양한 독성 방사능물질이 남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ALPS에 두 번 이상 넣고 돌리는 ‘재정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지난해 12월 일본은 오염수 2000t으로 시험적인 재정화를 해 방사능 기준을 충족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문제는 시험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오염수 2000t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단 2주일이면 모이는 양이다. 재정화할 오염수는 이보다 400배나 많은 80만t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단 경제적 관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한병섭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는 “적은 오염수를 비싼 필터로 재정화해 성과를 내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며 “하지만 막대한 양의 오염수를 실전에서 재정화하면 비용이 엄청날 텐데 일본이 이를 감당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체 오염수의 재정화 비용에 관한 일본 정부의 뚜렷한 설명은 없다. 하지만 기본 태도를 가늠할 사례는 있다. 일본이 오염수 배출 방법으로 34억엔(약 350억원)이 드는 해양 방류를 유력히 검토하는 건 처리 비용이 대기 방출, 수소 방출, 지하 매설에 비해 10분의 1~7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싸기 때문이라는 게 국내 과학계와 환경단체의 분석이다. 재정화 역시 비용이 일본의 예상을 넘으면 꾸준히 실행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비교적 소량인 오염수 2000t에 대한 시험적인 재정화 결과를 모든 오염수에 적용하려는 일본 정부의 생각 자체도 비과학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핵연료가 녹아내린 원자로 3기를 처리하는 ‘폐로’ 과정에서 더 유해한 오염수가 나올 것”이라며 “미래의 고농도 오염수에 대한 처리 방향을 정하기엔 부족한 분석자료”라고 지적했다.
해양 방류가 시작되면 오염수 보관 방식이 바뀔 공산이 크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탱크에 오염수를 저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방사능 농도를 낮춘 뒤 오염수를 모아놓지 않고 바다에 버리는 일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탱크가 찰 때마다 일본 국내외에서 처리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는 일도 필요 없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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