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도 수상하다.."'벌집' 수십채 짓더니 산업단지 지정"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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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산업단지 예정지에 벌집 수십 채"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이어 행정수도 세종에서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고 있다. 세종시에 조성 예정인 국가산업단지 부지에 조립식 패널(일명 벌집) 집 수십 채가 들어서고 농경지에는 나무를 심었다. 세종시와 세종 경찰은 이 일대 투기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9일 오후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마을. 세종시 신도시에서 북쪽으로 약 8㎞ 정도 떨어진 이곳은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다. 농촌 마을에 들어서니 곳곳에 조립식 패널로 지은 집이 눈에 띄었다. 조립식 주택은 한두 필지 위에 여러 채가 각각 나눠 있는 형태로 일명 ‘벌집’으로 불린다. 와촌리 마을 입구 쪽에만 9채가 모여 있었다. 인근 또 다른 마을에도 조립식 패널 집이 쌍둥이처럼 늘어서 있다. 단층 쩌리인 이들 주택의 건축 면적은 43㎡(13평형) 정도다. 주민들은 "산업단지에 조립식 주택은 50채 이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몰려와도 불이 커진 조립식 건물은 드물었다. 주차된 차량도 없고 주택 출입문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기도 했다. 전기 계량기가 멈춰 있는 집도 눈에 띄었다. 집 주소를 알리는 지번 팻말이 붙어있는 것으로 봐서는 불법 건축물은 아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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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나타나 개 산책시켜"
이곳에서 만난 주민 A씨는 “2018년 초부터 갑자기 외지인의 토지 문의가 늘고 조립식 주택이 늘어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얼마 뒤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다”며 “보상을 노리고 지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조립식 주택은 대부분 평일에는 인기척이 없다가 주말에 불이 켜지곤 한다”며 “주말에 마을에서 개를 산책시키거나 여름에는 마당에 임시 물놀이 공간을 만들고 놀다가 떠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조립식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도 있었다. 60대로 보이는 한 거주민은 “세종시 신도시에 살다가 2018년 6월쯤 조립식 주택을 짓고 살고 있다”며 “투기 목적으로 지은 건 아니다”라고 했다.
조립식 주택 이외에 마을 밭 곳곳에는 매실 등 묘목이 심겨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묘목이 크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심은 지 2~3년으로 추정된다고 마을 주민은 전했다. 이 지역 부동산 업소 관계자는 “산업단지 지정 직전에 조립식 주택을 짓거나 농지에 나무를 심은 것은 대부분 개발도면이나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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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산업단지 지정 이후 땅값 급등"
이에 대해 세종시 관계자는 “2018년 6월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지정 이전 허가를 받아 지은 조립식 주택은 29채 정도로 파악됐다”며 “이 일대 개발행위제한이 고시된 2018년 9월 이후 새로 지은 조립식 주택은 없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소와 주민들에 따르면 이 일대 땅값은 3.3㎡당 논·밭이 80~100만원, 대지는 300만원을 호가한다. 주민 C씨는 "1년 전 3.3㎡당 18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00만원 이상 상승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세종시에 따르면 세종시 연서면 토지거래 신고 건수는 2017년 1464건에서 2018년 2075건으로 1년 사이 41.7% 증가했다.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는 2027년까지 조성하는 게 목표다. 올해 기본 설계를 한 다음 2023년에는 보상에 착수한 후 2024년 착공 예정이다. 이 사업은 세종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동 시행한다. 설계는 LH가 담당하며, 보상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곳에는 사업비 1조5000억원을 들여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선도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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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와 세종 경찰 투기 여부 조사키로
이런 가운데 세종시와 세종 경찰은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일원 등에 대한 공직자 투기 행위 조사에 착수했다. 세종시는 10일 류임철 부시장을 단장으로 감사위원회와 토지정보과 등 관련 부서가 협업해 전담팀(TF)을 조만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 경찰청도 지난 4일 세종시에 연서면 국가산단 관련해 2018년 3월부터 9월까지 건축허가와 소유권 관계 자료를 요청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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