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대강 사찰 원문 입수 "홍보기획관 요청"..박형준은 몰랐다?

이재석 2021. 3. 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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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에 반대했다가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피해를 입은 환경단체들이 지난달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사찰 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였다. KBS가 2018년 단독 보도했던 이른바 '4대강 사찰 요약문건'을 토대로 한 정보공개 청구였다. 말하자면 요약문건의 '원자료(原資料)'를 공개하라는 것이었다.

한 달여 만에 원자료 일부가 공개됐다. 4대강 사찰 원문이 확인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이었던 박형준 현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불법 사찰 내용을 요청하고 보고 받은 것으로 나온다.

박 후보는 오늘(10일) 오전 부산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했다. 문건을 본 적 없고, 보고 받은 적도 없다고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KBS는 오늘 저녁 [9시 뉴스]에서 이번에 입수한 4대강 사찰 원문을 상세히 보도하고, 박형준 후보가 등장하는 부분을 분석한다. 여기에선 먼저 '문답 형식'으로 이번에 입수된 사찰 자료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본다.

■(문1)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무엇인가?

→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 5곳이 지난달 초 국정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한 달여 만에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모두 107쪽 분량이다. 물론 중간중간 국정원이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비공개하고 빈칸 처리한 부분도 많다. 환경단체들은 국정원 불법 사찰 자료 공개 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인 '내놔라 내파일'을 통해 이번 정보공개 청구에 나섰다.

■(문2) 2018년 KBS가 공개한 '4대강 사찰 요약문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

→ 이번 정보공개 청구는 2018년 KBS가 단독 입수해 보도했던 이른바 '4대강 사찰 요약문건'을 토대로 이뤄졌다. KBS는 2018년 [뉴스 9]과 [시사기획 창]을 통해 문제의 요약문건을 공개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에 반대한 민간인들을 국정원이 어떻게 불법 사찰했는지 1장으로 요약 정리한 문건으로, 2018년 보도 당시 국정원이 공식 인정했던 문건이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이 요약문건의 '원자료(原資料)' 또는 '원문(原文)'이 확인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대강 사찰과 관련한 국정원 원문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3) 박형준 후보가 어떻게 등장하는가?

→ 두 건의 문건이 확인된다. 각각의 제목은 ①'4대강 사업 찬반단체 현황 및 관리방안' ②'4대강 사업 주요 반대인물 및 관리방안'이다. ①번 문서에는 2009년 6월 26일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표기돼 있다. '※배포 : 홍보기획관'이라고도 적혀 있다. ②번 문서에도 2009년 7월 8일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적혀 있다.


두 문건 모두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에 의해 2009년 7월 각각 작성된 문서다. 이때의 홍보기획관은 박형준 후보다. 홍보기획관의 요청 시점과 국정원 문건이 작성된 시점을 볼 때, 이 문건은 이미 완료된 사찰 내용도 포함하고 있고 앞으로의 '사찰 계획'도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대공·방첩·대테러와 같은 국정원 본연의 업무와는 무관한 불법 사찰 내용들이다.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학계·시민단체·종교계 등은 실제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여러 차례 불법 사찰을 당했고, 그동안의 각종 언론 보도로 피해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문4) 이번 문건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가?

→ 명백한 불법 사찰 내용이 상당 수준 등장한다. △사회단체 주요 반대인물 3명은 친분인사로 관리라인을 구축해 투쟁계획을 사전에 파악하고 종북 좌파활동을 공개해 국민적 거부감 조성, △환경단체 반대인물 4명은 환경부에서 전담관을 지정해 단체간 갈등 및 주도권 다툼 등 취약점을 집중 공략하고 연대 차단과 반대활동을 무력화, △종교단체 4명은 친분인사를 통해 순화, 가톨릭 신자 등을 통해 간접 압박 △교수들의 경우 반대 주도 인물들에 대한 비리 발굴을 통해 활동 약화 등이다. 전방위적이고 다양하다.

■(문5) 박형준 후보는 어떤 입장인가?

→ 오늘(10일) 오전 부산에서 KBS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다. 취재진은 이번에 공개된 원문을 보여줘 박 후보가 직접 읽어볼 수 있도록 했다. 박 후보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본 적 없는 문건이며, 자신은 당시 국정원 사찰과 관련해 어떤 것도 요청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석 기자 (jaeseo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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