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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협상안 발표] 남북관계 개선 급했던 한국, 트럼프 때보다 더 많이 내줬다

김경년 입력 2021. 03. 10. 16:09 수정 2021. 03. 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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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6년짜리 13.9% 인상'..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도

[김경년, 김도균 기자]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오른쪽)와 도나 웰튼(Donna Welton)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워싱턴D.C에서 제9차 한미방위비협상을 열고 있다.
ⓒ 외교부제공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안이 '6년짜리 13.9% 인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간 마지노선으로 여겨져왔던 '13.0%'를 넘는 수준이라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트럼프 정권 시절인 2020년 3월 잠정합의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로 좌초됐던 당시 인상액이 13.6%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때보다도 이번 협상안의 인상률이 더 높아진 셈이다. 

외교부는 10일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에 관한 한국 측의 부담액을 결정하는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했다.

한미 양측은 이번 합의를 위해 지난 2019년 9월 이후 모두 9차례의 공식회의를 열었으며, 한국의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미국의 도나 웰튼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지난 5~7일 워싱턴D.C에서 협상을 최종 타결한 바 있다.

이로써 2019년 9월 공식 개시된지 1년 6개월만에 협상이 타결돼, 약 1년 3개월간 이어져온 협정 공백이 해소됐다. 협정안은 한미 양측이 내부보고 절차를 마무리한 후 가서명, 국회 인준 등을 거쳐 발효된다.

"국방비 증가율 7.4%에 근로자 인건비 증가율 6.5% 더해"

외교부는 우선 이번 협정이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6년간 유효한, 다년도 협정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협정 없이 지나온 작년도(2020년) 방위비 총액은 전년인 2019년도 수준(1조 389억원)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양측은 2020년도 ▲ 미국 측에 선지급된 인건비와 ▲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발생에 따라 특별법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된 생계지원금 일체(총 3144억원)를 뺀 나머지 7245억원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작년 한미 양측은 협상이 지연돼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어 올해(2021년) 분담금 총액은 작년에 비해 13.9%가 증가한 '1조 1833억원'으로 합의했다.

정부는 13.9%는 ▲ 2020년도 국방비 증가율 7.4%와 ▲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최저배정비율 확대에 따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 6.5%를 더한 것으로, 13.9%라는 수치는 제도 개선에 따른 인건비 증액분을 감안한 예외적인 증가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한 이후 2022년부터 2025년까지의 연도별 총액은 전년도 한국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방비 증가율은 ▲ 우리의 재정수준과 국방능력을 반영하고 있으며 ▲ 우리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고 ▲ 국민 누구나 명확하게 확인 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제11차 한미방위비협상으로 인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연도별 추이.
ⓒ 외교부제공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재발 방지"... 제도 개선 강조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제도 개선에 주력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방위비 분담금의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을 올해(2021년)부터 종전의 75%에서 87%로 확대하고, 이중 85%는 종전의 '노력(endeavor)규정'에서 '의무(shall)규정'으로 바꿨으며, 미측이 최소한 2% 이상을 추가로 배정토록 '노력(endeavor)'키로 한다는 데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즉, 전년보다 무려 5배나 올려달라는 트럼프 정권의 무리한 요구로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작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가가 발생했음을 들어, 앞으로는 근로자들의 고용과 생계 안정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협정 공백시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 지급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협정상 최초로 명문화함으로써, 작년과 같은 무급휴가 사태의 재발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재차 제도개선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합의로 "양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주요 동맹 현안을 조기에 원만하게 해소함으로써 굳건한 한미동맹의 건재함을 과시했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 병사들이 훈련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우리로서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액수'라더니...

이번 합의에서 논란의 핵심은 '13.9%'라는 인상률이다. 한미는 트럼프 정권 시절인 작년 3월에 미국과 '13%' 인상안으로 잠정합의했던 적이 있다. 잠정합의안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퇴짜를 맞은 뒤에도 청와대는 '13%가 마지노선'이라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도 국회에서 "그 액수가 우리로서는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액수"라고 밝힌 적도 있다.

그래서 바이든 정권으로 바뀐 뒤 두 번만의 회의에 타결되는 이번에는, 적어도 13%는 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한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가 올랐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동맹을 갈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바이든 정권이 오히려 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9일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50억 달러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동맹을 강탈한 것'이라고 했는데, 대통령이 되고는 트럼프 행정부가 해놓은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며 "이익을 편취하는 모습이 아니냐"라고 개탄했다.

한편 10일 한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2020년 잠정타결 때 인상액이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13.0%가 아닌 13.6%였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한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 인상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트럼프 시절 인상액보다도 더 늘어난 액수인 셈이다.

정은보 협상대표는 타결 후 귀국하면서 '인상률이 13% 이하냐'고 묻는 기자에게 "작년에 양측 간의 잠정적인 합의에 대한 언론상 보도가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가 높아져 인상률이 올라갔다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인건비를 높였으면, 다른 항목인 군사건설비나 군수지원비 등을 낮추면 되지 않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 아닌 국방비 인상률에 연동시킨 것도 '특혜' 지적

내년부터 4년간 방위비 인상률을 국방비 인상률에 연동시키는 것도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위비를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킨 적은 있지만 국방비에 연동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소비자물가는 1.3% 상승 전망이다. 그러나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상 국방비 증가율은 평균 6.1%로 돼 있기 때문에 최소한 매년 6% 이상의 연간 분담금 상승률이 보장된다는 얘기다.

다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년 총액을 올려주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그것도 미국 측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장은 "일본의 경우 보통 5년 기간 협정을 체결하지만 일단 총액이 결정되면 협정기간 내 대체로 그 수준을 유지한다"며 "현행 미일 특별협정의 경우 방위비분담금은 2016년 1920억 엔에서 시작해 2020년 1993억 엔으로 마쳐, 5년간 연평균 1.0%가 올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 우려했던 미국산 무기도입은 합의서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구두합의 등 이면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CNN은 지난달 타결 임박 소식을 전하면서 "최종 합의에는 한국이 특정 군사장비를 구매하겠다는 내용과 같은, 한국 국방예산의 의무적 확대가 포함될 수 있다"고 쓴 바 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는 5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굴욕적인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런다고 미국이 우리말 듣나" - "북미정상회담 모멘텀 시작"

박기학 소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포함해 역대 어느 정권도 인상률, 인상액, 국방비 연동까지 이렇게 미국에게 특혜를 준 적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환심을 사서 남북관계를 잘 풀어보려고 하는 의도 같지만, 그런다고 미국이 우리 뜻을 받아주는 것도 아니지 않냐"며 반문했다.

김종대 전 국회의원(정의당)은 정부가 '원칙적 합의'를 했다는 발표에 대해 "더 늘어난 돈의 용처가 마땅치 않으니까 항목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총액만 합의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전 의원은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비용을 실사해서 필요한 만큼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단 총액부터 합의하여 챙기고 보자는 게 미국의 접근방식"이라며 "아마도 한미 방위분담금 협정에 맞는 사용처를 찾지 못하면 은행에 쌓아두고 이자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인상률이나 액수를 떠나 한미관계를 비롯한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생각할 때 잘 된 협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양욱 한남대 경영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 입장은 기본적으로 '한국 방위에 들어가는 비용이니 한국 측이 내야 된다'는 입장이었는데, 바이든 행정부 들어와서는 '동맹에 무리한 요구를 했던 이전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굉장히 잘못된 것'이란 입장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2배까지 올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 우려했었던 트럼프 때와 비하면 거의 정상적 수준으로 지켜낸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양 교수는 또 "북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 태도는, 차순위 정도가 아니라 트럼프 때와 달리 거의 관심이 없는 수준이며, 특히 일본으로의 쏠림이 심해져서 자칫 잘못하면 일본이 마치 동북아 지역의 리더인양 활동하는 꼴을 볼 수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의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상명대 교수(국가안보학과)도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타결되지 않으면서 주한미군 주둔이 불안정했는데, 안정적 주둔을 확보했다는 게 굉장히 의미가 크다"며 환영했다. 인상률에 대해서도 "양쪽의 균형잡힌 의견이 반영되었다"며 "원래 4년씩 했었는데 6년 협정을 이끌어냈다는 건 우리가 노력을 많이 했고, 미국도 거기 협조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이어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태도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며 "방위비 협정에 발목을 잡히다 보니 그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얘기도 못 꺼냈는데, 이것이 해결됨으로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모멘텀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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