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절이나 좀 다녀볼까"..새삼 떠오른 '걸레스님' 인연

김기정 입력 2021. 3. 11. 05:02 수정 2021. 3. 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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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나 좀 다녀볼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사퇴 전후로 주변 인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와 최근 대화한 한 법조계 인사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사찰 방문 등을 통해 기성 정치권과는 당분간 조금 더 거리를 두며 생각을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들리더라”고 전했다.


尹 “절 좀 다녀볼까”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지난해 2월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인권위원회 위촉식에서 진명 스님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불교 신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불교와의 인연을 각별하게 여긴다고 한다. 여기엔 과거 중광스님(重光ㆍ1935~2002)과 조우했던 윤 전 총장의 기억이 한몫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변 인사들 증언이다.

윤 전 총장은 서울대 법대 재학 당시 1980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모의재판이라고 해도 당시 정국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후 윤 전 총장은 피신 목적으로 강원도의 여러 사찰을 전전했다고 한다.

그 중 한 곳이던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에서 그는 중광과 만났다고 한다. ‘걸레스님’으로도 유명한 중광은 ‘미치광이’를 자처하며 파격적인 삶을 살았지만, 불교 계율에 맞지 않는 기행으로 1979년 승적을 박탈당했다. 그런 중광을 먼저 알아본 윤 전 총장이 인사를 건넸고, 두 사람은 이내 친해졌다고 한다.

중광 외에도 윤 전 총장은 여러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그 중 관상을 보는 한 스님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법고시는 좀 늦게 합격하겠지만, 앞으로 크게 될 놈이다.”(윤 전 총장 측근의 전언)

윤 전 총장의 늦깎이 결혼도 한 스님의 중재로 이뤄졌다. 그는 52세이던 2012년 열두 살 연하인 김건희씨와 결혼했다. 김씨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알고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사찰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도 작용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어머니 고향이 강원도 강릉이다. 그는 어린 시절 강릉의 외가를 자주 방문했고, 그 과정에서 강원도의 여러 사찰을 접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외가는 강원 지역의 유력 정치인을 배출하기도 했다. 강릉에서 11ㆍ12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故) 이봉모 전 의원이 윤 전 총장 외할머니의 동생이다.


尹 측 “3~4월 중 활동 계획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지난 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윤 전 총장의 잠행은 길어질 모양새다. 이날 윤 전 총장을 대신해 입장문을 낸 손경식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의 강연활동이나 기타 외부적 활동은 3~4월 중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모든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이라 우선 정돈을 하고 소송 마무리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손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의 SNS 활동 계획 등을 포함한 공보 업무에 대해선 “3~4월 중에 특별 활동을 할 계획이 없어 공보활동의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며 또 특별한 구조를 준비해 둔 것도 아니다”며 “필요성이 있으면 적절한 방법을 구축해 통보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4ㆍ7 재ㆍ보궐선거 전까진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입장문을 두고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향후 외부활동을 앞두고 본격적인 진용 갖추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대리인을 통한 공식 입장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공보 담당자가 없다’고 알린 것 자체가 공보활동”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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