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확률형 아이템은 공정한 장치"..3년째 똑같은 태도 엔씨소프트

박진우 기자 2021. 3. 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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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신화무기’에 수십억원
이중 뽑기 방식에 획득 확률 감춰
매달 수천만원 쓰는 ‘린저씨’ 실적 버팀목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소프트 제공

최근 넥슨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대해 법조계가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넥슨만큼이나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엔씨소프트는 최근 논란에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어 비판이 나온다.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의식이 엔씨소프트 내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실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3년 전인 지난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공정한 장치"라는 견해를 밝혔다. 큰돈을 들여도 가질 수 있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는 확률형 아이템을 김 대표가 두둔한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신화무기’ 얻으려면 2억 쏟아야…획득 확률 ‘깜깜이’

11일 게임 업계와 이용자들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리니지2의 최상급 아이템 ‘신화무기’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 방침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용자들은 신화무기를 하나 만드는 데 1억~2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정도로 고가(高價)에 진귀한 무기지만, 제작 재료의 획득 확률은 이용자가 알 수 없다.

신화무기를 만들려면 ‘신화 제작 레시피’가 필요하다. 신화 제작 레시피를 게임상에서 구하려면 먼저 아이템 뽑기나 사냥으로 ‘희귀·영웅·전설 제작 레시피’ 아이템을 얻고, 여기에 고대의 역사서1~10 아이템을 만들어 합쳐야 한다.

엔씨소프트는 ‘성장의 재료 상자’라는 이름의 아이템 뽑기로 얻을 수 있는 ‘희귀·영웅·전설 제작 레시피’의 등장 확률을 각각 2%, 0.5%, 0.25%로 공개했다. 반면, 고대의 역사서를 만드는 확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리니지2M. /엔씨소프트 제공

이런 아이템 뽑기 방식은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자율 규제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자율 규제를 받는 건 ‘캡슐형 유료 아이템’인데, 엔씨의 방식은 ‘컴플리트 가챠(뽑기)’로 불리고 있다.

컴플리트 가챠는 아이템 뽑기로 재료를 전부 모으면 완성 보상이 주어지는 방식으로, 각 아이템의 확률을 최종 보상을 얻을 확률로 착각하기 쉽다. 또 모아야 할 재료가 하나쯤 남은 상태에서는 유료 뽑기에 대한 강한 유혹을 느낄 수 있어 사행성 논란이 있다. 이 탓에 컴플리트 가챠 방식을 고안해 낸 일본에서는 현재 이를 금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마땅한 규제가 없다.

◇ 김택진 "리니지M 사행성 유도하고 있지 않다"

엔씨소프트의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일련의 논란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함구하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과거 발언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견해를 밝혀 전향적인 변화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8년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 게임의 사행성 조장 및 도박 논란에 "도박은 금품을 걸고 게임을 하는 것이고, 사행성은 요행으로 얻은 금품으로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리니지는 요행을 통해 금품을 취득하지 않을뿐더러 이용자들이 얻는 아이템도 게임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리니지M은 사행성을 유도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용자들이 구입하는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의) 베팅보다는 아이템을 공정하게 나눠주기 위한 기술적 장치"라고 덧붙였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조선DB

당시 국회의원들은 청소년의 결제 상한선을 두는 대책 등을 엔씨소프트 측에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청소년 보호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장치를 마련해야 된다고 본다"며 "모바일 게임에서 청소년 결제 한도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에도 엔씨소프트가 청소년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김택진 대표는) 개별 기업이 정책을 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국회를 중심으로 업계가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업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바일 게임은 기본적으로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니,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를 통한 논의를 거쳐 청소년 보호 분위기가 조성되면 같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 결국 돈…수십억 쏟아붓는 ‘린저씨(리니지+아저씨)’ 있기에

엔씨소프트가 확률형 아이템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유로 게임업계는 결국 돈을 꼽는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2조4162억원의 매출을 거뒀고, 이 중 리니지가 81%를 차지한다. 또 전체 매출에서 리니지M과 리니지2M 등 모바일 게임은 비중이 69%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72% 늘어난 것이다. 실적 성장에 확률형 아이템으로 많은 수익을 얻는 리니지의 기여 정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엔씨소프트는 각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매출 비중을 따로 집계하진 않고 있다.

게임 플레이 시간이 중요했던 과거 PC용 리니지 시절에 리니지를 주로 이용하는 ‘린저씨’의 의미는 ‘리니지를 장시간 하는 아저씨’를 이르는 말이었지만, 모바일로 플랫폼이 넘어온 뒤에는 ‘리니지에 돈을 많이 쓰는 아저씨’로 바뀌었다.

이용자들은 리니지M의 상위 10위권 캐릭터에 장비 등을 맞추는 비용으로 100억원 이상이 쓰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상위 랭크에 들려면 매달 3000만원 이상을 기본적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확률형 아이템이 존재하는 한 ‘린저씨’라는 확실한 캐시카우를 보유하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이를 스스로 차버릴 이유는 없다는 게 게임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엔씨소프트

◇ 증권가 "확률형 아이템 규제 움직임, 엔씨소프트에 영향 없어"

증권가에서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관련한 입법 시도에 대해 "엔씨소프트의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엔씨소프트의 주요 아이템별 확률 정보는 이미 자율규제로 공개되고 있다"며 "추가 규제 리스크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논의가) 실질 규제로 이어지면 이미 게임에 (많은) 지출을 한 이용자 중심으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 리니지M 문양 저장 및 복구 기능 추가 이후, 기존 과금 이용자 불만에 엔씨소프트가 콜백(되돌리기) 조치를 취했던 것을 보면 확률 구조를 변경하는 것은 매우 민감하고 어려운 이슈다"라고 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라인업이 성공한 이유는 인간이 추구하는 권력 등 주요 요소를 게임 시스템을 구현했기 때문이다"라며 "만일 특정 아이템 확률을 높여 대다수 유저가 갖게 되면 게임 내 재미가 반감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아이템 종류를 세분화하는 등 경쟁을 촉진하는 조정이 반드시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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