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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후쿠시마 핵사고 10주년: 국내 원전은 안전한가 / 강정민

한겨레 입력 2021. 03. 11. 18:16 수정 2021. 03. 1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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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1일로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 지도 벌써 10년이다.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원자력발전소 내 전원이 끊김으로써 원자로의 냉각 기능을 상실하여 3기의 원자로 노심용융 사고가 발생한 전대미문의 핵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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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정민|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이달 11일로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 지도 벌써 10년이다.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원자력발전소 내 전원이 끊김으로써 원자로의 냉각 기능을 상실하여 3기의 원자로 노심용융 사고가 발생한 전대미문의 핵사고였다.

사고 당시 수소 폭발과 함께 원자로에서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돼 사고 원전 주변 지역으로부터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제 피난했고, 10년이 된 지금까지 약 3만6천명은 방사능에 오염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원자로심이 부분적으로 녹아버린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핵사고, 원자로심이 녹고 격납건물이 터져버린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핵사고에 이어,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핵사고로 10만년에 한번 또는 100만년에 한번 대규모 노심용융 핵사고가 발생한다는 원자력계의 ‘안전 신화’는 무너졌다.

국내 원전은 체르노빌, 후쿠시마 같은 대형 핵사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한가? 후쿠시마 핵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50건의 원전 안전개선 대책을 수립하여 작년 7월 기준, 그중 47건을 시행 완료하였다 한다. 그럼에도 개인적 의견으로는 국내 원전에서도 대형 핵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정부의 원전 안전 후속대책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대형 자연재해로 인한 원전 사고에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와 같은 핵사고는 자연재해가 원인이 아니어도 일어날 수 있다. 유사한 결과는 원전의 냉각시스템과 전력시스템 등 안전시스템을 무력화하는 군사적 공격, 테러 또는 사보타주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원전에 대한 적의 미사일 공격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한 예다.

원자로를 방호하는 격납건물은 미사일 공격에 직접 노출된다. 핵사고 때 대기로 방출될 수 있는 방사성 가스의 유출을 막는 격납건물은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벽면이 뚫리거나 균열이 발생하여 격납 능력을 잃게 된다. 미사일 공격으로 격납건물 안의 원자로 용기가 직접 손상되지 않더라도 펌프, 파이프 등 냉각시스템은 파손될 수 있다. 펌프나 파이프가 파손되어 냉각수를 순환시킬 수 없는 경우, 노심용융 핵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미사일 공격으로 소외 전력원이 끊어지고 소내 비상 디젤발전기가 손상될 수도 있다. 전기가 없으면 원자로의 비상 노심 냉각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없어서 노심용융 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원인으로 격납건물 옆 일반 콘크리트 건물 내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또한 냉각시스템이 직간접적으로 손상되어 사용후핵연료 화재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화재사고로 인해 주변 환경으로 누출되는 방사능 규모는 후쿠시마 사고 규모를 훨씬 상회한다.

작년 11월 미국 원자력학회에 발표한 본인의 연구를 살펴보면, 고리 3호기 가상 노심용융 핵사고 때 강제피난 국내인구는 평균 약 230만명, 최대 약 1290만명임에 비해 고리 3호기 가상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화재사고 때 강제피난 국내인구는 평균 약 850만명, 최대 약 5천만명이었다. 그리고 사고의 방사능 여파는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대만 등 주변 국가에도 큰 피해를 입힌다.

원전 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국내 경수로 원전의 경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용량 부족으로 밀집 저장하고 있는 방식을 일반저장 방식으로 변경하고, 5년 이상 저장조에서 냉각한 사용후핵연료는 좀 더 안전한 금속콘크리트 건식저장 시설로 옮겨 저장함으로써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화재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원전의 중대 핵사고는 항상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이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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