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美에 5조원 베팅.."전기차 배터리 수요 폭증 예상"

문창석 기자 2021. 3. 1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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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제로 인한 반사이익도.."2030년까지 투자 지속"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공장전경© 뉴스1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12일 미국 배터리 시장에 5조원 이상 투자하기로 결정한 건 북미 지역의 배터리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라는 분석이다.

우선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확대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2050년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그린 에너지 분야에만 4년 동안 2조달러(약 2250조원)를 투자하는 등 본격적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펼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관용차 300만대를 전기차로 교체하고, 지방자치단체도 50만대의 전기 스쿨버스를 구매하는 정책을 도입한다. 또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확대, 전기차 충전소 50만개 설치 등 시장 수요 견인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미국산이 아닌 전기차를 미국에 판매할 경우 10%의 징벌세를 부과하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라는 리쇼어링 정책도 운영한다. 이 때문에 미국산 전기차의 필수 조건을 갖추기 위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전기차 시장이 굉장히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ESS 시장도 큰 폭의 성장이 있을 걸로 예상한다"며 "과거 시장 초창기에 갖고 있었던 '선 수주 후 투자' 전략을 시장 성장에 선제 대응하는 형태로 바꿔 생산능력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 배터리 © 뉴스1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칩과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개 분야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을 100일 동안 검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점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사실상 이들 핵심 부품·소재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으로, 배터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4개 기업 중 LG에너지솔루션의 상황이 다소 유리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영업비밀 소송 패소 리스크가 있으며, 일본의 파나소닉은 테슬라·도요타에 집중하고 있어 미국 내 외형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고, 중국의 AESC는 이번 행정명령 서명으로 상황이 어렵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5기가와트(GWh) 규모의 미시간 공장을 통해 미국 내 생산에 안착했고, GM과 합작법인(JV)를 설립해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다른 기업들이 가진 리스크가 없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최슨 소송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사용하는 포드·폭스바겐의 물량을 LG에너지솔루션이 가져올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 완성차 업체들은 법원이 정한 4년과 2년의 유예기간 동안 SK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소송 리스크로 인해 다른 배터리 공급사를 찾으려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4곳 중 LG에너지솔루션이 유력한 후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장 전무는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폭스바겐의) 배터리 물량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고객사 의사결정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GM과 합작법인인 얼티움셀즈 공장 전경(LG에너지솔루션 제공). © 뉴스1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가속화를 서두르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올해 CES 2021에서 "완전 전동화를 향한 미래로의 변화를 GM이 이끌고자 한다"고 밝혔다. 포드도 전기차로 본격 전환하고,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로의 빠른 전환을 위해 기존 내연기관차의 라인을 개조하거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도입하는 등 전기차의 생산 주기가 급격하게 짧아지는 점도 있다.

이런 흐름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은 물론 유럽 완성차 업체의 미국 출시 전기차 물량을 상당 부분 수주했으며, 미국 내 대형 프로젝트 확대를 위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로즈타운·프로테라 등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미국 스타트업들도 전기차를 양산하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 텍사스 지역 등의 한파 영향으로 앞으로 북미 지역에서 ESS 사용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호재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업체에 대한 수주도 증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제적으로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2030년까지 시장 성장률에 따라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며 "고객사들과의 합작법인이나 공동투자 등 다양한 형태의 공급망 구축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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