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샤넬 안사요"..MZ세대가 '하트·여우'에 빠진 이유는

오정은 기자 2021. 3. 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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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구(舊)명품 위협하는 신(新)명품 (上)

[편집자주] "샤넬은 올드해, 아미(AMI) 하트티 좋아." 코로나19(COVID-19)에도 백화점 샤넬 매장에선 '오픈런' 광풍이 계속되고 있지만, 명품 소비 지형에 조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루이비통·샤넬이 상징하는 구명품보다 역사는 짧지만 '역사상 최대 소비세대'로 불리는 MZ세대(18세~34세)의 감성을 사로잡은 신명품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아미, 메종키츠네, 로에베, 스톤아일랜드, 르메르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MZ세대가 꽂힌 신명품의 인기 비결과 주요 브랜드, 명품 시장의 미래를 분석해본다.

샤넬은 올드? 멋을 아는 요즘 애들, '新명품' 하트♥·여우에 빠졌다
아미(AMI)와 메종키츠네 제품과 로고/사진=SSF샵
"심플하지만,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 독창성으로 무장한 미친 디자인."

혜성처럼 등장한 '신명품'이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클래식 '구명품'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신명품은 현대적인 감각과 독창성·개성으로 무장하고 10대부터 30대 고객을 흡수하고 있다. 현대적인 패션, 동시대의 감각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컨템포러리(동시대) 브랜드로 불리는 이들은, 구(舊)명품에 대비된다는 뜻에서 한국에서 '신(新)명품'으로 불린다. 신명품은 무서운 속도로 구명품의 입지를 잠식하고 있다.

◇"Z세대는 새로운 것을 원한다" 신명품의 부상=

하지만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샤넬·루이비통의 요란한 디자인과 과도한 가격이 부담스런 소비자들에겐 새로운 욕구가 자라나고 있었다. 좀더 심플하면서 세련된 캐주얼 패션에 대한 열망 속에서 '신명품' 브랜드가 무서운 성장을 개시했다.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신명품으로는 아미, 메종 마르지엘라, 르메르, 오프화이트, 메종 키츠네, 피어 오브 갓, 스톤 아일랜드, 로에베, 이자벨 마랑 등이 있다. 이들은 럭셔리 명품 하우스보다 역사는 짧지만 동시대와 새로운 시대의 패션을 반영한다. 구 명품이 유산을 바탕으로 한 역사와 전통이 무기라면, 신명품의 무기는 현대적 감각과 '독창성'이다.

귀여운 '여우 로고'로 사랑받고 있는 신명품 브랜드 메종 키츠네/사진=삼성물산 SSF샵

지난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국 패션피플을 사로잡은 브랜드는 프랑스에서 온 아미(AMI)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공식 수입·유통하는 아미는 지난해 연 매출액이 159% 급증했다. 올해도 1~2월에만 전년 대비 무려 216% 매출 성장세를 나타냈다. 르메르는 2020년 78%, 올해 1~2월에는 195% 매출이 뛰었다. 메종 키츠네도 지난해 100%대 매출 성장에 2021년 1~2월에도 외형이 전년비 100% 늘었다. 그밖에 메종 마르지엘라도 매출이 지난해 65%, 올 초(1~2월) 79% 급성장했다.

송은희 IAC(이탈리아 아시아 커뮤니티) 대표는 "개성이 강한 디지털 시대, 지금 10대와 20대는 고루하지 않고 신선한 느낌의 신명품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며 "MZ세대는 프라다와 루이비통이 아닌, 아미나 마르지엘라를 입어야 '있어 보인다'고 느끼며 신명품 브랜드들은 MZ세대 소비자의 이같은 욕구에 부응하는 탁월한 디자인을 과시한다"고 분석했다.

◇"쿨하다, 눈에 확 띈다, 경제적이다" 신명품 매력포인트=

그런 Z세대의 선택은 심플하면서 쿨한 아미나, 독특한 감성의 메종 마르지엘라, 귀여운 메종키츠네를 향한다. 아미를 예로 들면, 아미는 프랑스 파리 특유의 무심하면서 쿨 한 무드를 풍기는데 한국시장에서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Z세대의 감성에 딱 맞아떨어진다. 디자인은 심플하기 그지없다. 따뜻한 느낌의 순백색 니트에 하트 로고 하나. Z세대는 이런 옷에 열광한다.

송애다 10 꼬르소 꼬모 팀장은 "아미는 파리지앵 감성을 담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친구같이 편안한 아이템으로 모든 세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며 "아미의 DNA를 구현한 매장에서 국내 소비자들은 친근하고 유쾌한 패션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메종 마르지엘라 남성 타비슈즈 정장 구두/사진=메종 마르지엘라

1020 남성 고객들에게 열광적 인기를 끌고 있는 신명품의 또 다른 공통점은 '로고 플레이'다. 이들 브랜드는 눈에 확 띄는 로고가 특징적이다. 특히 지난해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로 얼굴을 가리게 되면서 브랜드 로고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코로나19와 로고플레이의 인기가 맞물리면서 신명품의 인기는 상승 가도를 달렸다.

신명품도 수입·명품 브랜드인 만큼 가격대는 비싼 편이다. 아미 티셔츠나 니트의 가격대는 40만원~60만원대다. 하지만 샤넬·루이비통보다는 확실히 저렴하다. 용돈을 모아서 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분히 살 수 있는 가격대라는 것이 구명품과의 차이점이다.

한국인, 샤넬 '오픈런' 할때…파리지앵, K패션 '우영미' 입는다
파리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우영미 파리'의 남성복 이미지/사진출처=우영미 공식 홈페이지
세계 1위 명품기업 LVMH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에 2020년은 잔인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소비심리를 강타하면서 '명품 불패'가 무색하게 지난해 매출액이 17% 감소하는 충격을 겪었다.

특히 중국, 한국 등 일본 제외 아시아 매출은 4% 감소에 그쳤지만 미국은 13%, 일본은 19% 줄었고 본고장인 유럽은 무려 28%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아시아 매출이 18% 플러스 전환하며 빠른 매출 회복세로 돌아선 상황에도 유럽은 4분기 -24%로 부진했다.

◇명품의 본산지, 유럽에선 이미 신명품이 대세=

명품 기업의 2020년 유럽 현지 실적 부진은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매출을 부양하던 아시아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결과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한국, 중국에서는 루이비통 등 클래식 명품에 대한 열기가 계속됐지만 유럽의 루이비통·구찌 등 명품 매장은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스톤 아일랜드 아우터 이미지/사진=스톤 아릴랜드 공식 홈페이지

유럽 현지에서 럭셔리 '오뜨 꾸뛰르'(상류계급을 위한 고급 명품) 브랜드는 새로운 감성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샤넬과 에르메스, 루이비통은 프랑스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럭셔리 브랜드인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대 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아닌 것이다.

'패션 강국' 프랑스와 유럽 현지에서 대세는 이미 신명품이다. 아미, 메종 마르지엘라, 메종 키츠네, 르메르, 이자벨 마랑, 스톤아일랜드….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처럼 헤리티지(유산)을 자랑할 만큼 긴 역사는 없지만 신명품은 현대적인 감성과 합리적 가격대로 유럽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우영미를 아시나요?" 파리지앵 홀린 매출 1위 신명품=

글로벌 패션의 격전지 파리에서, 그것도 로컬 상류층이 즐겨 찾는 백화점에서 K패션 브랜드가 당당히 1위에 오른 것이다. 우영미는 '우영미'와 '솔리드'의 대표 디자이너로 남성복 디자이너가 된 한국 최초의 여성이면서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로 꼽힌다. 2011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패션 조합의 회원이 됐으며 매년 파리 패션위크에서 최고의 시간대에 신상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2012년 입점 후 봉마르셰에서 우영미가 승승장구하면서 올해 1월에는 MZ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솔리드옴므'마저 봉마르셰에 매장을 열었다.

파리에서 '우영미'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서도 Z세대 패션 매니아를 중심으로 우영미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해외 브랜드 일색인 신명품 중에서 유일하게 K패션 브랜드로 등극한 것이다.

지은경 솔리드옴므 마케팅본부 차장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시아권 관광객이 급감한 가운데 파리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은 우영미가 봉마르셰 백화점 3층에서 매출 1위 브랜드로 부상했다"며 "유럽에서는 독창성(Origiality)이 뚜렷한 디자이너 컨템포러리(동시대)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송은희 IAC(이탈리아 아시아 커뮤니티) 대표는 "독창성과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완벽하게 구축한 K-패션 브랜드 우영미는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레전드(전설)'"라며 "파리의 전문직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남자의 패션은 신명품으로 통한다" 男 명품 '큰손' 부상
스톤 아일랜드, 메종 마르지엘라, 아미, 메종 키츠네부터 발렌시아가, 톰 브라운까지 '신명품' 브랜드 열풍을 만들어낸 것은 '남성' 고객이다.

2020년 백화점에서 '샤넬 대란'이 일어날 만큼 한국 여성 소비자들의 클래식 명품에 대한 사랑이 여전하지만 남성은 여성만큼 3대 명품(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에 열광하지 않는다.

특히 MZ세대 중에서 95년생 이하 Z세대(18세~27세)가 신명품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패션에 관심이 많고 외모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Z세대 남성들은, 엄마 또는 여자친구·아내가 옷을 대신 사주던 기성세대 남성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내 옷은 내가 산다"는 Z세대 남성의 패션에 대한 관심과 구매력은 한국에서 1조원 넘는 연 거래액을 기록한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

명품 온라인 플랫폼 머스트잇의 2020년 구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거래액에서 남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7%로 여성 고객 비중을 앞질렀다. 연령대별로는 10대부터 30대 고객의 명품 구매 건수가 크게 늘었는데, 구매 건수 증가율은 20대와 30대가 각각 63%와 48%를 기록했고 10대의 증가율이 67%로 가장 높았다.

머스트잇을 이용한 남성 고객들이 2020년에 가장 많이 구매한 브랜드는 스톤아일랜드, 구찌, 메종마르지엘라, 톰브라운, 발렌시아가였다.

신명품을 좋아하는 남성이 급증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디자인이 탁월한데 가격도 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수영 머스트잇 온라인 머천다이징 팀장은 "패션에 관심이 많고 개성을 중시하는 성향의 MZ세대 남성을 중심으로 신명품 구매가 늘고 있다"며 "이들은 자신의 만족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머스트잇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비율은 여성을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신명품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파리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신명품 남성복 '우영미'를 찾는 국내 고객도 증가하고 있다. 개성있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찾는 남성 고객이 늘며 우영미는 최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매장을 추가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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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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